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캐릭터 비검사가 추가되었던 비상 업데이트 이후, 올해 여름 시즌을 뜨겁게 달군 '초월' 콘텐츠가 9월 4일을 기점으로 대부분 적용되었다.

초월이라는 부제를 통해 선보인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최대 레벨 확장과 그에 따른 직업별 스킬 추가, 길드 시스템 강화,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인 신규 던전과 아이템 추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레벨 확장과 새로운 지역을 유저들에게 먼저 선보이면서 쉬고 있던 유저들을 끌어들여 레벨업이라는 목표를 부여했으며, 이후 파밍을 위한 던전 추가와 게임 내 커뮤니티 요소인 길드 시스템 강화를 통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9월 4일 마지막으로 적용된 최상위 던전과 강화 시스템 개편까지…어찌 보면 매우 이상적으로 물 흐르듯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떻게 느끼느냐는 부분이다. 그럼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유저들이 생각하는 '초월' 업데이트는 어떨까?





▣ 최대 레벨 확장과 신규 스킬 추가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

일단 정체되어 있던 레벨이 60에서 5레벨 상승한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 없이 좋다는 반응이다.

다만 5레벨이나 증가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함께 추가된 직업별 스킬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를 한 부분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밸런스 문제가 대두되었다.

사실 MMO에서 직업별 밸런스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이해는 하겠지만, 게임 내에서 한 두 직업이 소외를 받게 되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60레벨까지 어느 정도 인던 취업이나 사냥 등 안정된 직업이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도 생겼고, 비슷한 역할을 가진 다른 직업과 비교당해 어디 써주지도 않아 씁쓸하다는 유저도 있었다.




▲ 장비도 않좋고, 길드도 없고, 경험까지 없으면 파티 구하기 참 어렵다


캐릭터 밸런스를 조정한다는 것은 알고 보면 참 어려운 요소긴 하다. 직업별 스킬 하나만 조정하려고 해도 PVP, 인던, 다른 스킬과의 연계와 상성 등 고려할 것이 수두룩하고, 무작정 상향하면 상대적으로 또 다른 소외 직업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상향 평준화를 매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밸런스 문제는 게임 내에서 차별을 당하거나 비교 대상이 되었을 때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부분은 PVP 콘텐츠보다 조금 더 많은 유저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인던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근접 공격만 사용하는 보스를 상대할 때 보통은 탱커를 제외하고 원거리 딜러들을 선호하게 된다.

아무래도 리스크가 적고, 원활한 공략을 위해 이런 파티를 구성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형태가 확장되어 이젠 무조건 딜이 좋고, 경험이 풍부하며, 모든 보스 패턴을 파악하고 있는 숙련 캐릭터만 찾는 점인데 어느샌가 일종의 고정 관념처럼 되어 버렸다.

장비 수준이 낮으면 면접 문턱마저 넘기 힘들고, 조금 부족한 장비로 어렵게 파티에 합류해도 흔히 말하는 삽질을 하게 되면 괜히 내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닐지 눈치만 보게 된다.




▲ '우리는 엘리트 파티원을 원한다고! 귀여워도 넌 면접 아웃!'


커뮤니티 내 게시판을 통해서도 이와 관련된 유저분들의 의견이 많았는데, 밸런스 조정도 문제지만 직업별 특징을 좀 더 부각 시켜달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테라에는 탱커 역할이 가능한 검투사와 창기사, 그리고 힐러 역할이 가능한 사제와 정령사, 그외 딜러 역할을 하는 직업군 등 총 9개가 존재하지만, 굳이 적지 않아도 이 중에서 어떤 직업을 탱커와 힐러로 선호하는지는 알 것이다. 딜러도 마찬가지…

중요한 건 이런 고질병처럼 굳어진 틀을 깰 수 있도록 인던에서 요구되는 조건이 수치적인 부분의 강함이 아니라, 파티에 어떤 직업군이 포함되어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어서 비슷한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평준화되는 것이 유저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밸런스에 가까울 듯 하다.



