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느새 프로게이머 4~5년차에 접어들었고 대중들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관심 혹은 냉대가 이제는 힘들어요. 그런 대중들의 관심에 멀어져서 프로 생활을 조용히 하고 싶네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암? 이지훈은 '한국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은거임.


윗 글은 이지훈 인터뷰속에서 발췌해왔는데, 이지훈은 이 말을 남기고 중국으로 떠나감.


근데 중국이 어디냐. 중국은 다른 것 보다도 전 지구상에서 그 어느 곳 보다도 가장 인구가 썩어넘치는 곳임. 대한민국에서 무리좀 해서 한 100만명정도가 롤 판에 관심있는 e스포츠 팬이라고 가정해도 중국은 최소 그에 수십배는 넘치는 인간들이 롤 팬을 자처함.


당장 중국 스트리밍만 봐도 pdd같은 경우 기본이 동시 시청 1000만뷰임.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다면서 인구가 가장 썩어넘치는 중국으로 간다는게 모순 아님? 심지어 VG같은 팬층 탄탄한 중위권 팀으로 간다고 하니 말 다했음. 이지훈은 '한국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싶은 거임.


실제로 우리가 해 왔던 짓을 보면 이골이 날 만도 함. 황트키라면서 뱅을 통해 페이커를 음해하는 이지훈 짤 올려놓고 낄낄거리기나 하고, 페이커와 함께 등판했다가 경기력이 밀리기라도 하는 날엔 2지훈거리면서 비아냥대기 바빴음.


혹자는 그거 하나하나가 다 애정이고 관심의 표현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내가 봤을 땐 넷상의 불특정성이란 그림자 뒤에 기대서 가해온 집단 린치와 다를 바 없는 짓이었음. 솔직히 그 누가 좋아하겠음. 누가 봐도 정말 미치도록 열심히 하는 선수한테 강제적으로 2인자 타이틀 씌워놓고 히히덕댔는데. 선수들이 인벤을 안 볼 거 같음?


팀차원에서 되도록 선수들이 넷상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게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저들도 사람인데 멘탈이 남들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강한 사람일리가 없음. 물론 프로로서 감내해야하는 일이긴 함. 하지만 그게 우리가 그들을 조롱할 권리가 되지 않음.


물론 이지훈은 세체팀인 skt에서 초절정 슈퍼스타랑 주전경쟁을 해야하는 미드라이너였음. 그 이유 때문에 동정여론을 받으며 그의 앞날에 파이팅을 외쳐주는 팬들도 많아짐.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우리나라엔 오지랖병이 있는지 그냥 동정표와 파이팅에서 끝내면 될 것을 끊임없이 이적을 외치는 감놔라충들이 생김.


거듭 이야기하지만 선수들이 반응만 안 할 뿐이지 아마 웹 상에서 돌아다니는 자기들 이야기는 자기들이 제일 잘 알거임. 스베누 사신의 아나키 자살드립사건이랑 러쉬 어뷰징 사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음? 뭔가 논란이 일단 일어나면 본인등판이 정말 빠름.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전에 본인이 나와서 최대한 빨리 불식시켜야 ㅈ되는걸 막을 수 있기 때문임.


위에 두 사례만 보더라도 최소한 선수들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다 파악하고, 실시간으로도 계속 파악중이란 거임. 올 해 많고 많은 떡밥이 롤판에 돌았지만 이지훈 한정으로 끊임없이 돈 떡밥은 이적각이었음.


시즌중에야 성적을 위해서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하는 이지훈선수 성격상 그닥 신경쓸 껀덕지가 아니었을거임. 하지만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1년 내내 2지훈, 이적각 소리만 들으며 살아온 데다가 롤드컵 4강 경기에서 1,2경기 잘 뛰어 놓고 3경기때 강판당하면 많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음. 그간 들어온 소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결국 우리는 우리 행동때문에 또 하나의 선수를 실망시키고 해외로 떠나보낸거임. 제발 인터넷에 글을 쌀 때는 생각이란 것을 좀 하고 싸는 게 어떨까. 우리 의도와는 다르게 상처받고 지쳐가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을 제발 상기하면서.



--------------------------------------

자고 일어나보니 예상외로 댓글이 무진장 달려있어서 좀 놀랬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잠 깰 겸 여러분 의견을 하나하나 읽어봤음.

분명히 어젯밤에 많은 생각이 교차해서 표현을 좀 극단적으로 한 감이 없지않아 있음. 인정함. 그리고 본의 아니게 인벤을 포함한 한국e스포츠 팬들을 싸잡아 노답이라고 말한 것 역시 내 잘못임. 어차피 똥글이 난무하는 메칼게다보니 관리자가 정리할 때 쯤 같이 지워지겠지 싶어 나도 그냥 넋두리마냥 써 놓은 글인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게 될 줄 몰랐음.

댓글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가면서 어쩌면 내가 핀트를 잘못 짚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음. 이지훈선수는 어쩌면 skt라는 이름값에 가장 많이 눌려있던 선수일 거임. 그렇기에 저기서 이지훈선수가 언급한 '대중들의 관심'이라는 게 그저 환호나 비난마냥 인스턴트한 반응들만을 말하는 게 아닐 수도 있음. 그저 내 생각대로 싸질러댈만한 요소가 아닌 이지훈 선수에게는 더 큰 의미가 담긴 무언가일 것이라는 생각이들었음.

내가 위에 써질러놓고는 정작 내가 생각이란 걸 안 하고 글을 싸지르고 있었음. 이지훈 선수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댓글에 겁도 났음. 그래서 그냥 수정 안하고 어제 써지른 그대로 글을 놔둘 생각임. 마치 내가 뭐라도 된 마냥 "생각하고 글싸질러라!"하고 꼰대질하는 모습이 쪽팔렸음.

이자리를 빌어 이지훈 선수께도, 그리고 간밤에 이상한 똥글에 속이 뒤틀린 분들께도 심심한 사과를 올리는 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