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인벤가족이신 "피곰"님께서 와우인벤에 기고한 글이며, 피곰의 영상추적 7탄에
해당합니다.





와우 영상 중 명작이란 타이틀을 따낸 영상은 수도 없이 많다.

한국, 북미, 유럽, 중국 등 와우가 활발히 서비스 되고 있는 지역에서 나온 와우 관련 영상들만 몇만개에 이르니, 사실 명작이란 단어가 수십개가 남발되어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인데

방대한 스케일과 실제 로케이션으로 유명한 [Talse of Past] 시리즈, 궁극의 퀄리티와 편집기술을 자랑하는 [The Craft of War:Blind], 아예 독자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구분지어야 할 중국의 [I'm MT] 시리즈(캐릭터는 표절 논란이 있지만) 같은 유명한 Machinima 영상들과

PvP영상으로는 멀게 Otherguy의 [Sorrow Hill]부터, 가깝게는 Danaik의 [TrippleD]까지.

셀 수 없는 많은 영상들이 유저들로부터 명작이란 칭호를 얻었다.

특히 와우 영상의 주류를 이루며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는 PvP영상은 그 수만큼이나 많은 명작, 많은 네임드를 탄생시켰다.

그 중 상당수가 오리지널 영상인 것은 아무래도 오리지널 시절 유저들이 가장 PvP에 관심이 많았고, 가장 PvP가 활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오리지널 시절이 중반기로 접어들던 무렵인 2006년 1월 26일.

한편의 마법사 영상이 WCM에 조용히 업로드 된다.

그 전에 이미 두 편의 영상을 내놓았던 그 마법사는 비록 좋은 평을 듣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도 몇몇 사람들만이 기억하는 무명에 가까운 유저였다.

그러나 이 무명의 유저가 내놓은 3번째 영상은 그 후 전세계 와우 유저들에게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역대 최고의 법사 영상, 전무후무한 PvP영상의 지존으로 등극한다.

그와 함께 영상의 주인공인 그의 명성 역시 널리 알려졌으나, 결국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됨으로써 그 마법사는 영원히 전설로 남았다.

이번에 소개할 영상은 바로 그 영상이다.


오리지널 시절, 한편의 영상으로 마법사계의 판도를 뒤업어버린 주인공.

그가 내놓은 마지막 작품.

마법사 세계에 신기원을 열었던 위대한 걸작.

Saerdna 3편이다.



▲ 많은 사람들이 정체를 궁금해 하던 오프닝의 펄볼그 사제.

Pilch는 Saerdna의 게임 친구 중 한명인 드워프 사제로 영상 후반부 얼라 유저들과의 깃발전을 알선해 준 유저다.




-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PvP영상 -

예전에 모사이트 법사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다.

"Drakedog은 깔 수 있다. Vurtne도 깔 수 있다. Laintime도 깔 수 있다. 그러나 Saerdna 까면 넌 사살이다."

이 글을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대충 설명하자면 Drakedog, Vurtne, Laintime 같은 유명한 네임드들의 영상 모두 흠잡을 만한 건수가 하나씩은 있지만 Saerdna는 그런게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히 유머로 받아 들일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 시절 Saerdna의 영상을 본 올드유저들은 한번 자문해보라.

과연 Saerdna가

Grim, Gegon처럼 장비의 수준이 월등했는가?

Vurtne, Zalgradis처럼 기계공학의 의존도가 높았는가?

Drakedog, Niar처럼 양민유저 학살이 많았는가?

Laintime보다 컨트롤의 수준이 떨어졌는가?

Otherguy, 프란시스보다 마법사계에 끼친 영향이 적었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Saerdna가 사용한 특성이 과연 좋은 특성이었는가?

이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전부 "No"다.

오리지널, 불타는 성전, 리치왕의 분노를 통틀어 배출된 수많은 네임드 유저들의 영상 가운데 Saerdna보다 더 열악한 환경과 조건으로, 그만한 결과물은 내어놓은 유저는 전무하다고 봐도 좋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영상을 제작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 한 것임을 상기해볼 때,

Saerdna가 수많은 네임드들 사이에서도 단연 전설적인 존재로 통하는 이유를 짐작할만 하다.

(Saerdna 3편과 그나마 비교 가능한 영상은 불타는 성전 시절, 국내 유저들에게 징벌기사의 신이라 불린 영구와레오형의 인벤 토너먼트 영상 정도)



▲ 사실 영레형도 기계공학의 의존도가 결코 적지 않았고 최소한 특성트리 자체가 막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비의 격차와 상대한 유저들의 수준이 워낙 후덜덜하다보니...




- 냉화법사 흥행돌풍의 주역 -

많은 이들이 Saerdna를 냉화법사의 선구자, 즉 길을 개척한 자라고 여긴다.

Saerdna가 최초로 냉화트리를 선보인 유저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리 비밀스런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그만큼 냉화법사로서의 Saerdna의 이미지와 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Saerdna 이전의 냉화법사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미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 잠시 Saerdna가 등장하기 이전 냉화법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냉화법사의 시초는 국내 달라란 서버 출신의 마법사 [간지마반]이라는 유저다.

