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불 반도를 넘어 장가르 습지대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더딘 레벨업 상황이었지만, 현재 20대 사람들은 느껴보지 못한 체험이었기 때문에 급한 마음을 먹지 않고 게임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픈 직후의 지옥불 반도도 극복해내지 않았던가? 시간이 지나 사람이 많이 흩어진 지금 상황에선 그때에 비하면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템 또한 저번에 비해 훨씬 좋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로 퀘스트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받을 수 있는 모든 퀘스트를 받은 후, 미니맵을 열었더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넓은 맵을 촘촘하게 뒤덮은 알림 들은 또 한 번 막막하게 다가왔다.

▲ 지옥불 반도 졸업 후, 자신감이 충만한 기자

▲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지옥불 반도와 별 차이 없는 상황의 습지대
선빵필승, 선타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약육강식의 세계

편하게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을 거란 기자의 예상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세나리온 야영지에서 정비를 마치고 죽음의 늪으로 히드라 몬스터를 처치하러 갔으나 남아있는 녀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멸종을 걱정해야 할 것 같은 히드라들이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전략을 수정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퀘스트를 수행하면 아무리 즐기고자 하는 게임이지만 시간 대비 효율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잠을 청한 뒤. 사람이 많이 빠졌을 새벽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물론 새벽을 지새우고 출근을 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내일의 일은 내일의 내가 한다. 지금은 불타는 성전을 재밌게 즐기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 습지대 상황 또한 지옥불 반도와 다를 게 없었으니...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었고, 필드의 몬스터를 많은 부분 독식할 수 있었다. 하나 잡고 2~3분 기다리던 시간대와는 차원이 다른 완료 속도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퀘스트를 처리해 나가던 와중, 습지대에 어울리는 퀘스트를 많이 만났다.

뱀장어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하다니! 항상 육지 위에서만 퀘스트를 수행하던 예전과 달리 꽤 신선한 요소로 다가왔다. 물론 이 생각은 1분을 넘어가진 않았다. 물속에선 음식도 먹지 못하며 이동속도 또한 수영하듯 느릿느릿 해졌기 때문이다. 저 앞에 몬스터를 잡기 위해 거북이 보다 못한 속도로 헤엄쳐 가고 있는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기 시작했다.

▲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던 수중 전투, 얼마 가지 않아 귀찮게만 느껴졌다.


또한 습지에 자라는 버섯들과 다양하고 기괴한 식물들을 채집하는 퀘스트들도 많았다. 인상 깊었던 건 스포어가르 지역 퀘스트. 나가들과 오우거들로 인해 장가르 습지대의 생태계가 파괴되며, 버섯이 줄고, 이를 주식으로 삼던 수령군주가 버섯처럼 생긴 스포어링을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덩치도 산만한 녀석들이 왜 많고 많은 음식 중에 버섯을 먹는지 이해가 안가고, 부탁도 귀찮았지만 평판과 던전 선행 퀘스트를 인질로 잡고 있는 스포어링을 일단은 도와주기로 했다.

스포어가르 지역 주변으로 넓게 오우거들과 수령군주 몬스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지역도 넓고 개체수도 많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면 와우가 아니었다. 이젠 퀘스트 아이템이 드롭이 잘 안된다. 오우거 녀석들에게 버섯을 뺏고, 수령군주에게선 덩굴손을 강탈하는데 쌓아올린 시체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꼭 이렇게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라고 묻고 싶어졌다.

▲ 덩치도 산만한 애들이 왜 이렇게 버섯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걸 먹어!


장가르 습지대의 첫 던전, 강제 노역소
이젠 던전까지 수영해서 가야한다

▲ 노역소의 위치가 심상치가 않다.

