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와우의 과거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도적 A씨 : 필비……. 탱킹용으로 쓴다고 전사가 먹어버린 내 필비…….

드루 B씨 : 별이 되었지…….

흑마 C씨 : 자판기. 생기고 나서 인생역전~

전사 D씨 : 용개론 먹으려고 혈장을 1000바퀴쯤 돌았나? 못 먹었지만.

성기사 E씨 : 너프 전 미미몬드. 도대체 불길때문에 힐 한번을 못해!




아제로스의 세계가 열린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부터 와우를 시작한 유저도 많지만 오리지널,
그것도 베타 테스트 단계부터 아직까지 와우를 떠나지 않은 사람도 많은 편입니다.

기자 역시도 베타 테스트 단계부터 와우를 즐겨온 ― 이른바 와우에 영혼이 묶인 한 사람일 정도로요.


주변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 와우에 귀속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힘들었던 시절부터 주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은 『나름 즐거웠던 시절이었다』라는 것이죠.





▲ 이 녀석은 솔직히 좀 트라우마





괴로웠던 기억은 마모되고,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도 와우에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을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그러한 즐거움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와우를 오랜 시간동안 두루 겪어왔던 유저일수록 과거의 향수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워크래프트 3에서 이어진 스토리의 종지부를 찍는 3.3 패치를 앞둔 지금,
현재의 와우를 있게 했던 과거의 주요 키워드를 몇 가지 살펴보면서 과거의 와우는 어떠했었고,
앞으로 어떻게 와우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Key 1. Raider - Chosen, Rex, Nihilum


와우가 시작되고, 1.1 패치로 『공격대 던전』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났지만,
어그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국내의 유저들에게 레이드는 그야말로 허공 잡는 이야기였습니다.

패치 노트에 공격대 던전이 나왔다는 말에 40명을 채워서 도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입구에 있는
수호병이나 용암거인에도 휩쓸려 전멸하기 일쑤였고, 간신히 보스 몬스터에 도달하면 패턴에 적응하지
못해 전투 시작 30초도 안 되서 바닥의 뼈다귀로 환원되는 공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게 일상다반사…….




▲ 용암 거인 트라이 몇 번 해보고 박살난 공격대도 부지기수




하지만 국내의 츄즌 길드가 세계 최초로 오닉시아를 쓰러트린 것은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츄즌의 성공을 바탕으로 수많은 길드 혹은 공격대들이 무시무시한 레이드 던전에 도전을 거듭하였고,
물약을 열심히 빨면서 몬스터를 집단으로 두들기던 단순한 플레이가 아니라 적의 패턴을 분석하고,
구성원의 역할을 배분하여 체계적인 공략을 수행하는 게임 방식이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공격대라면 클랜 렉스,
다른 이름으로는 아즈레이더라고 불리는 길드가 있었습니다.

한때 워크래프트 3와 관련한 대회나 WOW 관련으로 게임방송에서 활동하던 장재영(Fherui) 씨가 이끌던
렉스는 국내 최초로 라그나로스와 네파리안을 쓰러트리는 등 상당한 위업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레이드에 도움이 되는 체계적인 공략 및 분석을 제공하였던 것으로도 많은 명성을 얻었습니다.




▲ 체계적인 공략을 했던 아즈 레이더




하지만 워크래프트 대회와 관련된 맵 조작 사건과 길드 내부에서의 불화 등으로 인해
렉스는 오리지널 후반즈음부터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이 시작되면서
레이드 계의 선두주자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 최강(?!)의 탱커 쿤겐(Kungen)이 이끄는
니힐럼(Nihilum)입니다.

니힐럼은 불타는 성전의 레이드 대부분에서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유저들 사이에서는 니힐럼의 수장인 쿤겐과 관련한 온갖 루머와 함께 『쿤겐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숭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게 됩니다.




▲ 오오 쿤겐신 오오




니힐럼은 항상 최초로 공략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상당히 많이 제공하는 것으로 인기가 높았는데, 불타는 성전 후반에 들어서 그 기세가 한풀 꺾이고
이런 저런 통합 과정으로 엔시디아(Ensidia)라는 새로운 공격대로 재탄생 하면서 예전과 같이
모든 네임드를 최초로 공략에 성공한다거나 하는 압도적인 포스는 사라진 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세계 최초로 십자군 사령관의 시험장 최종 보스인 아눕아락을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공략하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아직 죽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엔시디아




3.3 패치에 등장할 얼음왕관 성채에서 리치왕을 가장 먼저 잡는 자가 누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
『쿤겐이 아서스를 때려 죽이고 새로운 리치왕이 될거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와우 레이드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엔시디아.