간지마반 1편은 세계 최초로 냉화트리라는 개념을 선보인 영상으로 워크무비즈에 Stylish Counter Spell (해외 유저들은 이걸 영상 부제로 착각했지만 사실 '간지마반'을 영문으로 직역한 것...;;) 이란 제목으로 업로드 된 것이 2005년 8월이지만 실제로는 와우자드 사이트에 7월경에 등장했으니 두번째 냉화법사 주자인 북미의 Albis와 간격이 꽤 있다.

보조특성의 개념을 버리고 공격특성 두개를 동시에 찍는 특이한 특성트리를 제시했던 간지마반 1편은 마법사의 PvP에 매우 기념비적인 의미를 갖는 영상이지만,

썩 훌륭한 영상은 아니었던 탓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 후 내놓은 2편 영상은 전작과 차원이 다른 대단히 뛰어난 PvP영상으로 냉화트리에 대한 해외유저들의 관심은 사실상 이 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간지마반 2편은 언젠가 영상추적을 통해 반드시 한번 소개할 생각이다.)

불태법사와 냉기법사의 스타일이 혼재된 혁신적인 냉화법사 PvP와 뛰어난 컨트롤을 보여주었던 간지마반 2편은 각종 해외포럼에서 큰 관심을 받으며 냉화트리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시작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된다.

다만 유달리 효율성을 중요시여기는 국내에서는 화비, 냉비에 비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었던 특성 구성 탓에 무자비한 혹평을 당했고 결국 간지마반은 3편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여담으로 간지마반 3편은 냉화특성에 잔달라, 단명부적이 혼합된 형태로, 마법사 PvP영상 중 가장 독특한 스타일의 영상이었다.

(현재 달라란 Cspell이란 유저가 간지마반이란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 본인인지는 모르겠다.)



▲ Saerdna와 대단히 흡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준 간지마반 2편



그리고 간지마반이 두번째 영상을 내놓기 바로 전, 깻잎머리 여캐법사의 전설(?)로 통하는 북미의 [Albis]가 세계에서 두번째, 북미에선 첫번째로 냉화트리를 선보이며 자신의 첫영상을 공개했다.

간지마반 1편이 별 호응을 못 얻고 사장된 탓에 해외에서는 Albis를 냉화법사의 시초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확실히 Albis 1편과 간지마반 2편이 연달아 개봉한 덕분에 냉화법사에 대한 관심이 모였으니 마냥 틀린 소리라고 할 수도 없긴 하다.

불태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간지마반과 달리 철저히 즉시시전기를 위주로 몰아치는 색다른 형태의 PvP를 추구했던 Albis는

특히 절묘한 쿨계산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스킬 연계가 압권이었다.

Albis의 이런 즉시시전기를 주력으로 삼는 PvP스타일은 1.11패치 이후 냉화법사 PvP스타일 성립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다만 캐스팅 스킬의 비중이 극도로 적고 전투를 단시간에 끝내려는 성격때문인지 Albis는 얼회냉돌 - 한파 - 얼회냉돌 같은 플레이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거의 매 전투씬마다 매서운 한파가 사용될 만큼 매서운 한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쿨타임 스킬 역시 쓰라고 존재하는 것이긴 하지만 모든 전투에 필살기라고 해도 좋은 스킬이, 그것도 계획적으로 남발되는게 좋게 보일리가 없었다.

(Albis 역시 이 점을 의식했는지 그 후 공개된 영상들에서는 이런 플레이를 많이 자제한다.)

또한 움직이는 허수아비 정도로 등장하는 상대들의 수준 역시 냉화트리 자체를 부각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초기작인 1~3편 모두를 냉화트리로 제작했던 Albis는 많은 인기와 함께 냉화트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하긴 했지만 결국 냉화트리 자체를 흥행시키는데는 역시 실패하고 만다.



▲ 멋진 UI, 영상편집가로도 이름을 날린 Albis



그리고 몇달 뒤, 간지마반과 Albis가 토대를 닦은 냉화트리의 바톤을 이어받아 드디어 Saerdna가 등장한다.

비운의 1,2편을 끝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던 Saerdna는 자신의 세번째 영상을 통해 온갓 악조건 속에서도 당시 냉화트리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컨트롤의 끝을 보여주며 법사 PvP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다.

Saerdna 3편 이후 냉화트리에 대한 관심도가 급상승하면서 수많은 유저들이 냉화특성의 존재를 알게되었으며, '오리지널 법사 중 냉화특성을 거쳐가지 않은 법사가 없다'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당시 영상에서 보여준 그의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은 해외유저들은 물론 까다로운 국내유저들까지 Saerdna를 마법사의 신이라 부르게 만들었다.

Saerdna 3편은 인벤 사이트에 공개되자마자 당시 인벤무비 게시판에서 오랫동안 인기영상 1위를 고수하고 있던 Pat 2편을 밀어냄과 동시에 Vurtne 3편이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인기영상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Saerdna 3편 이후 냉화특성이 유행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게임 내에서만 그랬다는 점이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하겠지만 게임 외적 영역, 즉 PvP영상 세계에서 냉화특성은 여전히 비주류 특성이었다.