▣ 길드 관련 콘텐츠 대폭 강화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두 번째로 살펴볼 업데이트 주요 내용은 바로 길드 관련 콘텐츠가 대폭 강화된 점이다.

길드간 다양한 경쟁을 통해 포인트를 쌓고, 일정 시즌별로 상위권 길드에게는 전용 탈것과 엠블램, 그리고 외관부터 압도하는 길드원 만의 공간인 '창공 요새'가 지급된다.

특히 창공 요새는 최초 공개 당시부터 이슈가 되었는데, 대도시와 주요 마을 위에 떠 있는 독립된 개체라는 것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판타지적 감성을 자극하는 조망권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현재 많은 인원수를 보유했거나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운영되어 온 거대 길드 인원들은 "드디어 길드만의 장점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길드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통의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커뮤니티 요소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 소유욕을 자극하는 외형의 창공 요새!


하지만 문제점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도전자와 학살자 리그 두 개로 나눠 길드 경쟁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강한 길드가 하위 길드에 전쟁을 걸어 손쉽게 전술칩을 얻는 경우가 많다.

전술칩이란 길드 경쟁 관련 콘텐츠를 플레이하면 획득하는 일종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전쟁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인던 위주의 길드 혹은 친목 위주 길드에 무분별하게 도전을 하고, 빼앗는 것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인던 입구나 마을에서까지 싸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길드가 있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살자와 도전자 리그간 뚜렷한 경계를 둬서 상호 경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학살자가 도전자 리그에 속한 길드에게 전쟁을 걸 경우 합당한 페널티가 부여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 포기 선언에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전쟁 선포(이미지: 마녀 회원의 게시글)


다음으로 과거 검은틈 시간에만 되면 불만이 폭주했던 심한 렉 문제와 마찬가지로, 천공요새 또한 기본적으로 대도시나 주요 마을 상공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렉 문제도 꾸준하게 제시되었다.

실제 포플리온이나 일부 도시에는 창공요새 업데이트 이전과 비교하여 상당히 프레임이 드랍되어 추가적인 옵션 타협이 필요한 유저도 많았는데, 검은틈과 달리 24시간 이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9월 3일 정기 점검을 통해 벨리카 근교와 알레만시아 등 일부 지역의 렉 현상 개선 작업으로 지금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 대도시 상공에 위치한 창공 요새로 인한 렉은 어느 정도 줄어든 상태


이처럼 앞에서 살펴본 원하지 않는 경쟁과 렉으로 인한 쾌적하지 못한 플레이 외에도 가장 큰 문제점은 해당 길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물론 길드 구성원이 많고,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괜찮은 길드'에 속한 유저들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만, 시스템 길드에 속해 있는 '전체' 유저들이 봤을 때는 그들만의 리그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추가된 길드 관련 콘텐츠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상위 10개 정도의 길드만 해당하기 때문에 거리가 먼 일반 유저들은 "나랑 관계 없네", "이런 종류의 콘텐츠는 대규모 길드가 아니면 소화하기가...", "그냥 없는 콘텐츠네요" 이런 반응도 있어서 조금 아쉬운 편이다.

따라서 체계화 된 길드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일반 유저들을 고려해 막피나 거대 길드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와 부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신규 인던 추가에 따른 유저들의 반응은?

"솔직히 가장 재미있던 던전은 수족관을 제외한 샨드라!"
"20명 풀방렉이 심했지만, 템 후두둑 떨어지는 맛이 있는 성상!"


일반적으로 어려운 난이도의 인던 중 가장 많은 유저들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곳은 성상, 샨드라 정도가 있다.

이후 많은 인던이 업데이트되었고, 새로운 파밍 장소가 제공되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선보인 엘카라스 호 상급 난이도의 인던은 유독 유저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이유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 그냥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해 현재로써는 사실상 클리어 불가능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으로, 도전 과정에서의 답답한 마음을 토하는 유저들이 많다.

