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시리즈의 개발사 문 스튜디오의 신작 액션 RPG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가 지난 19일, 얼리액세스를 실시했습니다. 작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특유의 비주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습니다. 오리 시리즈의 개발사 아니랄까 봐 비주얼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었죠.

물론 비주얼이 전부인 게임이란 건 아닙니다. 전작인 오리 시리즈가 독창적인 비주얼에 더해 완성도 높은 레벨 디자인으로 호평받은 것처럼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역시 소울라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정교한 액션과 다양한 옵션의 장비를 파밍, 조합해 나만의 빌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얼리액세스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스팀 평가는 이러한 호평과는 반대로 여러모로 애매합니다. 19일 얼리액세스 출시와 동시에 스팀 전 세계 최고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몇 차례 핫픽스가 진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복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거죠. 물론 나름 합리적인 평가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QA를 한 건 맞나 싶을 정도로 치명적인 발적화와 버그 때문입니다.

흔히들 게임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게임명: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4.4.19
리뷰판: 얼리액세스 빌드
개발사: 문 스튜디오
서비스: 프라이빗 디비전
플랫폼: PS, PS5, XSX|S
플레이: PC


재밌는 거 X 재밌는 거 = 이건 무조건 재밌다

제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발적화와 버그가 심각하다면 흥미가 가지 않기 마련입니다. 프레임이 요동치는 건 예사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버그가 산재하니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요. 물론 게임 그 자체가 재미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최적화나 버그는 시간을 들이면 고칠 수라도 있지만, 게임이 재미없다는 건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니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아직 희망이 있어 보였습니다. 발적화와 버그에도 불구하고 정식 출시까지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 소울라이크 좀 해봤다하는 유저라면 여러모로 익숙할 전투 시스템이다

이는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투와 파밍 2가지 요소에 대해 각각 그쪽으로 정평이 난 게임들의 핵심을 거의 완벽하게 가져와서 녹여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소울라이크식 전투 시스템에 디아블로식 파밍 시스템을 접목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쿼터뷰이기에 얼핏 핵앤슬래시를 떠올리기 쉽지만,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전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소울라이크에 가깝습니다. 공격이나 회피 등 행동 하나하나에 스태미나가 닳는 것부터 강적이나 보스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죽고 또 죽으면서 패턴을 익혀야 하는 것까지 소울라이크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방식이죠. 이렇게만 놓고 본다면 쿼터뷰 소울라이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에 녹아든 소울라이크 요소는 어디까지나 전투 시스템에만 국한됩니다.

▲ 화톳불 역할의 세림의 속사임이라는 게 있지만 어디까지나 세이브 포인트 역할에 그친다

재화이자 경험치 역할을 하는 소울이라는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세이브 포인트인 화톳불 개념으로 세림의 속삭임이라는 게 있지만, 어디까지나 세이브 포인트에 그칩니다. 쉰다고 해서 체력이 차는 것도 아니고 몬스터가 생성되지도 않습니다. 회복 수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소울라이크는 회복템이 제한적일뿐더러 보충하려면 화톳불에서 쉬어야 하죠. 그렇기에 체력이 아슬아슬하거나 보스전에서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잡몹들을 상대하면서 일일이 회복템을 써서야 회복템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그러한 제약이 없습니다. 필드에서 채집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서 회복템으로 쓸 수 있는데 인벤토리만 넉넉하다면 수십 개도 넘게 들고 다닐 수 있죠. 정통 소울라이크와 달리 회복템마다 쿨타임이 있기에 연속으로 쓸 수 없다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회복템을 수십 개나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여러모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패링을 성공했을 때의 손맛이란

이처럼 여러모로 정통 소울라이크라고 하긴 어려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지만, 손맛 하나만큼은 확실했습니다. 처음에는 쿼터뷰라는 시점으로 인해 소울라이크 방식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잘 살렸겠어 싶었지만, 이러한 생각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죽고 또 죽으면서 패턴을 익히고 공방을 주고받는 그 모든 것들이 제가 지금껏 즐겨온 소울라이크의 전형에 해당했던 거죠. 시점만 다를 뿐 소울라이크가 추구하는 액션의 정수가 제대로 녹아든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파밍 요소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파밍 시스템은 디아블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흰색, 파란색, 보라색, 그리고 전설 등급인 노란색 4개 등급이 존재하며, 전설 등급을 제외하면 똑같은 등급의 똑같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저마다 옵션이 다른 그런 형태를 말이죠.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는 만큼,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에서 빌드를 구성하는 재미는 상당합니다.

▲ 이런 식으로 방어, 반사 옵션이 달린 장비들을 세팅하면

▲ 막는 게 더 강력한 반사 빌드를 만들 수도 있다

얼리액세스임에도 집중력 회복 옵션과 피해를 입힐 시 체력 회복 옵션이 붙은 장비들 위주로 세팅해서 핵앤슬래시에 가까운 형태로 각종 스킬을 난사하는 빌드부터 방패로 막기만 하면 알아서 대미지를 반사하는 반사 빌드까지 벌써부터 수많은 빌드들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새로운 빌드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이러한 파밍, 빌드 요소는 얼핏 소울라이크 방식의 전투 시스템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지만,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이 2가지 요소마저도 훌륭하게 접목했습니다. 게임을 핵앤슬래시로 변질시키는 게 아닌 소울라이크 방식의 전투 시스템이 지니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로서 작용하도록 한 겁니다.

