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방세팅해서 완방이 90%되면 누구나 완방세팅을 하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게 불가능합니다.

 

대격변에 들어와서 가장 변한 건 탱과 힐의 관계입니다.

불과 리분 때만 해도 방막의 비중이 낮았고 얼음왕관 성채의 회피확률 감소나 구린속 같은 템렙 277급의 탱도 두 방에 보내버릴만큼 강한 공격력으로 인해 당시엔 탱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었습니다(오리지널로 되돌아가보면 당시 탱커에겐 세팅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팅의 고려는 어그로 획득을 위한 적중/숙련을 얼마나 두느냐에 있었지 완방이냐 방막이냐 등에 중점에 있지 않았고 힐러들은 갑작스레 푹찍할지 모르는 탱커를 위해 오버힐을 난사했습니다.

 

그러나 대격변에 와 유저들의 체력은 급상승한 반면 치유량 보스의 공격력과 힐러의 힐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눈보라사는 오버힐하는 힐러들을 보곤 "이건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님"이라 못을 박았습니다.

 

작년말 눈보라사가 의도한 것을 자세히 읽어보셨던 분들은 8초간 받는 피해가 0이었다가 2초만에 10만이 빠져버리는 상황을 눈보라사가 수정하고자 했단 걸 기억하실 겁니다. 그들은 2초마다 2만이 빠지는 것을 의도하고 있었고 현재는 후자에 가깝게 됐습니다.

 

완방의 좋은 점은 피해가 0이란 점입니다. 허나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힘들게 곰을 잡았는데 웅담이 없을 수 있듯 완방에 밀어붙인 사람도 평타를 연속기처럼 두들겨 맞을 수 있단 것입니다. 이는 생존성에 있어 높은 효율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과거의 탱커들은 어떻게 해야 적은 피해를 입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것은 탱커로서 중요한 능력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도 '어떻게 해야 적은 피해를 입을까'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탱커를 유지시키는 주변의 다른 환경은 변했습니다. 적은 피해를 입는 것보단 '힐하기 쉽게 피가 빠질까'가 중요해진 겁니다.

 

눈보라사는 죽어가는 방막을 되살리고 특화란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교과서적인 탱전가이드에 우선옵션 1순위는 단연 방패막기 확률을 올려주는 '특화도'입니다. 여전히 적정수준의 완방은 필요하지만, 완방엔 한계가 있고 나머지를 방패막기에 의존하고 있는게 현재 전사의 모습입니다.

 

만방합이란 것이 대두된 것은 위와 같은 이유입니다. 만방합을 달성한 탱커는 어떤 공격이든 100%로 피하거나 빗맞거나 무기로 막거나 방패로 막습니다. 이는 어떤 공격도 본래 피해의 100%로 맞지 않는 겁니다. 확률에 의존해 피해를 0으로 만들기보단 어떤 공격이든 덜 아프게 맞고자 짜여진 세팅입니다. 이는 전체적으로 현재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대세가 된 것에는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자신도 덩달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은 적어도 멍청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대세에 이유가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대세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실력도 부족한 사람이 어긋나기까지 한다면 삼류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