냉화법사의 영상이 실질적으로 대유행을 타고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개월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였다.



▲ MUCC - 最終列車(최종열차)가 흘러나오던 첫 전투파트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 한계를 넘어선 유일한 마법사 -

수준 높은 냉화법사의 영상은 한두개가 아니다.

Saerdna 3편 이후 오리지널 중후반기를 거의 지배했던 냉화특성이니만큼,

당시 쏟아졌던 법사 영상의 대부분이 냉화법사였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영상들이 많이 탄생했다.

최고의 법사라고 불리는 Vurtne를 비롯해 만능플레이어 Alca, PvP실력면에서는 Vurtne를 능가한다는 Sarotti, 마법사의 대부 Otherguy, PvP영상 최다시리즈 기록 보유자 Dilir,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GameKing까지

(불타는 성전이나 리치왕 시절의 Mission, Scorch, Insane 등은 예외로 치자. 여기서는 Saerdna와 같은 시절은 보냈던 법사들만은 언급하겠다.)

모두들 최소 한번 이상 냉화법사로 영상을 제작했고 그 영상들은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 많은 네임드들의 영상을 제쳐두고 유독 Saerdna의 냉화법사를 최고로 여기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Saerdna와 같은 특성, 같은 조건으로 영상을 찍은 유저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냉화법사인데 같은 특성이 아니라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텐데,

정확히 말하자면 위에 언급한 네임드들의 냉화법사 영상은 전부 오리지널 1.11패치 이후의 영상들.

즉, 마법사의 특성이 새롭게 리뉴얼되고 마법사 클래스에 대한 대대적인 상향 패치가 이루어진 다음에서야 나온 영상들이다.



▲ 실력파 냉화법사로 유명한 Sarotti도 1.11패치 후부터 냉화법사 영상을 찍었다.



이 때의 패치로 인해 마법사들의 모든 특성과 능력은 대폭 상향 조정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냉화트리 역시 여러 면에서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상태였다.

1.11패치 이전의 냉화특성은 정말 쓸모없는 특성, 비효율적이란 표현을 떠나 완전히 쓰레기 특성이었다.

대체 1.11패치 이전에 냉화특성은 어느 정도로 암울한 특성이었을까?

Saerdna 3편 당시를 기준으로 1.11패치 전후 냉화법사의 차이를 몇개만 설명해보겠다.

일단 첫째, [환기]가 없다.

1.11패치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차이점은 바로 환기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패치 이전, 비전 11포인트의 특성 스킬이던 환기는 1.11패치와 함께 일반 스킬로 변경되어 모든 법사들이 기본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비전에 포인트를 투자하는 이유가 사실상 환기를 배우기 위함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법사에게 중요한 스킬이던 환기는 비록 10분의 쿨타임이 있었지만 레이드는 물론 PvP에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스킬이었다.

그 중요성은 현재에 와서도 변함이 없는데, 가뜩이나 [신비한 정신집중]을 찍을 수 없어 항상 마나부족에 허덕이는 냉화법사로서 환기의 유무는 정말 큰 차이가 아닐 수 없었다.

패치 이후 나온 냉화법사들의 영상에서 환기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둘째, [신비한 폭발]이 없다.

좀 노골적인 표현이긴 한데, 물론 패치 이전 냉화법사에게도 신비한 폭발 스킬이 있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신비한 폭발은 1.5초의 시전시간이 있는 스킬로, 비전 3번째 라인에 신비한 폭발 연마 특성을 5/5 풀로 찍어야만 즉시시전으로 바뀌는 스킬이었다.

즉, 최소 비전에 15포인트를 투자해야만 신비한 폭발을 즉시시전으로 쓴다는 건데, 환기도 찍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비한 폭발 연마가 가당키나 하겠는가.

패치 이전 냉화법사에게 신비한 폭발은 없는 스킬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11패치에서 신비한 폭발이 기본 즉시시전 스킬로 바뀌면서 모든 법사들이 신비한 폭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신비한 폭발의 유무가 중요한 까닭은 단지 광역스킬 하나의 차이가 아닌 즉시시전 스킬 하나가 더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프란시스의 냉법영상 이후 신비한 폭발은 단순 광역스킬이 아닌 PvP에서는 1:1 대인전에 딜링 스킬로 쓰일 만큼 중요한 스킬로 각광받았다.

Vurtne를 비롯한 유명한 법사들은 물론, Saerdna 본인 역시 자신의 1,2편 영상에서 신비한 폭발을 대인전에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마나의 효율성은 제쳐두고라도 쿨타임 없는 즉시시전기의 존재가 PvP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Saerdna 2편 1:4 전투씬의 한장면

공격스킬이 전부 쿨인 상황, 도적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신비한 폭발 난사로 따라붙는 도적을 잡아낸다.



셋째, [산산조각] 특성이 냉기마법에만 적용된다.

정말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냉화법사가 왜 냉화법사인가? 냉기스킬과 화염스킬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산조각 특성이 냉기마법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은 패치 전 냉화법사의 플레이 스타일에 큰 제약을 두었다.

