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땅은 앞으로의 와우 스토리에서 꽤 중요한 떡밥을 몇 가지 남겼는데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 봄

실바나스, 티란데, 안두인처럼 캐릭터 단위로 보면 소소한 게 더 남아있긴 하지만 큰 떡밥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여기선 제외했습니다.

간수 쪽에서 남긴 떡밥

코르시아의 영생의 조각상


코르시아에서 야르코프를 잡으면 얻는 영생의 조각상은 들고 있으면 계속해서 귓속말을 보냄.
그리고 귓속말이 그렇듯 이런 게 다 흥미로운 떡밥임.

  • 비밀의 도시. 거짓의 역사.
  • 희망. 배신. 희생. 겉모습은 바뀌지만, 이야기는 바뀌지 않는다.
  • 여섯 번째 나무의 꼭대기에는 햇빛을 피해 숨은 불꽃이 잠자고 있노라.
  • 나누어줄 비밀이 참으로 많은데,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하구나.
  • 목소리가 몇 개나 들려? 그 중에 진짜는 몇 가지나 될까?
  • 일곱 번째는 여섯 번째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탐하노라. 버팀목은 흔들리고, 만물은 소멸하리라.

처음 나왔을 땐 불확실했지만, 제레스 모르티스가 나오고 일곱 번째 힘의 존재가 확정되면서 대충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건 격아에서 나왔던 공허 세력 대사와도 일치합니다. 여섯 개의 권좌, 모든 것을 집어삼킬 하나의 입 같은 대사 역시 여섯 개 중 하나가 아니라 다른 하나를 경고한 말이었던 게 되죠.

특히 여섯 번째가 조각상의 대사에서만 두 번이나 강조되는데, 일곱 번째의 탐욕으로 현실이 무너지게 된다는 말은 이후 조바알의 대사로 한 번 더 드러나는 내용입니다.


간수의 대사



간수는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당연하게도 말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최후의 대사만큼은 위 떡밥이랑 일맥상통합니다.


플레이어가 간수를 만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은데, 먼저 나락에서 태초의 존재의 유물이 나락 방랑자에게 발동했을 때 놀라는 상황, 지배의 성소에서 실바나스를 상대할 때, 그리고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서입니다.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선 그나마 뭔가 간수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대사를 하죠.

"부질없는 헛수고를 하는구나, 필멸자들이여. 그 양식은 결함투성이일 뿐이다. 현실을 새롭게 재건해야 한다. 반드시 그리 만드리라. 죽음이 너희 세계의 영혼을 찾아갈 것이다."

"필멸자가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 내가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말이다.
수없이 많은 사건을 일으키고... 수없이 많은 장기말을 움직였지.
이 모든 것은 너희 세계 안에 잠자는 힘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아제로스의 세계혼.
상처입고 연약한 영혼이지만 잠재력만큼은 가득하지. 그 힘을 손에 넣어 이 결함 투성이인 현실을 절멸할 것이다.
죽음이 너희 세계의 영혼을 차지할지니 이제 목도하라. 필멸자들이여. 이것이 영원의 끝이다."

"너흰 끝이 보이는 걸 지키고 있다. 분리된 세계론 이겨낼 수 없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피림이 남긴 떡밥

어둠땅에서 떡밥을 남기는 또 다른 역할은 피림이 맡고 있습니다. 타자베쉬 문서에서부터 시작한 피림의 이야기는 제레스 모르티스 피림의 일지에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7부와 에필로그입니다.





7부

제레스 모르티스에서의 새로운 발견 하나하나가 나를 태초의 존재의 신비로 다시 이끌었다. 난 그들의 본질을 이해하려 했지만, 내가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점점 그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다시 그들의 설계를 생각했다. 양식을. 직선과 곡선을. 호와 모서리를.

그리고 모퉁이를. 아, 그 수많은 모퉁이.

일곱 번째를 암시하는, 그러면서도 그를 부정하는 여섯 개의 힘. 오랫동안 난 이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그저 또 하나의 변수라고 여겼다. 풀리기를 기다리는 미지의 변수라고.

하지만 예언자의 노래가 계속해서 내 의식 안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내 집중이 풀려나자, 실재하는 것들을 움켜쥔 내 손아귀가 풀리자, 기하가 내 마음 속에서 형체를 이루었다.

그건 여섯과 일곱이었다. 여섯 개는 하나였고, 일곱 번째가 다른 하나였다.

그들이 합일을 갈망한 것일까? 노래는 그와는 다른 말을 하려는 듯했다. 둘이 존재하나, 하나만이 존재할 수 있다고.

선율이 변화했다. 나는 그것이 취한 형체에 몸서리쳤다.

이건 풀 수 있는 변수 같은 게 아니었다. 이건 자신의 기회를 기다리는 해답이었다. 