해당 인던에 대해 유저들의 말을 인용하면 "반복되는 1넴 쫄잡기에 정신이 혼미하다. 제발 2넴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데, 사실 공팟으론 미션 임파서블", "맞아도 되는 공격은 없다. 스쳐도 빈사인 2네임드" 이런 글을 쉽게 볼만큼 난이도 면에서는 절망적이다.




▲ 상위 장비의 광전사가 엘상 2네임드에게 입은 피해량(이미지: 옆집금순 회원의 게시글)


물론 이런 부분은 정교한 컨트롤과 상황 대처 능력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또 한 가지 문제인 인던 내 심한 '렉' 문제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유저들은 단 한번의 피격으로도 전멸로 이어져 공략하기 어려운 상급 난이도 던전의 특성상 렉 문제는 공략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하고, 가장 큰 산이라고 할 수 있는 2네임드의 생명력이나 공격력 부분의 하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가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파밍이 완료된 유저들 역시 지금 상태로는 클리어하라고 만든 인던은 아닌 거 같다는 반응이기 때문에, 라이트하게 즐기는 일반 유저들은 도전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 늘어난 방어력과 체력, 여기에 방심하면 사망하는 보스의 공격력이 가장 큰 난관!


이런 문제는 현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언제부턴가 상급 난이도의 인던들이 패턴이나 새로운 요소로 인한 공략적인 부분에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몬스터들의 생명력과 공격력이 무식할 정도로 늘어나는 수준으로 획일화된 점이다.

일부 유저들은 이런 던전 디자인으로 인하여 개인의 능력 보다도 높은 수준의 장비를 파밍한 유저들을 선호하는 '면접 문화'가 고착된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인던이 나와도 신선한 건 오로지 인던 내부의 모습과 파밍 가능한 아이템뿐, 실제 공략하는 재미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들을 되짚어 봤을 때 최근 나온 던전에 대한 난이도 조정이나 개편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시기라고 본다.




▲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버려진 회당'




▣ 그외 시스템 개선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지금까지 테라 서비스 후 많은 시스템적인 보완과 추가를 통해 유저들의 편의성을 향상시켜 왔다.

특히 초월 업데이트와 함께 강화 시스템이 대폭 개선되어 편리해졌고, 크리스탈 합성 시스템의 도입으로 캐릭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유저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초월 3차 업데이트에 포함된 각성 강화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공개 당시만 해도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충분한 골드를 보유한 상위권 유저들이 아니면 사실상 힘든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 특히 15강 달성 시 장비 해방이 가능하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각성 강화 자체는 명품 작업에 +12강 장비가 보편화 되어 있는 현시점에서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일부 유저에게는 또 다른 목표이자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강화석과 명품 강화제 등 유료 결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일부 촉매제의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다.

각성 시 해당 재료가 각 2000개, 한 번 강화에는 200개씩 필요한데, 사실상 꾸준하게 골드를 모아서 명품 강화제 등의 재료를 사고, 확률이 적용되는 15강 아이템을 얻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12강 이후 실패 시에는 지금까지 테라에 없었던 강화도 하락이 적용되어 원점으로 회귀, 즉 소모한 비용과 노력 자체가 초기화되어 허탈감을 주는데,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각성 강화 시스템 자체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 누구나 이런 강렬한 붉은색 무기를 가질 순 없다(이미지: 오타 회원의 글)


물론 이 각성 시스템이 적용되는 아이템은 철기장 둔칸, 피로 물든 전설 장비로 제한되어 있고,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라 강제성은 없다.

단, 앞에서도 언급했던 인던 면접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유저들간의 격차, 그리고 지나친 현질 유도로 인해 게임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 이 세 가지 측면에서는 상당히 고려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각성 재료의 수 조정이나 명품 강화제 등을 얻을 수 있는 일일 퀘스트나 관련 콘텐츠 추가 등으로 누구나 테라라는 게임에 투자하는 노력과 시간에 따라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적절한 동기 부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