얼음 회오리 이후 항상 얼음화살이나 냉기돌풍 사용을 우선시 해야 할 정도로 화염스킬의 활용도가 떨어졌으니 실상 냉기법사와 싸우는 형태가 비슷했다.

어차피 냉기법사처럼 싸울거라면 차라리 냉비특성을 찍고 말지, 냉화특성을 찍어서 냉기법사처럼 싸우는건 사실상 반쪽짜리 특성만으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11패치 이후 산산조각 특성이 모든 마법에 적용되면서 그런 제약이 없어진다.

그 결과 들러리 수준에 불과했던 불태우기+작열 딜링의 효용가치가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얼어붙은 상대에게 무조건 냉기마법을 써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에서도 벗어난다.

굳이 캐스팅이 어려운 얼음화살과 마나소모가 큰 냉기돌풍을 고집할 필요 없이 간단한 불태우기 연타와 화염작열로도 산산조각 특성의 효과를 볼수 있다는 점은 1.11패치 전후 냉화법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염스킬과 냉기스킬의 활용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든 이 패치로 인해,

패치 이전 냉화트리에서는 보조특성 이미지가 강했던 화염특성이 패치 이후 냉기특성을 누르고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국내 킬로그 서버 출신의 마법사 [뜨거운남자]로 그는 1.11패치 이후 화염스킬을 주력으로, 냉기스킬을 보조로 사용하는 형태의 최초 화냉법사를 구사했다.

뜨거운남자의 화냉특성은 심지어 냉기쪽 [얼음 파편] 특성을 아예 안찍은 형태였으며, 불태우기와 화염구를 주력으로 사용한 반면 냉기스킬을 철저히 보조로만 활용했다.

Vurtne 3,4편 역시 냉기보다 화염쪽에 포인트를 더 준 형태의 화냉법사였다.

넷째, [동상] 특성이 없다.

이것 역시 신비한 폭발과 좀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패치 이전 동상 특성은 냉기쪽 6번째 라인에 있는 특성으로, 냉기에 거의 올인한 법사가 아니면 찍을 수 없는 특성이었다.

그런데 1.11패치에서 이 동상 특성이 냉기 2번째 라인으로 올라오는 끔직한(?) 패치가 이루어진다.

그것도 5포인트 특성이던게 3포인트로 줄어서.

동상 특성의 위력에 대해선 마법사 본인들은 물론 법사를 상대해본 유저라면 모두 알테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동상 특성이 적은 포인트로 쉽게 찍을 수 있는 특성으로 바뀌면서 밀리클래스들의 진정한 악몽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과연 냉기트리를 타면서 이걸 안 찍을 유저가 누가 있겠는가?

(아, Vurtne는 안 찍기도 했다. 근데 이 친구는 항상 특이 케이스라...)

산산조각 특성의 상향과 함께 동상 특성의 대중화(?)는 1.11패치 이후 냉기법사는 물론 냉화법사의 플레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 이런 말이 괜히 나왔던게 아니다.



1.11패치 전후 냉화법사의 큰 차이점은 대충 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스킬들이 성능면에서 전체적으로 상향되었고 잡다하고 비효율적인 특성은 사라지거나 통합, 변경되었다.

또 많은 특성이 5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줄어들었으며, 특성 라인도 변경되어 좀 더 효율적인 특성을 자유롭게 택할수 있게 변해 쓰레기 특성을 어쩔수 없이 찍는 현상도 없어졌다.

최소한 Saerdna처럼 [화염폭풍]을 찍기 위해 불기둥 크리율 15% 증가 같은 저질 특성을 찍어야하는 일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결국 1.11패치 이전과 이후 냉화법사들은 겉보기에만 같을 뿐, 속알맹이는 전혀 다른 특성의 클래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Saerdna가 구사했던 냉화특성은 패치 이후 나온 냉화특성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 특성이었으며, 같은 시절 냉비특성과 비교해도 장점이라곤 전혀 찾아 볼수 없는 특성이었다.

(화비특성보다는 확실히 생존력이 좋았으므로 제외하자. 이 시기쯤부터 얼음방패 없는 마법사의 PvP는 점차 한계가 오기 시작한다.)

혹자는 냉화특성이 밀리클래스를 상대하는데 매우 효율적이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그럼 냉비특성은 밀리클래스를 상대하는데 비효율적이었단 말인가?

아니, 그전에 마법사라는 클래스 자체가 밀리클래스보다 상성상 우위였다는게 누구나 아는 사실이건만 밀리클래스를 상대하는데 효율적이라는 점이 대체 무슨 매리트가 있단 말인가.

냉화특성이 냉비특성과 다른점이라면 [충돌],[작열],[화염폭풍]의 존재인데 과연 그 특성들이 [신비한 정신집중],[신폭 연마],[마반 연마],[환기],[냉정]을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특성들이었나?

유틸기로서의 활용도와 효용성만 따져도 [화염폭풍]과 [냉정]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찍으면서 눈물을 흘린는다는 그 시절의 화염폭풍

이펙트 하나는 정말 화려했다.