노래가 끝나게 두어선 안 된다. 

태초의 존재는 아직도 그를 노래하고 있을까? 진실로 나는 알지 못한다. 하나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러지 않는다면...

누가 할 것인가?

에필로그

간수는 패배했고 어둠땅은 다시금 완전해졌음에도, 나는 이 승리를 기념할 수가 없는 기분이었다.

매장터 내부의 작동 방식을 배웠기 때문에. 간수가 현실을 다시 만들기 위해 이용하려 한 힘을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와 같은 것들을 목도한 나는 내 존재의 중심 그 자체를 흔드는 두려움으로 가득해졌다. 

이제 내겐 우주의 각 힘마다 제레스가 존재하며, 그 안에는 매장터와 같은 내부 성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성소들은 어떤 근본적인 수준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할 것이다. 간수가 이용하려 했던 연결이다.

그가 매장터에서 시작한 일은 하나의 제레스에서 다음으로, 모든 것이 자신의 힘으로 지배될 때까지 내쏟으려는 것이었다. 어둠땅의 심장부가 각각의 우주적 힘의 심장부로 통하는 출입구 역할을 맡아 차례로, 연이어 그의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이 좌절되었다면, 어째서 나의 마음은 이렇게 불편한 것일까?

그건 양식이 얼마나 유약한지 내가 보았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저울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그리고 만일 간수가, 그 악의 가득한 행동을 통해 저 양식 안에 극히 감지해내기 어려운 균열을 남기고 간 거라면, 난 지금은 작은 것이 커져만 갈까 두렵다. 균형 그 자체가 가차없는 압박을 가하는 또 다른 힘에 의해 부서지기 쉬워질 때까지.

태초의 존재들께서 이와 같은 사태를 예견하셨기를 기도한다. 당신들의 위대한 설계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남겨 두셨기를.

하나 만일...

만일 그들의 설계가 지속되도록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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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레스 모르티스에서 언급되는 떡밥 중 가장 중요한 건 여섯 개의 우주적 힘마다 제레스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방문한 죽음의 제레스인 모르티스, 빛의 제레스 루멘, 질서의 제레스 오르도스, 생명의 제레스 비태, 공허의 제레스 움브라, 무질서의 제레스 투물트가 있죠. 그리고 피림은 이 제레스가 각각 이어져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간수가 제레스 모르티스의 '매장터'에서 저지른 일로 인해 결함이 생겼다면 다른 제레스에서 이걸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단 말이죠. 용군단 이후 다른 힘의 영역에 가게 된다면 언젠간 그쪽 제레스에 가게 될지 모른단 떡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피림의 추측과 간수의 대사를 합쳐서 생각해 보면 결론은 확실해집니다.

태초의 존재가 만들어둔 여섯 개의 힘이 존재하는 우주는 언젠가 힘을 얻을 일곱 번째 힘에 의해 무너질 운명입니다. 그것이 태초의 존재가 설계한 양식입니다. 간수는 이것을 창조주가 만든 결함이라고 인식했고, 아제로스의 힘을 이용해 현실을 다시 만듦으로써 일곱 번째 힘이 승리하는 우주를 막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간수의 의도는 결국 자신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계였기 때문에 처단해야 할 수밖에 없긴 했죠.

피림은 지금의 우주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혹시나 태초의 존재가 계획해 둔 운명이 이 우주의 종말이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고, 실제로도 간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태초의 존재는 자신들이 만들어둔 양식이 무너지도록 정해두었지만, 그건 지금 알려진 어느 여섯 개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일곱 번째 힘에 의해서인 거죠.

태초의 존재는 간수를 막기 위해 나락 방랑자인 필멸자를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태초의 존재는 사전에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 특별한 나락 방랑자를 배치해 차원석이 나락 방랑자에게만 반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간수도 플레이어가 나락을 탈출하게 되자 당황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간수 입장에서도 어차피 운명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종의 타임어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태초의 존재의 매장터에서 운명을 바꾸는 것 외에는 애초에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던 셈이죠. 

어쨌든 어둠땅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이 정해진 운명과 양식을 지켜내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진짜 일곱 번째 힘이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죠. 그것이 정말 위협적이거나 악한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일곱 번째 힘이야말로 진짜 우주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반전이 나올 수도 있죠.

어둠땅은 목적의 길에서 시작해 설계, 양식 등의 표현으로 이름만 바뀔 뿐 계속해서 정해진 운명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해진 운명이라는 테마는 용군단에서도 이어집니다. 용군단에서 노즈도르무는 정해진 미래, 순리를 강조합니다. 반대로 무르도즈노와 무한의 용군단은 이런 운명을 깨뜨리려 하는 입장이죠. 용군단 다음 확장팩이 바로 다시 우주적인 스토리로 흘러간다면, 무한의 용군단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