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마치고 접속한 와우.

시즌 초를 즐기며 캐릭을 육성하느라 저마다 분주해 보인다.

나 또한 이곳 오리보스에서 점프만 뛰고 있을 순 없기에 쐐기 파티를 신청했다.

역병 몰락지 4단.

부담 없이가기 좋은 파티를 골랐다.

나는 탱커이기에 신청한지 몇초 되지않아 초대가 되었다.

석주 : 아ㅜ 드디어 오셨네. 출발하죠.

이곳의 파티원들은 몇분 동안 탱을 기다렸을까.

딜러와 힐러는 어둠땅 곳곳에서 풀을 캐거나 전역퀘스트를 하며 시간을 떼운 모양이다.

와이번을 태워 던전 입구로 도착한 뒤 지도를 펼쳐보니,

딜러들의 위치가 던전과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들은 던전으로 이동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힐러가 오길 기다려 3명을 딜러를 소환해주었고,

소환을 받은 딜러들은 하나같이 쌩하고 도망치듯 던전으로 들어가버렸다.

던전에 들어서 도핑을 하고 전준을 했다.

나에게만 뜨도록 설정되어있는 도핑 확인 메시지.

음식없음 : 도적, 암사
영약없음 : 냥꾼, 도적, 암사, 힐러

시즌초 어둠땅 도핑은 바라지도 않는다.

격아 도핑이라도 한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에 씁쓸하다.

차단징을 딜러들 머리에 달아주고, 친절하게 채팅으로 알려줬다.

탱 : 냥꾼님 동글징, 도적님 세모징 봐주세요

그들은 내채팅을 본것일까.

묵묵히 의미없는 점프만 반복할 뿐이었다.

전준을 마치고 시작된 카운트. 돌이 꽂혔다.

첫무리를 잡고, 두번째 무리를 풀링하려는데

어디선가 몹들이 몰려온다.

그들과 함께 다가오는것은 냥꾼의 펫 두마리.

애드를 낸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애드를 낸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누구의 애드인지 알려준들 무엇하랴.

이미 일어난일이며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1넴에 도착해 냥꾼에게 블러드를 요청했다.

들은건지 만건지 나를 차단한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짧은 카운팅과 함께 1넴의 전투가 시작되었고,

블러드는 올라오지 않았다.

넴드 전투가 끝나고 본 딜미터기

도적 2.5k
탱 2.2k
냥꾼 1.7k
암사 1.2k

단일 딜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 상황이다.

그들은 자신의 스킬 설명은 읽어보긴 했을까.

그건 그렇고 힐러의 아이디는 왜 딜미터기에 없는가.

나는 해탈했다.

양조는 아니지만 해탈했다.

우리는 딜러와 힐러의 실수로 6번의 전멸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3넴까지 잡는데 성공했다.

남은건 약간의 쫄과 4넴 뿐.

조금만 더 버티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나는 다음 쫄 무리를 풀링했다.

나의 실수로 한 번에 세무리가 풀링되었고,

키보드로 피아노를 쳐봤지만 끝내 죽고 전멸을 내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채팅창으로 사과를 했다.

탱 : 세무리가 풀링됐네요. 죄송합니다.

그들은 채팅 치는법을 알고있었는지

그제서야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냥꾼 : ?
도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사 : 뭐함?
힐 : 탱님 뭐해요ㅡㅡ

냥꾼이 3번의 애드를 내도
암사가 탱밑딜을 해도
힐러가 탐을 안해도
눈속 속거가 안들어와도
바닥을 밟고 죽어도
차단 횟수가 0이라도
블러드가 안 올라와도
파열 컷을 안해도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나의 실수 한 번을 기다렸다는 듯이

딜러와 힐러는 나에게 극딜은 박기 시작했다.

이것이 탱의 길인가.

이것이 내가 하고자했던 쐐기인가.

그 뒤로 나는 글로벌팟을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