강제노역소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다섯 영웅들이 뭉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경험치로 날 사려는겐가?" 라고 하기엔 주는 경험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 난이도의 던전이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쾌속 전진을 시작했다. 두 번째 네임드인 로크마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네임드를 공략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연발 물화살' 이라는 기술이다. 파티원 전체에 강력한 대미지를 입힌다음 체력이 모두 채워지기 전까지 도트 대미지를 주는 디버프를 건다. 가벼운 생각으로 왔던 다섯 영웅들은 영문도 모른 채 조금씩 체력이 없어지며 전멸하고 말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와우 인벤 던전 DB'이다. 파티의 힐러님이 바로 공략을 찾아보시고 나서 문제를 인지한 뒤, 우리는 덩치 큰 소라게를 손쉽게 요리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애드가 나서 몇 번 전멸하긴 했지만 별문제 없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 체력을 끝까지 채우지 않는다면 도트 디버프에 사망한다.

▲ 기자는 여기서 석궁을 먹었다. 꺼억~


정예 몬스터 처치 퀘스트, 리젠쿨이 정말 길다!
담배 한대 피고 와도 안나오는 몬스터들. 기다리다 지친다.

▲ 6분이 넘는 젠타임. 정예몹 리젠쿨 개선 좀 해주세요!

우연치 않게 정예 몹 퀘스트를 하던 유저분과 만나게 돼서 그 주변 몬스터 처치 퀘스트도 같이 할 겸 파티로 다니게 됐다. 어떤 정예들은 아무도 건들지 않아 대기 없이 바로잡을 수도 있었지만, 눈앞에서 출근버스를 놓치는 직장인의 마음을 상기시키듯, 눈앞에서 사망해서 한참을 기다린 경우도 많았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녀석은 바로 '대군주 고어피스트' 이다. 무려 7분이 넘는 시간을 대기하였다. 앞의 팀이 먼저 처치한 뒤, 대기를 시작한 시간은 새벽 4시 2분이었다. 그럼 언제 다시 나왔을까? 그 시간은 무려 4시 9분이었다. 물론 대기하는 시간동안 파티원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지루하진 않지만 우리 뒤로 여러 파티가 기다리는 것을 보면 리젠쿨을 줄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부분까지 클래식이란 게임의 일부라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다르게 반응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 개체수가 적던 '의술사' 녀석들... 뺏기면 피눈물 났다..


장가르 습지대의 두 번째 던전, 지하수렁
세나리온 원정대 및 스포어가르 평판이 달달하다.

▲ 이제 슬슬 버섯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입던을 하니, 여기도 버섯이 있다. 심지어 첫 번째 네임드 '헝가르펜'은 버섯을 소환하여 공격한다. 장가르 습지대의 버섯 품귀 현상으로 스포아링을 잡아먹던 수령군주에겐 사실 헝가르펜이 해결책이 아닌가 싶다. 밖에선 버섯이 부족한데 직접 버섯을 만들다니!

슬픈 사연으로 기자는 헝가르펜을 처치한 곳의 나무로 채취할 수 있는 '지하포자 잎사귀'를 모르고 지나쳐서 지하수렁만 두 번 돌았다. '실종된 동료' 퀘스트의 '대지의 결속자 레이지'도 두 번째 네임드 '가즈안' 처치 후, 통로에서 숨어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찾아서 데려가도록 하자.

▲ 버섯을 소환하여 공격하는 '헝가르펜'

▲ 막넴 전 구간의 쫄은 공포를 건다. 엄한 곳 서있다간 뒷 무리 애드를 내고 전멸한다.


축축하고 어두웠던 습지대를 마무리하며
꽤 즐거웠습니다.

▲ 10년 묵은 체증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지하수렁 관련 퀘스트를 끝으로 장가르 습지대의 퀘스트는 마무리가 됐다. 선배 기자의 말대로 이 지역을 완료하니, 캐릭터가 크게 강해져서 본격적으로 성장해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습지대에 얽힌 세나리온과 스포아링의 스토리를 꽤 즐겁게 보며 플레이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플레이했다. 이제 기자는 테로카르 숲으로 넘어가서 다음 스토리를 즐길 예정이다. 불타는 성전을 즐기는 모든 유저들도 재미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어울림'을 벗어던지고 꽤나 사람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