앞으로 그들은 얼마나 공격대 몬스터를 괴롭히게 될까요?




Key 2. Raid Breaker - 벨라스트라즈, 4기사단, 구르토그


공격대 던전을 공략하다보면 때때로 최종 보스보다 어려운 몬스터가 있습니다.

혹자는 그것을 『진짜 보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공격대 파괴자』라는 말이 사람들에게는 더 친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 기자가 있던 공격대는 오리지널 때 사피론에 막혀서...





특히, 오리지널 때부터 레이드를 즐겼던 유저라면 누구나가 치를 떠는 몬스터가 있으니
바로 검은날개 둥지에 등장하는 『타락한 벨라스트라즈』입니다.

다른 보스들과 달리 30%라는 생명력에서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마나와 분노와 기력을 무한정 쓸 수 있는
『적색의 정수』라는 초강력 효과를 전투가 시작하면서 걸리는데도, 수 많은 공격대가
벨라스트라즈의 벽에 부딪혀 부서지고, 부서지고, 또 부서졌습니다.





▲ "나도 죄값을 치룰 것이다"는 그야말로 지옥의 대사





이러한 공대 파괴의 계보는 이후 등장한 낙스라마스(구 낙스)의 4기사단이나 타디우스, 패치워크 등으로
이어졌고, 불타는 성전에서는 검은 사원의 구르토그 블러드보일, 일리다리 의회, 태양샘의 브루탈루스
등으로 계속 이어져 유저들에게 악명을 떨치게 됩니다.




▲ 정말 구토나게 힐했던 구르토그




리치왕의 분노 초기에는 리뉴얼된 낙스라마스나 흑요석 성소, 아카본의 공격대 던전이 너무 쉬워서
그 다음으로 나온 울두아르는 나름 어렵게 제공되었고, 알갈론이나 미미론 같은 공격대 파괴자 몬스터도
존재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연속된 너프를 당해 과거의 악명 높은 공격대 파괴자로서의
포스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 칼퇴근 공무원 알갈론. 예전같은 포스는 사라진지 오래




이번 3.3 패치에는 상당히 많은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과연 그 중에는 얼마나 많은 공격대 파괴자가 존재하고 있을지
고난이도의 레이드를 바라던 하드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Key 3. Named - Drakedog, Vurtne, Jamaz, PAT, Musso

파괴 흑마의 신
법사의 교과서
성기사의 모범
전사의 표본
드루이드의 선구자


일부는 그들을 가리켜 『네임드』라고 부르며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찬양을 합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평범한 컨트롤이나 일반적인 플레이 방식에 불과하지만, 이들 ― 네임드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플레이는 와우를 즐기는 유저들의 패턴을 180도 바꾸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Drakedog ― 속칭 용개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은 편이 아닌 파괴 특성의
흑마법사를 가지고 멋진 영상과 화려한 컨트롤, 그리고 기상천외한 기계공학의 활용 등을 통해
현재 와우 PvP계의 한 획을 그었다고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드루이드 네임드인 Musso가 선물했다고 알려진 용개 일러스트
실제 PvP 동영상 서두에 삽입되기도 하였다.




또한 Vurtne와 같은 네임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아이템의 특수한 활용이나
PvP에서의 임기응변 능력, 뛰어난 대응능력 등 많은 마법사 유저들에게 교본이 되었습니다.




▲ 현재 수많은 마법사의 PvP에 영향을 준 Vurtne




이들 외에도 와우에는 쟁쟁한 네임드 유저들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한물 간 왕년의 스타 정도로 취급을 받지만 이러한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의 네임드 플레이어들을 통해서 미래의 새로운
네임드 플레이어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 암사도 제발 화끈한 네임드 좀...(굽신굽신)





Key 4. End Item - 우레폭풍, 이상의 종말, 용뼈, 죽선


와우를 하다보면 『정말로 갖고 싶다』라고 느껴지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우레폭풍 - 바람추적자의 성검』이 대표적입니다.
지금도 우레폭풍을 만들기 위한 퀘스트 아이템을 얻기 위해 화산 심장부를 헤매는 유저들이 종종
보일 정도로 우레폭풍은 오리지널을 대표하는 아이템이었고, 현존하는 와우의 무기 중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 위엄 최고의 우레폭풍




이처럼 모든 이의 선망을 받은 아이템이 있었던 반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아이템도 존재했습니다.

