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장문의 글이고 다소 어렵게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봐도 어렵지만 더이상 고치기 어려워 이제 글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합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런데 요즘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마음 한쪽이 계속 무겁습니다. 그 이유를 정리해보고 싶어서 씁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글은 아닙니다. 저도 답을 다 가진 건 아니어서, 생각을 따라가 보는 글에 가깝습니다.


1.

'뉴이재명'이라는 말이 오가면서, 같은 사람을 지지하는 이들끼리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변화에는 늘 큰 반발이 따르고, 누구에게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으니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다만 양쪽이 똑같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먼저 선을 넘은 건 흔히 '뉴이재명'이라 불리는 쪽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의견에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그 내용을 따져보기도 전에 조롱하고 비난했습니다. 이견을 말하는 사람을 곧바로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았고, '문조털래유' 같은 멸칭으로 오래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들을 한데 묶어 비웃었습니다. 그 순간 대화하려는 마음 자체가 꺾였습니다. 이견을 말하는 것과 상대를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그 말을 들은 분들이 느낀 모욕감과 분노를 저는 이해합니다. 저도 화가 났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쓰는 건, 그 분노가 어디로 향하는지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제가 배운 게 하나 있다면, 혐오를 함부로 꺼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점입니다.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고 그 이름에 경멸을 담아 되풀이하는 순간 대화는 끝납니다. 멸칭에 멸칭으로 답하면,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금방 흐려지고 서로를 향한 경멸만 남습니다.


2.

이런 걱정을 처음 한 건 사실 꽤 오래전입니다. 이곳을 오래 지켜보면서, 우리가 바라는 이상에 아직 다다르지 못한 사람을 향한 비난이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생각이 조금 다르거나, 아직 잘 모르거나, 우리와 같은 속도로 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하기보다 먼저 몰아세웠습니다. 지난 대선 때 카리나 씨가 숫자 2가 적힌 옷을 입은 사진 하나로 한꺼번에 비난이 쏟아졌던 일도 그런 장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이해하거나 기다리기보다 먼저 공격이 나갈 만큼 사람들의 상처가 이미 깊고 아프구나 싶었습니다. 그 상처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에 비난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 상처가 이제 바깥이 아니라 우리 안을 향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지금도 제게 큰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곳의 분위기는 정청래 후보의 압승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아는 오이갤의 많은 분들은 이상을 향하고, 논리와 근거를 꼼꼼히 따지는 분들입니다. 이곳에서 오가던 논리와 근거대로라면, 언론이 김민석 후보에게 우호적이었다 해도 결과는 정청래 후보의 압승이어야 맞았습니다. 특히 광주는 누구보다 이상을 향해온 곳이라 믿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전남·광주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 57.04%, 정청래 후보 31.84%.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지금도 다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그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확인하던 논리가, 어쩌면 이곳 안에서만 단단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같은 글을 읽고 같은 근거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그 바깥에 다른 근거와 다른 우선순위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기 쉽습니다. 그분들에게 논리가 없었던 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한 다른 논리가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처음의 그 걱정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제가 '안다'고 여긴 것과 실제 사람들의 선택이 달랐을 때, 저 역시 이해하려 하기보다 먼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상에 이르지 못했다고 남을 탓하던 그 모습이 제 안에도 있었던 셈입니다. 왜 그런 선택이 나왔는지는 아직 다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 답은 결과를 탓하는 데서가 아니라, 묻고 듣는 데서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이런 걱정 속에서도 저는 지지를 거두지 않습니다. 제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이 땅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 민주주의가 하룻밤 사이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눈앞에서 봤습니다. 그 밤을 시민의 힘으로 넘어선 뒤에 세워진 정부가 끝까지 제 몫을 해내는 것, 저는 그것이 다음 세대가 "민주주의는 지켜낼 수 있는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이 그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둘째, 극우의 흐름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극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정을 무너뜨리려 했던 시도, 그것을 감싸고 정당화해온 국민의힘의 태도, 그 곁에서 혐오와 선동을 키워온 극우의 흐름을 저는 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사라진 게 아니라 여전히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것과 우리 안의 이견이 같은 무게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셋째, 대선 결과가 제 예상보다 훨씬 팽팽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모든 일을 겪은 뒤였으니 당연히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를 보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 일을 겪고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는 뜻이니까요. 그 결과를 보며 저는 이 지지가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우리끼리 갈라지는 게 왜 두려운지도 그때 알았습니다.


넷째, 대통령은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모든 순간 옳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건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결국 바른 길로 돌아올 거라고 믿듯이, 저에게 지지란 흔들리는 순간에도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믿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만드는 건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지지하는 우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걱정을 말하는 것과 지지하는 것은 제 안에서 부딪히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지지자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이유들을 생각하다 보면 니체의 문장이 따라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제가 그들과 다르다고 믿어온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저에게는 사람을 낙인찍고 밀어내는 방식에 반대해왔다는 점이 그 근거였습니다. 그 방식을 먼저 꺼내든 쪽이 있다고 해서 우리까지 따라간다면, 그 차이는 어디에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멸칭을 쓰는 분들께는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말들은 이제 그만두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상처받은 분들께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말로 되갚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도, 우리는 결국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옆자리의 사람을 적처럼 대하다 보면, 정작 맞서야 할 대상을 놓치게 됩니다.


4.

제가 가장 걱정하는 건 애정이 증오로 바뀌어 가는 과정입니다. 증오는 관심 없는 대상에게는 잘 생기지 않습니다. 스피노자는 사랑하던 대상을 미워하게 되면 그 미움은 예전에 사랑했던 만큼 더 커진다고 썼습니다. 지금 서로를 향한 날 선 말들이 어쩌면 같은 것을 너무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건 아닐까 싶어 더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는 같은 책에서, 사랑에 의해 극복된 미움은 다시 사랑으로 돌아간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그 문장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때일수록 한 발짝만 떨어져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관심을 끊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말이 금방 뜨거워지고, 뜨거운 말은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숨을 고르는 건, 지치지 않고 계속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곳이 앞으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꺼내놓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판도, 걱정도, 반대 의견도 내놓을 수 있고, 그 말이 사람을 밀어내는 대신 생각을 움직이는 곳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믿는 논리가 이곳 바깥에서도 통하는지 가끔은 돌아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이 땅에 민주주의의 뿌리가 새로 내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뿌리는 흔들어서 자라지 않습니다. 증오와 분노로 서로를 할퀴는 땅에서는 아무리 좋은 뿌리도 깊이 내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견디고, 아끼는 마음으로 보살피며 키워간다면, 이 뿌리는 다음 정권에서 더 큰 거목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 그늘 아래에서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 글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당연히 계실 겁니다. 그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계속 지지할 거고, 그래서 지금의 모습이 걱정된다고 한 번쯤은 말해두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한글날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