Saerdna의 냉화특성이 얼마나 암울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기본적으로 한시대를 휘어잡거나 많은 유저들에게 선택받았던 특성들은 대체로 상당한 효율성을 갖추고 있거나 그 시대 PvP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특성, 해당 클래스의 능력을 가장 잘 이끌어 낼 수 있는 특성이 선택되어진 경우가 많았다.

법사의 불태트리, 냉비트리와 도적의 암잠트리, 그밟트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오는 PvP영상들도 그런 대표적인 특성들로 촬영된 경우가 많았고 당연히 영상에 자주 등장하는 특성이 현재 가장 인기있고, 가장 좋은 특성이라고 생각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한가지, 파괴흑마는 좀 예외적인 경우인데,

이건 파괴흑마가 오리지널이나 불타는 성전 시절에 가장 좋은 특성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악마흑마와 영고생착흑마가 너무 사기성이 짙어 그 반대급부로 많이 등장한 케이스였다.

리치왕의 분노 때 냉기법사가 너무 강하다는 평가가 많자 오히려 화염법사 영상이 더 많이 등장한 것과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파괴흑마의 플레이가 재미있기도 하고, 운영하기 아예 불가능 할 정도로 암울한 것도 아니었다.)



▲ 파괴흑마의 유행에 신호탄이 된 Drakedog 3편



그런데 냉화트리는 조금 달랐다.

Saerdna 3편 이후 커뮤니티에 냉화트리에 대한 이야기와 토론이 끊이지 않고, 게임 내에서 만나는 상대 진영의 법사들, 당시 공개된 영상들 속에 적으로 등장하는 법사들의 대다수가 냉화특성이었을 정도로 확실한 인기를 끌었다.

좋은 특성은 커녕 역대 마법사 특성 중 가장 후지다고 평가받는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것도 신기한데,

더 이상한 것은 그렇게 냉화트리가 유행하는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냉화법사 본인들의 영상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Saerdna 3편 이후 1.11패치가 있기 전까지 대략 5개월 동안, 산발적으로 냉화법사 영상이 몇개 나오긴 했지만 이전에 불태법사나 냉기법사가 대유행했던 때와 비교해 그 수도 매우 적고, 기억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수준이 형편없었다.

보통 한 특성이 인기를 끌면 그에 맞춰 해당 특성의 영상이 홍수처럼 쏟아지던 일반적인 상황과 비교해 정말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Saerdna 3편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냉화법사 영상이 그렇게 뜸했던 이유는 뭘까.

많은 이들이 토로했듯이 1.11패치 이전의 냉화트리 자체가 제대로 구사하기 너무 힘든 특성이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 가지고 놀기에는 재미있지만 PvP영상을 위해 전투상황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마반 연마를 포기함으로써 캐스터전에 그 단점이 두드러졌기에 상대하는 클래스가 밀리쪽으로 치중될 수 밖에 없었는데, 상대가 컨트롤이 대단히 뛰어난 유저가 아닌 이상 마법사가 밀리클래스 잘 잡는다고 자랑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을까.

게다가 어떻게든 소스를 모아 영상으로 내놓아도 그 비교대상이 하필이면 Saerdna였으니...

마법사 클래스를 떠나 전 클래스의 PvP영상을 통틀어 Saerdna 3편과 견줄 수 있는 영상이 현재까지도 손에 꼽을 정도인 걸 감안하면 당시 마법사 유저들의 심정이 대략 공감이 간다.



▲ 세계적인 법사 네임드 Alca.

그의 2편 영상 오프닝은 /Cry를 치며 냉화특성을 초기화 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1편에서 오리지널 최고수준의 불태법사를 구사하던 Alca조차 난색을 표할 정도로

1.11패치 전 냉화트리는 다루기 어려운 특성이었다.



그나마 1.11패치 이전 냉화특성으로 Saerdna에 가장 근접한 마법사라면 위에서도 언급한 국내 법사유저 뜨거운남자 정도인데,

뜨거운남자 개인의 컨트롤은 대단히 훌륭했지만 장비의 수준이 Saerdna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점, 등장하는 상대 얼라들의 실력이 템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점에서 Saerdna에게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국내 화냉법사의 대표주자 뜨거운남자




- 평범한 장비로 최대의 효율을 이끌어내다 -

Saerdna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이 "Saerdna 2편은 볼 것 없는 Otherguy 클론영상이다." 라는 것과 "Saerdna의 장비는 허접하다." 라는 것이다.

아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와중에 점점 부풀려져 그렇게 된 감이 없지 않은데 그 중 Saerdna의 장비가 허접하다라는 말, 이건 사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소리다.

절반은 맞다라는 건 일단 캐스터 클래스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증뎀(현재의 주문력)이 안습이라는 점.

당시 Saerdna가 착용했던 부사령관 세트는 1.11패치와 함께 있었던 명예템 업그레이드 이전의 장비로, 극대화율과 체력의 비중이 높은 반면 증뎀이 완전 저질 수준이었다.

