'걸즈 앤 판처(Girls und Panzer, 약칭 걸판)'라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탱크를 타고 서로 전차전을 벌이는 전차도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전차도의 선수들은 모두 여고생들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현립 오아라이(大洗) 여자학원'에 재학(전학 왔습니다)하면서 선수로 출전하는데, 이 현립 오아라이 여자학원의 배경이 되는 곳이 이바라키현의 '오아라이(大洗)'입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도로와 주택 등의 모습을 보면 실제 오아라이를 그대로 가져다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아시겠지만, 태평양에 인접했지만 별 보잘 것 없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 관광지로 뜬 이유는 애니메이션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아라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카메라를 들고 혼자서 돌아다니는 남자들을 한번씩 마주치게 됩니다. 다들 '성지순례'를 온 사람들이겠죠. 아마 그 사람들 눈에는 저도 그렇게 보였을 것입니다.

미토시 미토역에서 가시마임해철도(鹿島臨海鉄道)를 타고 대략 15분 정도 가면 오아라이역에 도착합니다. 일정 시간대에는 걸판 랩핑 열차가 다니는데, 사전에 시간대를 보고 맞추어서 가야 합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왕복 모두 랩핑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열차 안에도 걸판 캐릭터들을 활용한 각종 이미지들이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습니다.





오아라이 역에 도착하면, 마을 전체가 걸판으로 도배되었으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역내의 상점은 물론이고 역 입구에는 걸판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입간판들도 있었습니다.







오아라이의 쇼핑몰이자 아울렛이라 할 수 있는 시사이드 스테이션. 그러나 이때는 휴관중이었는지 (한 3주 뒤 리뉴얼 오픈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문을 연 가게들이 거의 없었고, 걸판 기념품 상점 하나만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주차된 차 한대가 걸판으로 랩핑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밖을 나와서 걸어가면 저 멀리 오아라이 마린타워가 보입니다.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태평양 해변도 보이고 전차도 경기중 포격당한 것으로 유명한 시사이드 호텔도 보이고, 바위 위의 유명한 도리이도 보입니다. 이 도리이가 일출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라고 하네요.









오아라이 이소사키 신사로 이동합니다. 이 계단은, 주인공이 탱크를 타고 질주한 계단이라 성지 순례 코스 중 하나입니다. 신사인데 안에도 걸판과 관련된 것으로 가득합니다.







이소사키 신사에서 오아라이 마을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중입니다. 이 도로가 바로 하늘에서 탱크에 낙하산을 달아 떨군 그 도로입니다.



오아라이 시내의 모든 상점은, 걸판의 캐릭터들을 입구에 세워두고 마스코트 처럼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포스터에는 어느 가게에 어떤 캐릭터의 간판이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도도 있었습니다. 문구점도, 약국도, 쌀가게도, 신용조합도 모두 캐릭터가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전차도 경기에서 탱크가 두번이나 박아서 유명한 바로 그 곳입니다. 역시나 성지순례 포인트입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곳은 파스타집. 파스티집인만큼 걸판에 등장하는 안치오 고교(이탈리아 컨셉)를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실내에도 각종 장식, 포스터, 피규어, 사인이 가득합니다. 일부 부착물들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니 찍지 말아달라고 가게 주인이 따로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천장에는 깃발까지도 걸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성지순례를 마치고 가이라쿠엔을 위해 다시 미토시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