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덱스인트게임즈 이진희 파트장

"MMORPG의 퀘스트가 재미없는 이유? 잘못 만들어서 그런 거죠."

자극적인 이 문구는 금일(1일) 양재 엘타워에서 진행된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2015)에서 진행된 강연의 주제였다. '열혈강호2'와 '블레이드&소울'의 시나리오, 퀘스트를 담당했던 덱스인트게임즈 이진희 콘텐츠 파트장은 강연을 통해 구조적인 관점에서 'MMORPG의 퀘스트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했다.

강의 시작에 앞서 퀘스트가 재미없는 이유를 전적으로 '기획자가 잘못 만들어서 그렇다.'고 밝힌 그는, 잘못 만들게 된 자세한 이유를 '작업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과 '사공이 많은 점', '어쩌면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부분'이라는 세 가지로 제시했다.

스토리텔링에 관계된 일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 그래픽 업무와 달리 비전문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업계 전반적으로 쉽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국내 MMORPG의 스토리에 유명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는데, 이런 기획들의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인 사공이 많은 점에 대해서 그는 MMORPG 특성상 퀘스트 디자이너의 수가 많고, 개인의 취향과 연관이 깊은 스토리의 선호도 특성상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어쩌면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부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요소가 전부 제거되고 '수익 발생'으로 연결되는 '성장' 요소만 남은 모바일 RPG를 그 예로 제시했다. 결국, 돈이 되지 않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기 힘들고, 자연히 못 만들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재미가 없는데, 어디에다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 '못 만들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



그렇다면 과연 MMORPG에서 요구되는 스토리텔링의 개념은 무엇일까. 그는 얼핏 보면 같아 보이는 영화와 드라마도 스토리텔링 방식이 다르듯, 게임에도 게임에 맞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뜻을 몰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과거의 명작 RPG들처럼, 텍스트의 의존성을 버리고, 플레이와 시스템으로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MMORPG의 서사구조가 가지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MMORPG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다른 게임에서의 위치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불분명'한 존재라는 것. 결국, 유저는 감정이입의 대상을 찾지 못하고, 게임의 스토리에서 흥미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 서로 닮은 두 장르지만, 엄연히 다른 스토리텔링 형태를 갖는다.

▲ 외국어를 몰라 '감'으로 해도 재미있었던 그 때의 게임들. 단순히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상태에서는 재미를 찾기 힘들 것

여기서 그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세 가지의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대안은 서사구조의 활용으로, 가공의 인물이 주인공인 역사 이야기에서 유저는 '조력자'라는 확실한 포지션으로 일관성 있는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 결국, 유저의 포지션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두 번째 대안은 시트콤 형식의 메인스토리 구성이다. 그는 MMORPG의 스토리 흐름은 너무 길기 때문에,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서서히 메인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수채화에서의 '덧칠'을 예로, 기본적인 뼈대 위에 연관된 작은 에피소드를 더하는 방식이 이상적인 퀘스트 구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하나의 메인퀘스트로 MMORPG의 모든 세계관을 보여줄 수는 없다. 결국은 반복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대안으로 그는 '보스와 메인 스토리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을 꼽았다. 악당일수록 더 확실한 캐릭터성을 부여해 게임 플레이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보스전'에 의미부여가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퀘스트에 있어서는 구조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빨리 식을 수 있는 '패러디' 요소의 활용은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며 스토리를 고민 중인 개발자들에게 '퀘스트 제작의 팁'을 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유저가 납득할 확실한 '포지션' 부여가 필요하다.


▲ 퀘스트는 수채화의 '덧칠'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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