오리지널 시절의 낙스라마스에서 등장한 『이상의 종말』은 그 대표적인 예로,
당시 야성 드루이드에게 최고의 무기이자 거의 유일에 가까운 무기였던 이상의 종말이
둔기 사용 캐스터에게도 엔드 아이템에 가까웠기 때문에 생겼던 분쟁은 한 공격대가
거의 와해될 정도의 타격을 입히기도 했습니다.




▲ 어쩌면 가장 이름에 걸맞는 아이템일지도




하지만 불타는 성전이 등장하면서 어떤 아이템은 어떤 직업 전용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자유로운 입찰 문화와, 골드 파티가 활성화 됩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막공이 꾸려지게 되었고, 그러한 막공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던 아이템은
『용의 뼈 전리품』이라는 장신구였습니다.




▲ 아지노스가 있어도 용뼈가 없으면 루저 취급을 받기도...




높은 발동 확률과 우수한 효과는 물리 딜러 클래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러한 특정 장신구의 선호 풍조는 십자군 사령관의 시험장 4네임드에서 드랍되는 죽음의 선고 혹은
죽음의 선택, 통칭 죽선이라고 불리는 장신구로까지 이어져 골드 막공에서 수만골을 호가하기도 했습니다.




▲ 현존 장신구 중에서 물리 딜러에게 최고인 죽선



3.3에서는 새로운 레전드리 아이템 어둠한이나 그 외에도 강력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다수 등장하는데,
과연 이러한 아이템 중에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것이 등장을 하게 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ey 5. Nick Name - 정수기, 사탕공장, 별이 되다 등등…….


와우에 등장하는 많은 직업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별명은 그 직업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어찌보면 그 직업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도있습니다.


마법사를 지칭하는 정수기라는 별명은 지금처럼 식탁 하나만 펼치면 되던 것과 달리,
인벤토리를 가득 채워서 공격대원에게 배급하던 시절에 붙은 별명입니다.

2.3 패치로 『원기 회복의 식탁』이 나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마법사는
레이드나 파티를 하기 위해 빵공장이나 식수 정화시설이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흑마법사의 사탕공장도 생명석이 자판기 형태가 되기 이전에 붙은 별명으로,
미리 만들어서 뿌리는 마법사보다 더 고생스럽게 하나씩 만들어서 배급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특히, 흑마법사의 숫자가 적었던 오리지널 때는 레이드를 한 번 가면
생명석 만들기-거래-생명력 전환-영혼 흡수의 무한 반복 작업을 하기도 했지요.



▲ 현실이 이랬습니다.(썅또끼 님의 카툰 中)




지금은 남아도는 직업 중 하나인 드루이드도 오리지널 때까지만 하더라도
희귀한 직업일 정도로 암울한 시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 처절할 정도로 성능이 나빠서였죠.


다른 직업들은 와우를 그만둘때 『접는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유독 드루이드만큼은 『별이 된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인데,
아래의 채팅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해 줍니다.



[공격대장][공대장냠냠] 버프 하시는 분들은 각자 파티 담당해서 버프 넣어주세요. 버프 끝나고 풀탐 후에 라그 들이댑니다.

[5. 들후채널][김드루] 김드루님이 1파에서 4파까지 발바닥 돌리세요.
[5. 들후채널][김드루] 네, 그러면 김드루님이 5파에서 8파까지 발바닥 하시면 되겠네요. 탱커 가시는 제가 돌릴게요.
[5. 들후채널][김드루] 그럼 오늘도 들후들 파이팅입니다!
[5. 들후채널][김드루] 네!


[5. 들후채널][공대장냠냠] ...
[5. 들후채널][공대장냠냠] 김드루님, 이번달엔 꼭 신입 드루 구할게요 T_T


[5. 들후채널][김드루] 네 T_T


※ 주 : 실화입니다.



때려도 때려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죽지 않아서 생긴 성기사의 별명이나,
누구보다 빠르게 파티 모집에 귓말을 보내려다가 생긴 오타가 만들어낸 도적의 별명 등,
조금 기분나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일상적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직업들의 별명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와우가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되면 새롭게 바뀌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별명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할텐데 어떠한 재미난 별명이 그 직업의 특징을 나타내게 될까요?








지금까지 와우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몇가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떠한 키워드는 역사의 뒤로 사라지기도 했고, 어떠한 키워드는 새롭게 생겨나기도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와우를 상징하는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치왕 아서스를 쓰러트리기 위한 마지막 도전이 시작되는 3.3 패치.

대격변의 그 순간이 찾아오는 그날까지 새로운 키워드는 생겨날 것이고,
와우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각자의 추억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와우에서 가장 기억나는 단어가 무엇인가요?






WOW Inven - Its
(its@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