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지텍도 드디어 광 스위치 마우스가 나왔다! 드디어 더블클릭 이슈 해방? '로지텍 G502 X'

저 또한 많은 게이머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성비의 게이밍 마우스 '로지텍 G102'로도 충분하다고 외친 세월이 꽤 됩니다. 이러한 시각은 사용하던 G102가 망가졌다거나 질렸다 등의 문제로 바뀐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는 역체감 때문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리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초경량 마우스를 1주일 간 테스트하게 될 일이 생겼고, 테스트를 마친 후 G102를 쥐니 거의 족쇄 수준이더라고요. "금방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5년 지기 파트너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까워지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가벼운 마우스를 찾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몇몇 기업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매력적이었다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마우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광학식 스위치(이하 광 스위치)'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광 스위치는 기존 기계식 스위치와 다르게 물리적인 접촉없이 입력이 되는 방식을 따르는 제품입니다. 고가의 마우스들에서 광 스위치를 채택하기 이전의 시장은 그야말로 랜덤 게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문제없이 몇 년 간 사용 중이라고, 만에 하나 망가져도 이 제품을 또 살 의향이 있을 정도로 인생 마우스라 외치는 A 유저도 있지만 똑같은 제품을 두고 A/S 일주일 만에 또 고장이 났다는 B 유저가 공존하는 시장이었으니까요. 더 재밌는 건 이러한 대화에서 그 누구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게이밍 마우스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역시 더블클릭 현상이겠습니다. 클릭할 때마다 물리적인 접촉이 일어나는 기존의 기계식 스위치를 탑재한 마우스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고, 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축복받은 손을 가진 게이머들은 스위치를 직접 납땜하여 자가 수리와 동시에 평소 사용해 보고 싶었던 스위치를 갈아끼우기도 할 정도이며, 이에 특정 브랜드에서는 손쉽게 스위치를 교체할 수 있는 고가의 마우스를 출시하기까지 합니다. 똥손인 저에게 전자는 어림도 없고 후자는 대단하다고 생각은 들었으나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습니다.

▲ 로지텍의 하이브리드 광 스위치, '라이트포스(LIGHTFORCE)'

사실 옆 동네인 키보드 시장에서는 광 스위치를 취급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각개의 스위치마다 소리와 느낌이 모두 다른 정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스위치에 비해 잔고장이 압도적으로 적고 수명은 두 배가량 높으며 관리가 용이하고, 무엇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키보드 스위치나 브랜드에 큰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제품 대량 구매가 필요한 PC방에서도 광축 키보드를 쉽게 만날 수 있었죠.

"빠른 입력 속도와 2배의 수명을 갖춘 광 스위치가 게이머에게 잘 어울린다"라는 시장의 인식 덕택에 키보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글로벌 게이밍 주변기기 브랜드에서도 자사의 광축 스위치가 탑재된 키보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 제품이기에 과거만큼 가성비가 좋다고 얘기하긴 힘들겠지만 앞서 언급한 광 스위치의 장점 덕택에 "게이밍 키보드, 마케팅 용어 아니야?"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다시 마우스로 돌아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스위치의 크기는 절반, 아니 그 이하에다가 무게에 있어 비교적으로 자유로운 키보드와는 다르게 마우스는 경량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주관적이지만 손으로 드는 물건의 경량화는 새로운 기술 지원만큼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인즉슨, 키보드만큼 적정 수준의 단가를 맞추기엔 쉽지 않다는 얘깁니다.

▲ 경량화도 제품의 사양! 초경량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로지텍 G Pro X 슈퍼라이트(지슈라)'. 남자는 핑크입니다

유선 제품일 경우엔 8만 원 정도, 무선 버전의 경우엔 최소 15만 원 정도에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의 광 스위치 마우스들. 다소 부담이 느껴지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브랜드들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니, 취급하고 있는 광 스위치 게이밍 마우스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신제품 출시 초기엔 재고 부족으로 웃돈을 주고 혹은 해외 직구를 불사하고 구매하는 게이머들이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격이 좀 높더라도 잔고장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더블클릭 이슈로부터 자유로우니까요. 첨언하자면 기계식 키보드도 더블클릭과 흡사한, '채터링(Chattering)'이라는 중복 입력 현상이 있습니다. 종종 고가의 특수 주문 스위치에서 호환성을 원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죠.

다만 이분법적으로 따지자면 채터링 현상이 발생하는 키보드를 사용하다 보면 약간 길들여(?) 집니다. 물론 짜증 유발 요소기 때문에 빠른 조치를 취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동의를 하지만, 1분 1초가 급박하여 당장 교체를 해야 된다 정도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A키에 채터링이 걸렸다면, 적응이 빠른 게이머의 경우 이틀 만에 A키를 누를 때마다 백스페이스 키에 손이 저절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마우스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키보드의 A키와 AA키의 차이는 A를 한번 눌렀는지 두 번 눌렀는지의 차이지만 마우스는 1회 클릭과 더블클릭의 입력 값이 아예 다른 도구기 때문입니다. 이는 게임에서의 문제는 고사하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상에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 검은색과 흰색, 유선과 무선 그리고 무선+LED 지원 버전까지. 총 6종으로 출시된 '로지텍 G502 X'

말이 너무 길었는데, 하고 싶은 얘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우스에 큰 관심이 없거나 G102로도 충분한 유저가 아니라면 광 스위치의 마우스를 한번 고려해 보시라는 내용입니다. 또 하나는 마우스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로지텍 다 좋은데 더블클릭, 그것만 어떻게 해결이 안 되나?"라는 얘기가 오간 지 몇 년이 됐는데, 드디어 그 문제를 종결시킨 마우스가 올해 4분기에 출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로지텍 G502 X 3종'이 그 제품인데, 사실 저는 이 마우스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제 파지법과 손 크기를 고려했을 때 제품 크기가 작게 느껴지는 편이거든요. 다만, 2022년부터 이제 로지텍도 광 스위치가 탑재된 마우스를 생산한다는 점이 기대되는 바입니다. 현재 브랜드에서 취급하고 있는 마우스들 중에 그대로 광 스위치만 탑재해서 출시되면 구매 리스트 1순위로 올릴만한 제품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전부 광 스위치 마우스를 생산하고 있을 때, 왜 그때 로지텍에서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왜 후발 주자를 자처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기술력의 한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2023년엔 로지텍의 광 스위치, '라이트포스(LIGHTFORCE)'가 탑재된 다양한 로지텍 마우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이는 연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