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안녕하세요
오늘 너무나도 인상적인 경험을 해서 일기를 씁니다.



저는 물론 와린이입니다.
군단 들어오고 1월에 처음으로 만렙을 찍고
밤요도 지난주와 이번주를 통해 일반을 처음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레이드 가면 우왕좌왕하는 촙이지요.



그런데 와우 경력은 와린이는 아닙니다.
제가 2007년 초등학교 5학년 때, 불성을 통해 와우를 처음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와우를 안 쉬고 했지만
항상 만렙은 찍지 않고 저렙 구간에서 캐릭터를 계속 키우고 지우고 키우고 지우고를 반복했지요ㅋㅋㅋ
다른 분들이 생각하면 무슨 그런 시간 낭비를 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저는 게임을 즐기는 데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와우를 오래하면서 '와우는 만렙이 시작이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만렙을 찍고 벌써 템렙은 903까지 올린 시점에서, 그 말이 진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렙을 찍고 나니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그저 레벨업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엄청 많더군요.
그런데 얻은 만큼 잃은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모험을 못한다는 생각이 가끔 들더라구요.
이전에는 워크래프트 사가에 속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정이 들어가는 과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뭐랄까 그런 측면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애요.



물론 저의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면 그냥 제가 워낙 저렙존을 다닌 세월이 길어서 그럴 수도 있죠ㅋㅋㅋㅋ
방금 전에도 오랜만에 불모의 땅이라는
제가 항상 호드를, 특히 트롤이나 타우렌을 키우고 지우고 키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지겹도록 정이 든 불모의 땅으로 떠나고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불모의 땅 구경하다보니까 바로 옆의 멀고어로도 날아가서 초원을 구경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저렙 지역에 가봐도 다들 계귀템 두르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부캐들이 많은데
계귀템이 전혀 없는, 그저 초반지역 흰색 퀘템을 두른 타우렌 세 분이 지나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내려가니까 
먼저 선뜻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흥미가 생기더라구요ㅋㅋ
그래서 말을 걸었습니다. 
왤케 모여있냐구요ㅋㅋㅋ
그러니까 세 분이 친구라고 하더라구요.
들어보니까 RPG를 해보기로 결심해서 처음 와우를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드루이드라서 파티 신청하고 순록으로 변신해서 택시 태워드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짧게 나누었습니다.



정말 하나도 모르시더라구요ㅎㅎ
그럴 수 밖에 없죠. 와우 시스템이 처음부터 친절하고 직관적이지는 않으니까요ㅎㅎ
그래서 순록에 어떻게 타는지도 내리는지도 잘 모르시더라구요.
제가 이제 뭐하냐고 하니까
타우렌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실 강아지 카일 찾아서 밥 주는 퀘스트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ㅋㅋ



그래서 제가 박쥐폼으로 변신해서 카일 찾으러 다니다가 발견해서
찾았어요!
랬는데
어!! 저 갑자기 늑대로 변신해서 달려가고 있어요!!
라고 하시더라구요ㅋㅋㅋㅋ
역시 멀고어 퀘 해보신 분들은 아실 퀘입니다.
늑대 정령으로 변신해서 위쪽 지역으로 자동 이동하죠ㅋㅋㅋ



세 분 거기 계실 동안
저는 빨리 썬더블라프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황천매듭가방 12개를 사서 세 분에게 4개 씩 드렸습니다.
와우 처음 하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처음에는 가방 적은 문제가 생각보다 크잖아요ㅎㅎ
원래 처음 만났을 때 2000골씩 드리면서 가방 사서 쓰라고 했는데
가방이 뭐에요? 어떻게 사요? 라고 하시길래
썬블 다시 다녀와서 사드렸어요ㅎㅎ 
더 좋은 가방이 물론 많지만 제가 돈도 빠듯했고 불성 때 기억이 깊어서 그런지 황천매듭이 계속 맴돌더라구요ㅋㅋ



제 자랑은 아닙니다만
제가 그 세 분 처음 만났을 때
시중에 돈이 11000골 있었습니다. 제가 골팟을 안 다녀서 돈이 없거든여ㅜㅜ
그래서 경매장에서 영약 살 때도 헥헥 거리면서 사는데
세 분한테 2000골씩 드리고 제가 가진 돈이 5000골이 되었는데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뭔가 굉장히 기쁘고 행복한 느낌이었습니다ㅋㅋㅋ
그러면서 제가 처음 와우 시작했을 때 알게 모르게 도움 주신 분들도 생각나구요ㅎㅎ



그래서 급작스럽지만 세 분이랑 친추도 맺었습니다
다들 저보다는 형님들이셨는데
앞으로 접속했을 때 있으면 서로 계속 얘기하면서 지내자고 했어요ㅋㅋㅋ
저보다 7살 많으셨는데 레벨이 높으면 형님인거라면서 저한테 형님이라고 하시고들ㅋㅋㅋㅋ
다음 번에 던전도 돌아드리겠다고 했어요ㅎㅎ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불성 시절에 와우할 때만 해도 만렙 지인들이 통곡의 동굴, 가시덩굴 시리즈 많이 돌아주셨거든요ㅎㅎ



세 분이 계속 와우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즐거웠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와우를 즐기는 요소들은 단순히 템렙 올리거나 숙련도 쌓는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는데
이 세 분과의 만남이 또 다른 요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저도 오랜만에 아제로스 돌아다니면서 다시금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추억 만들고 싶네요ㅋㅋ



끝으로 개소리 같지만 우리 모두 돕고 살았으면 좋겠어요ㅋㅋ
현실에서 그러기는 힘들지만 게임에서는 우리 할 수 있잖아요...?
진입장벽에 대한 말도 많고 무개념을 포장하는 '와린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잘 압니다.
제가 저 분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저 분들이 먼저 인사를 해주셨고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셨기 때문이죠.
상호 간의 예의는 선행하되 그 후에는 친절한 소통이 오갔으면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