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첫 본안소송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앞서 진행된 가처분소송에서 수원지법은 양측의 주장 모두를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는 넥슨이 회사 아이언메이스, 개인 최 PD, 박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3개의 사건을 하나로 병합해 다뤘다. 이날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양측은 각각 50분씩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넥슨을, 법무법인 린이 아이언메이스를 대리했다.

요약 발표 때에 넥슨 측은 "'P3' 프로젝트 팀장이었던 피고 최씨가 결과물을 무단으로 유출해 징계해고되었는데, 이후 아이언메이스 회사를 박 대표와 여러 명이 설립했다"며 "'다크 앤 다커'를 보니 넥슨 프로젝트였던 'P3'를 상당히 활용한 결과물로 보이고, 내용을 분석하니 'P3'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넥슨 측은 '다크 앤 다커' 서비스 중지, 영업비밀 금지, 손해배상 일부인 10억 원을 청구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원고가 주장한 영업비밀을 사용한 사실이 없어 주장 기각을 청구한다"며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을 한 사실도 없어서 그 부분도 기각을 구한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이어 "넥슨이 계속해 경고장을 보내 '다크 앤 다커' 영업을 방해하는 상황인데, 영업비밀 침해와 저작권 침해 사실이 없기에 영업방해금지를 청구한다"라고 덧붙였다.

본격 주장 때에 넥슨 측은 게임의 저작물은 서사적인 요소, 눈에 보이는 요소 등 다양한 개별 요소들이 결국 프로그래밍을 통해 소스코드화되기에 복합적이라 소개했다. 단순히 파일을 통으로 도용해야만 저작물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파일이 완성되기까지 과정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단 설명이다.

넥슨 측은 'P3' 개발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넥슨 측 주장에 따르면 원래 'P3' 이전에 최씨는 '프로젝트 LF'(라스트 파머)를 맡았다. LF는 싱글 플레이, PvE, 판타지 배경의 던전 탐험이 특징이었다. 최씨가 LF를 발표한 뒤에 넥슨은 검토를 진행했고, 멀티 플레이와 PvP가 더해지고, 생존과 탈출 요소가 추가됐다. 그리고 LF 버전에서 넥슨의 검토 요소를 적용한 인물은 최씨가 아닌 레벨 디자이너 A씨다. 이후 최씨는 A씨가 만든 'P3' 원시버전을 발전시켜 나갔다. 넥슨의 주장은 'P3'가 온전히 최씨의 기획은 아님을 말한다.

이어 넥슨 측은 현재 아이언메이스 주요 임직원이 과거 'P3' 팀원들이라고 전했다. '다크 앤 다커'가 'P3'의 복붙(복사, 붙여넣기) 수준인 거처럼, 회사 아이언메이스도 'P3' 조직도 복붙 수준이라 지적했다. 또한, 'P3' 이전에는 비슷한 게임을 찾을 수 없지만, 최씨가 넥슨을 떠난 뒤에 빠른 시간에 'P3'와 유사한 '다크 앤 다커'를 선보인 것은 도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넥슨 측이 강조한 'P3' 중요 요소는 PvPvE, 익스트랙션 슈터, 역피라미드 구조, 선술집과 같은 중세유럽 판타지 배경 등이 결합된 콘텐츠다.

넥슨 측은 최씨가 재직 당시 소스 유출 혐의를 받아 조사를 할 때에 "협조하겠다고 하다가, 나중에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 복구하려고 해도 못할 거다"라 말하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씨 외에도 한씨, 이씨가 넥슨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유출한 흔적은 있으나, 아이언메이스가 '다크 앤 다커'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단 증거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 앤 다커'의 요소들이 최씨가 넥슨 입사 전부터 생각해 둔 아이디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한 증거로 최씨의 메모 기록이 법정 내 모니터로 공개됐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넥슨 입사 전부터 생각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게 'LF'이고, 당시 넥슨 경영진은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을 만들으라고 최씨를 압박해 결국 프로젝트를 드랍시켰다"라고 주장했다.

'LF'가 'P3'로 된 이후에도 넥슨 경영진이 관심을 주지 않으며 프로젝트를 드랍시키려는 압박을 줬다고 아이언메이스 측은 전했다. 그리고 최씨가 경영진에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넥슨 측 주장처럼 프로젝트를 유출해 독립하려는 의도는 아니란 것이다.

아이언메이스는 경찰로부터 몇 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적이 있다. 압수수색 결과 유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에 넥슨은 아이언메이스가 잘 숨겼다는 입장이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불시에, 그것도 두 번의 압수수색에서 단 하나의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실제로 최씨가 넥슨의 어떠한 자료도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게임의 저작물에 대해 아이언메이스 측은 "기술적으로 구현되지 않았고, 구현될 예정도 아닌 부분까지 게임의 저작물로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대법원은 게임의 저작물은 구동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구현된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넥슨 내부에서 개발됐으나 공개되지 않은 요소와 개발됐을 요소까지 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은 부당하단 취지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다크 앤 다커' 선행게임이 'P3' 외에 없단 넥슨 측 주장에 대해 '헌트쇼다운',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를 제시했다. '타르코프'와 '헌트쇼다운' 등 다른 게임들을 참고하고, 최씨가 오랫동안 생각한 요소를 합친 게 '다크 앤 다커'란 주장이다. 그러면서 중세판타지, 던전, 횃불 등의 요소는 이미 흔한 게임 요소라 강조했다.

그러면서 "넥슨 주장의 근본적인 한계는 아이언메이스가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유'했거나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없으며, 사용했단 증거도 없고, 보유했단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넥슨 주장이 부당하다며 '카트라이더'와 닌텐도 '마리오카트'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출발선 체크 무늬, 머리 큰 캐릭터, 카트 사용, 아이템 박스의 물음표, 화면에 노출되는 맵 등이 유사하단 것이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이런 식으로 비교하면, 어떤 게임도 새로 만들 수 없다"며 "어떤 게임도 선행게임을 침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아무것도 넥슨에서 들고 오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 디렉터로서 체화한 것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최씨가 지식으로 체화된 선행게임의 추상적 아이디어를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원고(넥슨)가 권리를 갖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살펴야 할 거 같다"며 다음 재판 날짜를 7월 18일로 정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넥슨 관계자는 "아이언메이스 측이 넥슨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의 영업비밀 자료를 무단으로 대량 유출하고, 유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동일한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여 영업비밀 및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부정경쟁행위 관련해선, 올 초 가처분 사건에 대한 결정문에서 법원은 채권자(아이언메이스)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사의 이익 침해를 넘어, 게임업계는 물론 더 나아가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제작 영역과 관련 생태계 자체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다"며 "우리나라 게임사들의 건전한 개발문화가 훼손되지 않기를 기대하며, 추후 진행될 변론 기일에도 성실하게 준비해서 본안소송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이언메이스 관계자는 "앞으로 철저한 증거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실히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한편, '다크 앤 다커'의 안정적인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