Saerdna 증뎀은 착용한 무기에 따라 각각 87과 102로, 위에서 언급한 뜨거운남자의 증뎀과 무려 300정도 차이가 난다.

심지어 최악의 거지템으로 유명한 Vurtne가 3,4편에 입고 등장했던 원소술사 셋팅의 증뎀 121보다도 낮은 수치를 자랑한다.

냉기돌풍 연마를 제외하곤 마법 데미지 증가 특성이 없는 Saerdna의 냉화특성임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낮은 증뎀은 PvP에 정말 큰 리스크가 아닐 수 없는데,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마법 몇방을 더 써야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증뎀 수치가 이 정도로 낮은 장비를 입고도 에픽둘둘 보라돌이 유저를 때려잡았던 Saerdna의 능력은 그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 Saerdna 이후 서민 법사들의 국민의복(?)이 된 부사령관 세트



그럼 절반은 틀리다는건 무슨 말일까?

Saerdna의 장비 셋팅은 증뎀은 분명히 낮았지만, 반대로 PvP에 가장 중요한 스텟인 체력이 월등히 높았다.

영상에 등장하는 Saerdna의 생명력 수치는 전투 파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노버프 상태로 평균 4200 정도다.

영상 전반부에는 3900대이던 생명력이 중후반에 가면 최대 4380까지 올라간 수치를 보여주는데, 오리지널 시절 전체를 기준으로 잡아도 천클래스로서 이건 대단히 높은 수치였다.

마법사 클래스 중 오리지널 최고의 템빨을 자랑하던 Gegon의 생명력이 4280이었으니 단순히 체력으로만 따지면 Saerdna는 파템을 가지고 에픽템 둘둘의 효과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

파템 수준의 아이템으로 Saerdna는 어떻게 이렇게 높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일단 부사령관 세트 자체가 기본적으로 레이드템보다 체력이 많이 붙어 있으며, 마법부여가 가능한 모든 부위에 체력과 관련된 최고급 마법부여를 했고(특히 머리와 다리에 골격의 고서 생명력+100), 목걸이와 반지 등 기타 부위 역시 체력이 높은 아이템들로만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장비의 차이면에서 증뎀은 Vurtne가 근소하게 앞서긴 했지만 생명력, 마나량에선 Saerdna가 거의 1천 가까이 높았다.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장비의 우위면에서는 역시 Saerdna가 좀더 앞선 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PvP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스텟인 체력이 높다는 것은 Saerdna가 비록 증뎀이 낮을 지라도 PvP가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 오로지 체력셋팅을 위해 Saerdna는 녹템을 착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장비에 대한 언급이 나온 김에 기타 다른 아이템에 관련된 이야기도 해 보자.

Saerdna의 또 다른 대단한 점이라면 당대의 많은 네임드들과 달리 기계공학 물품이나 기타 아이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Drakedog이 퍼트린 이후 많은 유저들이 앞다투어 사용했던 기계공학 물품들은 오리지널 시절에는 PvP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전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천후로 활용됐던 대표 아이템 [수류탄]은 물론, 각종 [마법 반사기], [고블린 박치기 모자], [노움 정신지배 모자], [노움 그물 발사기] 등은 PvP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해일의 부적]이라던가 [최고검투사의 징표] 같은 특별한 장신구들 또한 PvP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아이템들은 전투를 좀더 유리하게 이끌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최고의 인기 성기사 PvP영상의 주인공인 Zalgradis 같은 경우 성기사의 부족한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움 즉사광선]을 자신의 공격콤보에 집어넣어 사용하기도 했으며,

온갓 아이템을 활용한 것으로 유명한 Vurtne와 Laintime을 비롯해 Acrono, 영구와레오형, Mantrid, Clazzi, 클로 등등 수많은 국내외 네임드들이 자신의 영상에서 PvP에 도움이 되는 각종 아이템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 다양한 아이템의 활용을 보여준 야성드루 클로



반면 Saerdna는 수류탄을 제외한 어떤 기계공학 물품이나 기타 아이템도 PvP에 사용하지 않았다.

1,2,3편을 통틀어 Saerdna가 수류탄 외에 기계공학 아이템을 사용한 것은 2편에서 [유전자 역결합 광선]을 한번 쓴 것이 전부다.

Saerdna가 1,2편에서의 다루었던 불태트리는 그래도 밸런스가 좋았던 특성인지라 기계공학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전투가 가능했지만, 냉화트리 같이 단점이 뚜렷한 특성으로 기계공학의 힘도 빌리지 않고 PvP를 한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Saerdna 3편에 등장하는 상대들은 장비나 컨트롤 모두 수준이 높았다.)

Vurtne가 그의 영상에서 기계공학의 도움이 없었다면 승리가 불확실한 전투씬이 적지 않은 것과 비교해 Saerdna의 이런 능력은 단연 돋보이는 점이라고 하겠다.



▲ 수류탄을 활용한 얼음 회오리 - 스턴 - 얼음 화살 콤보를 널리 알린 것도 사실상 Saerdna였다.




