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캐릭터 외모보다는 종특과 직업의 궁합, 시너지 등을 기준으로 주로 캐릭터를 만들어 왔습니다.

와우를 오리지널 때 최초로 시작했는데, 이때 제가 생애 최초로 만든 와우 캐릭터는 언데드 흑마법사였죠. 그 이유중 하나는 와우 오리지널 오프닝에서 언데드 흑마가 지옥불정령을 소환해 돌격시키는 것이 왠지 간지폭풍이 느껴지기도 했고, 당시 언데드 종특이 암흑저항력 증가이며 흑마법사의 자체 버프기인 암흑의 방패랑 이 저항력 증가의 시너지 효과, 종족과 어울리는 직업 컨셉, 언데드의 높은 정신력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서 종특과 능력치의 직업과의 시너지, 어울리는 컨셉을 보고 결정하게 되었죠. 나중에는 나이트 엘프도 게임 역사를 따지면 워3의 나엘 드루이드가 게임에서 최초로 등장한 드루이드라는 것도 있지만, 그림자 숨기와 까마귀 변신의 시너지가 너무나 좋아서 나이트 엘프 드루이드를 키웠습니다. 

그 다음으로 만든 캐릭터들은 컨셉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종특과 직업의 시너지만 봤습니다. 순수하게 성능만 따진 거죠. 3번째로 만든 고블린 주술사는 고블린의 탈출기 종특이 탈출기가 부족한 주술사의 약점을 일부 커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들었고, 4번째 캐릭터인 늑대인간 죽음의 기사도 죽음의 기사에게 부족한 느린 발을 늑대인간 종특이 일부 보완해주기 때문에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책임질 일 만드는 거 싫어하는 보신적인 사람이다보니, 파괴흑마, 조화드루이드, 정기주술사 같이 위험을 덜 부담해도 되는 원거리 딜러들만 했었고 죽음의 기사도 반 정도는 원거리 딜러처럼 응용할 수도 있는 부정 죽음의 기사를 키웠어요. 냉기 죽음의 기사는 워3의 리치, 혈기 죽음의 기사는 워3의 드레드 로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진정한 죽음의 기사는 사실상 부정 죽음의 기사뿐이라는 생각도 가졌기 때문에 혈죽이나 냉죽을 써볼 생각은 거의 안했습니다.

헌데... 오늘 뼈저리게 느낀 거지만 컨셉은 어디까지나 컨셉에 불과한 것이고 현실은 냉혹하더이다. 오후쯤에... 퀘스트 때문에 팀원을 모집해서 타자베쉬 레이드를 갔었습니다. 마지막 보스인 소레아를 상대로 싸울 때 내 부정죽기가 계속 죽어나가서...;; 보다못한 파티장이 저보고 혈죽으로 바꾸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유물무기 퀘스트할 때 말고 혈죽은 한번도 안해봤는데 갑자기 특변하면 내가 어떻게 싸우나 매우 당황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도 약속이 있어 빨리 끝내야 하고 다른 팀원 중에도 8시까지 끝내고 지인을 만나러 가기로 약속한 분이 있어서... 이로운 충고는 귀담아 듣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리트라이를 할 때 특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처음 해본 혈기 죽음의 기사가 내가 수년 동안 컨트롤해왔던 부정 죽음의 기사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더군요(...). 왜 혈죽을 죽박(죽음의 바퀴벌레)라고 하는지 정말 실감이 가더이다. 그냥 부정 죽음의 기사와 부죽이 소환하는 구울 12마리를 혈죽이 고전하지도 않고 전부 털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뭐랄까... 참 여러가지로 배웠던 하루였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계속 타자베쉬 레이드에서 배우기만 하는 입장이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 스테이지하게 된 사람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했고 혈죽의 강력함을 경험하면서 부죽을 버리고 혈죽으로 전향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부정 죽음의 기사의 컨셉과 설정이 마음에 들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고 자신의 로망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인 사실상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혈죽을 택한 것이 압도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는 게 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제 보신적인 성격상 25인 레이드에서 혈죽으로 뛰는 건 도저히 못할 것 같고 5인 인던에서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맨날 팀원 구할 때 목이 빠지게 유저 숫자가 많지 않은 힐러, 탱커 기다리는 것도 힘든 일이구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와우 스토리팀이 갈수록 개판입니다만... 여전히 부분, 순간적인 스토리는 잘 만들긴 하네요. 보니까 이 타자베쉬 스토리는 쿨 티라스 섬, 스톰하임의 일부를 재활용했습니다만 스테이지의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었고 이 재활용된 스테이지들하고 어둠땅 지역의 연결이 그렇게 억지로 끼워맞춘 기분까지는 안들었어요. 크리스 멧젠이나 마이크 모하임들이 사내에서 벌어진 불의를 외면한 것이야 당연히 윤리적, 법적인 심판을 받아야 하니 별로 동정은 안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거시적인 스토리에서 미시적인 부분들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나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각은 있었지 않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제발 와우의 스토리들의 미시적인 부분들이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칼같이 수용할 건 수용하고 처내야 할 건 처낼 수 있는 강단있는 사람이 좀 있었으면 합니다. 일단, 너무 개연성 없이 억지로 기워붙여서 와우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격아 이후로 누더기가 되어가는 중인데... 늦게나마 누군가가 나서서 교통정리라도 좀 해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