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진행된 E3에서 처음으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한 '사이버펑크 2077'은 전 세계 유저들의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미디어와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매우 매력적인 세계관과 비주얼, 시스템적인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모든 매체는 하나같이 '놀랍다'는 반응으로 귀결됐다.

다만, 문제는 그 안에 내가 없었다는 것이다. 굉장하다는 반응과 놀랍다는 반응을 들어도 그저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매우 한정된 기회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이었고, 영상 유출 또한 철저하게 방지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게임을 기대하는 유저들 모두 애가 탈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입을 모아 '갓겜'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실체조차 감이 오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8월. 현지시각 21일부터 25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진행되는 '게임스컴 2018' 현장에서 다시 사이버펑크 2077을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이번 시연 또한 미디어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철저한 보안 속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그것도 2개월 전과는 달라진 내용으로 말이다.

ㄴ관련기사: [시연기] 올해 E3는 이걸로 끝났다, '사이버펑크 2077'

* '사이버펑크 2077'은 음성 한국어화 되어 출시됩니다. 다만, 정확한 출시일은 미정입니다.
* 개발사의 요청에 따라, 게임플레이 영상 및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3 2018 때와 비교해서 먼저 달라진 점은 남성 캐릭터가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여성 캐릭터로 시연을 진행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 캐릭터의 생성을 진행했다. 이후 진행되는 미션들도 지난번과는 달라진 내용을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CDPR이 시연 이후 공개한 신규 스크린샷에는 시연의 일부 장면이 담겨있었는데, E3에 참가한 사람들은 해당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E3 시연기에 적혀있는 '스케빈저의 습격'과 같은 장면은 확인할 수 없었다. 대신, 지난번에는 선보이지 않았던(아마도) 새로운 장면들이 자리했다.

본격적인 시연 시작과 동시에, 스케빈저들에게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한 미션이 시작된다. 시연자는 주인공인 V가 되어,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스케빈저의 작업장을 급습한다. 오래된 아파트와 같은 해당 장소에서는 장기를 적출 중인 적들이 곳곳에 있다. 이러한 장소에서 소녀의 생사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소녀를 빼내오는 것이 목표로 주어진다.

물론, 혼자서 적들의 본거지를 급습하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곁에는 동료 NPC가 존재하고 협력하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 분명 AI로 움직이지만, 서로의 협력 플레이가 요구되는 지점도 있다. 좁은 공간에서 포화를 내뿜는 적이 등장했을 때, NPC가 적을 상대하는 사이, 플레이어가 우회하여 적을 공격하고, 순간의 빈틈을 노려 NPC가 적을 제압하는 장면이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동료 NPC와의 협력은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구출 대상인 소녀를 발견하고 나서는 누가 소녀를 들 것이고 누가 엄호를 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선택 모두에 대사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시연에서 선택지를 고르는 과정을 시연자가 아닌 청중의 의견을 받아서 결정했음에도 모두 음성 대사가 출력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를 구출하고 난 다음 미션은 주인공의 자택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다양한 NPC와 세력에게 의뢰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여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자원, 재화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때로 의뢰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이버펑크 2077의 무대, 나이트시티에 있는 다양한 세력들 때문이다.

게임스컴의 시연은 바로 이 '세력들'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미션을 그린다. 세력 간의 관계 사이에서 주인공은 의뢰를 수행하고, 선택을 통해 각 세력과 NPC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연에서는 초기 미션 목표에서 계속해서 달라지는 과정,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변화를 담아냈다.


느닷없이 협박을 당하며 거대 세력의 일을 진행하게 된 주인공은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적들의 본거지에 찾아가면서 평화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전투를 진행하며 입구를 뚫고 올라갈 것인지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동시에, 의뢰 수행과정 중 만날 수 있는 사소한 오브젝트도 플레이어와 NPC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시연에서 메가 코프의 제품을 밀수하는 갱단을 만나며, 곳곳에 밀수한 지뢰들이 설치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지뢰는 그저 단순히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며, 최종 단계에서 플레이어의 결정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플레이어는 메가 코프가 원하는 물건을 얻고 나서 갱단과 전투를 벌인 것인지, 아니면 평화적으로 나올 것인지 결정한다. 여기서 지뢰를 폭파시켜 적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의 오픈 월드에서 만날 수 있는 오브젝트는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플레이어의 스캔과 선택에 따라 반응하고 달라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심지어 일촉즉발의 상황 직전까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한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의 모든 선택지는 의미가 있으며, 그에 따른 서로 다른 결과를 플레이어에게 경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선택과 시나리오, 미션과는 별개로 게임의 전투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전 시연기에서 다양한 무기, 개조를 통한 전략적 전투 등을 설명했는데, 이번 시연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투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지점은 도탄 되는 총알을 이용해서 은엄폐한 적을 공격하는 장면이었다. 총알의 진행 방향을 볼 수 있음으로써, 더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진다. 호흡이 빠른 FPS 전투에서 전략적인 활용도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부착물들은 무기 선택의 깊이를 강화한다. 자동으로 적을 추적하는 탄환이나, 충전해서 강력해지는 무기 등, 무기 사용법을 추가할 수 있는 요소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팔에 장착할 수 있는 멘티스 소드 등도 건재하다.

총기류가 아닌, 근접 무기도 이번 시연에서 새로이 등장했다. 시연에서는 카타나를 탈출 도중 획득하여, 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청중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관이 세계관인 만큼, 단순한 근접 무기는 아니며, 방어 시에 적의 총알을 반사할 수 있는 기능이 부착되어 있다.


무기 활용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FPS + RPG의 조합임에도 액션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이버펑크의 전투는 벽을 박차고, 뛰고, 불렛타임과 같은 순간적인 슬로우 모션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저 멋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미션의 마지막, 외골격 수트를 장착한 보스 캐릭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노리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플레이어는 약물을 활용하거나 더블 점프를 이용해서 보스의 뒤를 잡아야 하고, 방패를 먼저 공격해서 파괴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모습을 본다면, 적의 패턴과 공격 지점을 알아내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쏘고 죽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여기에 일인칭이기에 느낄 수 있는 현장감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협박을 당할 때의 긴장감, 머리를 두드려 맞았을 때, 화면 UI에 노이즈가 끼는 것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몰입감을 올린다. 시연 이후 생각해 봤을 때, 게임이 3인칭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과 같은 몰입감을 주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전에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던 기자들이 입을 모아 극찬했을 정도로 게임은 굉장하다. 그리고 스스로도 '알파 버전인 지금 시점에서도 굉장한 게임이다'라고 느끼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의미 있는 선택으로 넘치고 있으며, 일인칭임에도 감탄할만한 타격감, 비주얼을 선사한다.

사실, 이번 시연기도 아직 담아내지 못한 것이 많다. 시연을 마치고 뒷문으로 나서는 순간, 모든 기자의 표정은 한결같이 놀라움으로 차있었다. 사이버펑크 2077은 그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게임이다. '왜 이게 알파 버전이지?'라는 물음이 들 정도로 현재 시점에서의 완성도도 놀랍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더욱 기대할 가치가 있다.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며, CDPR의 목표가 매우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