- 극한의 컨트롤을 보여주다 -

Saerdna 3편이 많은 이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이유는 단지 냉화법사를 플레이 해서가 아니라, '냉화법사 임에도' 다른 이들을 능가하는 엄청난 컨트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누이 회자되는 Saerdna의 반응속도와 순간 판단력, 무빙 등은 현재 명성을 날리는 많은 네임드들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아니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하다.

온갓 명장면으로 도배된 Saerdna 3편의 전투씬은 Saerdna 본인의 컨트롤은 물론, 상대한 얼라들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욱 빛난다.

Saerdna 3편에 등장하는 얼라들은 대다수가 상위 레이드템과 명예템, 전장템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특히 계급장을 차고 등장하는 상대가 오리시절 영상 치고 정말 많다.

(특히 영상 마지막 파트의 깃발전에 등장하는 얼라들은 무슨 상위공대 정예멤버만 추려놓은 듯 템들이 다들 장난 아니다.)

게다가 컨트롤의 수준 또한 여타 다른 네임드들의 영상에 등장하는 유저들에 비해 대단히 출중하기 때문에 3편의 여러 전투씬에서 Saerdna가 쉽게 이긴 전투가 거의 없을 정도다.



▲ 그야말로 처절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Saerdna 3편의 PvP



그 중 영상 중반에 실리더스에서 펼쳐진 Saerdna와 '초레게기공파괴흑마'(완전 파흑이 아닌 고통30-파괴21로 추정)와의 전투는 PvP영상 역대 최고의 전투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압권이다.

어둠의 연소 '평타' 데미지가 1천이 뜨는 무시무시한 템빨, 지옥사냥개를 이용한 칼같은 디버프 해제와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마법 차단 컨트롤, 애드된 몹들을 공포의 울부짓음으로 메즈시키는 센스, 암흑계열이 차단 당하자 바로 화염계열 마법을 쓰는 반응력, 거기에 물약과 수류탄의 사용까지.

장비, 컨트롤, 개념 3박자를 갖춘 이 흑마는 단연 Saerdna 3편의 최종보스라고 해도 무방했다.

좋은 장비, 좋은 특성을 가지고도 이길까 말까한 이런 상대를 암울한 특성, 평범한 장비를 입고 Saerdna는 순수하게 컨트롤만으로 잡아낸다.

이 전투는 Saerdna의 뛰어난 무빙을 엿볼 수 있는 전투로써 상대의 캐스팅을 캔슬 시키는 뛰어난 뒤잡기 스텝과 점멸 컨트롤이 주효한 전투였다.



▲ 솔직히 Saerdna가 이긴게 이상할 정도로 정도로 격차가 큰 상대였다.



또 잘 언급되지는 않지만 이 흑마와의 대결 바로 전에 검은바위산 입구에서 싸웠던 전사 역시 대단한 개념유저였다.

이 전사는 비록 전투에서 패하긴 했지만 Saerdna를 빈사상태로 몰아넣을 정도의 실력을 발휘했는데, 특히 절묘한 계급장의 사용 타이밍이 눈에 띄었다.

양변 이후 전투 초반에는 역시 Saerdna에게 밀리는가 싶더니 Saerdna가 캐스팅을 위해 발을 멈춘 순간, 최대 사거리에서 위협의 외침으로 잠시 Saerdna의 동작을 막는다.

그리고 Saerdna가 의지를 쓰느라 잠시 멈칫 거리는 틈을 타 재빨리 접근해 무력화를 걸고, Saerdna가 급히 얼음 회오리를 쓰자 바로 계급장으로 해제하고 달려든다.

이러한 플레이는 최고의 전사네임드 Laintime이 자신의 영상, 그러니까 Laintime 2006편에서 냉법을 상대로 했던 플레이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로써,

이때가 Laintime 2006이 나오기 훨씬 이전 시기임을 생각하면 당시에 이런 플레이를 구사하는 전사가 있었다는게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비록 Saerdna가 Laintime 영상에 등장했던 법사와 달리 재빠르게 한파+얼음 회오리로 대응했기에 결국 지긴했지만, 무턱대고 계급장을 사용하는 유저가 태반이던 시절에 이 전사의 개념있는 플레이는 주인공인 Saerdna보다 더 돋보였다.

아쉬칸디를 든 초레게전사조차 듀로타 멧돼지 상대하듯 잡아버린 Saerdna에게 한파까지 돌리게 만든 이 전사 역시 Saerdna 3편에 등장하는 초고수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다.



▲ 한파가 쿨이었다면 사실상 Saerdna가 패한 전투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검은바위산에서의 도적과의 대결은 Saerdna의 무시무시한 반응속도를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검은바위산에서 집단 전투 중 붉송도적의 기습을 받은 Saerdna, 마나가 거의 바닥 있던 Saerdna는 급히 얼음방패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얼회의 쿨타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방 해제 후 얼음 회오리, 동시에 도적이 소멸을 타자 곧바로 한파-얼음 회오리의 연속 콤보로 도적을 찾아내 양변시킨다.

