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2일 논평에서 "일본이 격변하는 현실에 따라 서려면 과거 죄악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고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죄악을 솔직히 인정하고 철저히 배상하는 것만이 일본이 살길"이라고도 했다. '과거 죄악'과 '국가적 책임'은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금전적 배상을 가리킨다. 최근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 의사를 적극 피력하자 북한이 식민 지배 배상 책임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청구서를 내민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100억~300억달러(약 11조~33조원)로 예상되는 일본의 배상액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北 200억달러 이상 요구할 듯"

일본의 대북 배상 문제는 5~6월 한·미, 미·북 정상회담에서 잇따라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 직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 지원과 관련해 "한·중·일 3국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협력·투자 형식의 지원을 구상하는 한·중과 달리 일본은 '전후(戰後) 배상금' 명목의 지원이 가능하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미얀마·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대일 청구권'을 통해 1954~1959년 배상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1965년 경제협력기금 명목으로 무상 3억달러, 재정 차관 2억달러를 받았다.


◇북한 돈줄 조이는 日, 급할 것 없는 北

올 들어 중국·한국·미국이 잇따라 북한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러시아도 추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북한의 대화 대상에서 배제됐다. 이에 아베 신조 총리가 여러 외교 경로로 북·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비핵화 비용 분담을 논의하기 위한 관련국 회동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비해 올해 실시할 예정이던 주민 대피 훈련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연내 북·일 회담 개최를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다만 북·일 간 대화가 본격화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대북 지원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최근에도 북한 불법 송금 등에 연루된 북·일 합작회사 10 곳을 조사하는 등 제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돈줄을 조이면서 향후 대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도 전후 배상금은 '결국 받을 돈'인 만큼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