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힘이란 게 참으로 신비한 것이라,
고단함에 찌든 몸을 끌고
아스팔트와 풀냄새 묘하게 섞인 호텔에 도착해
괴팍하기 그지 없는 룸서비스에 화가 나
프런트에서 언성 높인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짐은 내던지다시피 내려 놓고
몸을 잠깐 침대에 널부러뜨리고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작 대던 중
음악 폴더에 Taverns of Azeroth 앨범이 있는 것을 문득 발견하였는데
이 놀라움과 반가움은 여간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눈 감고 있으니 음악에 취한 건지
포도주에 취한 건지 분간이 되지 않던 찰나
나는 어느 새 오른손에 마우스를 굳게 쥔
붉은십자군이 되어 있었다.

붉은십자군 양조장에서 포도주에 거나하게 취한 채 술을 빚고 있는데 버릇없게도 너댓 명의 못난 무리가 나타나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빚은 내 술통들을 마구 부숴댄다.
참을 수 없게 된 난 우리 주령들에게 뭐하는 짓이냐며 응가에 우끼해 버린다고 크게 한 소리 내지르게 되었다.

크게 고함을 토하며 눈을 떠보니
호텔 창 밖은 아직 어둑한 밤이다
마침 이어폰에선 Shady rest가 흘러 나오기에
깊은 밤 왠지 그늘진 이 마음을 다잡으려
이 곳에 휴대폰을 톡톡 두드려 잡글을 적고 다시 잠을 청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