Saerdna의 이 컨트롤을 보고 도적의 소멸을 미리 예측한 플레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견해로는 이건 예측이 아니라 도적의 소멸을 보고 순간적으로 반응한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글로벌 쿨타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매서운 한파의 특징을 생각할 때, 도적의 소멸을 예측했다면 얼회와 거의 동시에 한파를 썼어야 하는데 이 장면에서 Saerdna는 분명 도적이 소멸 탄 뒤에 한파를 돌린다.

그리고 화면을 잠깐 돌려 언뜻 도적의 잔상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얼회를 쓴다.

예측 플레이라면 일련의 동작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텐데 이 때는 그렇지 않았으며, 다른 전투씬에 등장하는 Saerdna의 예측 플레이와도 분명 차이가 있다.

오히려 얼방 해제 후 Saerdna가 얼회를 쓸 것을 예상하고 얼회가 펼쳐짐과 거의 동시에 소멸을 탄 상대 도적이 예측 플레이를 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도적이 소멸을 타는 것을 보고(정말 얼회를 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른)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그에 대응한 Saerdna의 반응속도는 정말 압권이었다.



▲ 많은 사람들이 Saerdna 3편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는 얼회 - 한파 - 얼회



이외에도 Saerdna의 뛰어난 센스와 순간 판단력이 드러나는 컨트롤은 한두개가 아니다.

전부 설명하기에는 무리고 몇개만 간단히 살펴보자.



▲ 마법반사가 쿨인 상황, 상대의 캐스팅을 취소시키는 점멸 캔슬



▲ 양변 씹기?? 양변 캐스팅이 끝남과 동시에 들어가는 계급장 사용.

양으로 변한 모습은 단 1초도 나오지 않는다.



▲ 마법경고도 없이 냉정+얼음화살을 막아내는 예측 얼방

필자는 전투로그를 보고 막은 줄 알았는데, 어느 분은 냉정 효과음을 듣고 막았다더라.

어느 쪽이든 대단한 플레이였던 것은 분명.



▲ 시야 밖에서 시전된 천벌의 망치를 막아내는 예측 한파+얼음방패



Saerdna의 전투는 컨트롤 자체가 깔끔하고 플레이의 연계가 매끄러운 Vurtne와 달리 상당히 거칠고 투박한 느낌이 강하다.

예전 2편 리뷰 때도 설명했지만 이는 둘의 PvP스타일 차이 때문인데

전투 전에 미리 전략을 세우고 자신의 계획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Vurtne와 달리,

Saerdna는 일단 전투에 돌입한 다음 상대의 반응과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대응하기 때문이다.

즉, Vurtne는 전투의 페이스를 자기가 주도하는데 반해 Saerdna는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 간다는 것.

그래서 Saerdna는 전투 도중 뭔가를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다른 동작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한번 전투에 들어가면 막힘없이 이어지는 Vurtne의 플레이 스타일과는 분명 다르다.

마법사계의 영원한 화두인 Vurtne v.s Saerdna의 컨트롤 수준을 비교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이렇게 스타일의 차이가 나는 둘의 역량을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둘 모두 비단 마법사 클래스만이 아닌 전클래스를 통틀어 독보적인 컨트롤러들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다.



- 마치며 -

몇몇 유저들은 간혹 이런 주장을 한다.

"지금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법사유저들이 그 시절로 돌아가 플레이 하면 Saerdna보다 못할거 같은가? Saerdna와 현재 네임드들과의 수준차이는 별로 없다. 단지 Saerdna는 먼저 보여주었을 뿐이다. 아무리 과거의 날렸던 유저라지만 너무 미화하는거 아니냐." 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불타는 성전이나 리치왕의 분노 때 얼굴을 내민 새로운 네임드들이나, 비록 영상은 제작하지 않았지만 실력파로 이름을 날리는 유저들이 그 시절의 법사를 플레이한다면 Saerdna 못지 않은, 혹은 더 능가하는 플레이를 할 지도 모른다.

PvP의 수준이 과거에 비할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것 역시 "Saerdna의 컨트롤은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그런 주장을 되풀이 하는 이들에게 들려줄 말은 '콜럼버스의 달걀' 뿐이다.

현재의 스포츠 스타와 과거의 레전드를 비교하는 오류를 그들은 똑같이 범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하며 몽상가들의 탁상공론일 뿐이다.

아무리 '만약', '어쩌면', '아마도', '했었다면' 이란 표현을 남발해봐야 바뀌는건 없다.

그 시절에, 그런 특성으로, 그런 장비로, 그런 플레이를 보여준 유저는 오직 Saerdna뿐이었고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Saerdna 3편 이전에 그와 같은 조건을 갖춘 영상은 없었고, 많은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 그러한 영상이 또 나온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생각했을 때 Saerdna의 위대함은 결코 폄하 될 수 없다.

또한 영상이 지닌 무게감을 떠나 Saerdna 개인의 능력.

암울했던 냉화법사에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의 플레이.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그의 컨트롤.

이제 다시는 볼수 없는 그 시절의 로망과 어우러진 그의 기적과 같았던 모습은 비록 과거의 추억이나마 올드유저에겐 그리운 오리지널 향수를,

그리고 이젠 전설로 남아버린 그 자신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해준다.



▲ Thank you Saer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