▲ 온갖 빌드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다

물론 아직은 다듬을 부분이 많아 보이긴 했습니다. 메커니즘 문제인지 효율이 좋아도 너무 좋았던 건데요.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도가 아니라 패턴을 파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강력해져서 무지성 스킬 난사만으로도 보스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조차도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매력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겠으나 방향성을 잃게 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소울라이크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포기한다면 모를까 전투의 재미와 파밍, 빌드의 재미를 모두 가져가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는 밸런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 문제는 강해도 너무 강하다는 것, 밸런스 패치가 시급해 보였다


얼리액세스는 면피용 방패가 아니다


이렇듯 재미 하나는 확실한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지만, 구매를 권유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발적화와 버그가 그 주인공입니다. 최적화의 경우 얼리액세스 출시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합니다.

리뷰에 쓴 PC의 경우 2070 그래픽카드로 고사양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어지간한 게임은 그래도 중상옵 정도로 해서 이렇다 할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음에도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최저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 품질 프리셋 - 성능 중시로도 30프레임을 간신히 유지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발적화가 심한지는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턴제 RPG라거나 한다면 그래도 나을지 모릅니다. 프레임이 급락하거나 끊기는 게 거슬리긴 하지만 그로 인해 죽는다거나 하는 등의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액션 RPG, 그것도 보스의 공격을 한두 방이라도 맞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게임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출시 당일에는 프레임 급락이 빈번하게 발생해 보스의 공격을 뻔히 보고도 피하지 못해 죽는 게 허다했을 정도였죠. 심지어 패링은 3~4일은 지나서 핫픽스가 진행된 후에야 제대로 써볼 수 있었습니다.

▲ 출시 당일에는 프레임 급락으로 예측 회피를 해야 했다

발적화도 발적화지만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습니다. 각종 크래시와 버그입니다. 얼리액세스라는 점을 감안해도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의 크래시, 버그는 심각한 편이었습니다. 자잘한 버그부터 플레이를 방해하는 심각한 버그까지 다양했죠.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예시를 들겠습니다.

1. 윈도우 백신이 실행 파일을 바이러스로 인식해서 삭제
2. 갑자기 창살을 통과해서 갇힘, 일부러 죽어서 탈출
3. 크레인을 움직여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대로 회전하지 않아서 진행 불가, 버그를 이용해 진행
4. 인벤토리에 있는 장비를 파괴했더니 같은 부위의 장착한 장비도 파괴됨


대충 기억에 남는 버그만 해도 이 정도나 됩니다. 그나마 백신이 실행파일을 바이러스로 인식해서 삭제하는 건 해결됐지만, 나머지는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죠. 얼리액세스인 만큼, 최적화 문제나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그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 버그로 진행이 막혔다? 그렇다면 버그를 이용하면 된다

핫픽스를 통해 빠르게 최적화 문제를 개선하고 버그를 해결함에도 마냥 좋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면 얼리액세스 전에 QA 과정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는 없었던 걸까 싶은 거죠. QA 인원이나 시간이 부족해서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데모를 배포하면 될 문제니까요. 그렇지 않고 얼리액세스로 냈다는 건 여러모로 개발사가 유저를 상대로 돈은 돈대로 받고 무료로 QA까지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문 스튜디오는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의 역작이 '복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리라는 것을


지금은 추천하기 어려운, 그러나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

정리하자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분명 취향이 맞는 유저들에게는 미친 듯이 파고들 정도의 재미를 제공할 그런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보통 2가지 요소를 접목한 게임들을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게임이 나오기 마련인데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각각의 요소가 그야말로 엄청난 시너지를 낸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게 곧 지금 당장 이 게임을 사라는 의미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사려고 하는 유저가 있다면 뜯어말리고 싶을 정도인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게임을 산다는 건 돈은 돈대로 쓰고 유저 피드백이라는 명분 아래 무료로 QA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분량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재 공개된 건 1챕터 정도의 분량으로 완성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굳이 지금 당장 살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빠르게 핫픽스를 진행한 덕분에 '복합적'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스팀 평가가 바뀐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죠.

▲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얘기하면 결국 망겜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추구하는 재미 하나 만큼은 확실한 점에서 앞으로가 기대됐죠. 알다시피 얼리액세스 출시한 게임이 재미없다면 그건 사실상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을 아예 뜯어고쳐야 한다는 건데 어지간한 대형 게임사들도 힘든 일이죠. 하지만 최적화와 버그, 그리고 분량은 다릅니다. 지금 당장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지만,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 그런 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결국 한마디로 말하자면 '노 레스트 포 더 위키드'는 지금은 추천하기 어렵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리액세스 초기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화를 내면서도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만큼, 정식 출시때는 이러한 아쉬움들을 해결한, 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