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오후의 정적을 깬다.

"안녕하세요. 인벤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신생 개발사의 ㅁㅁ인데, 통화 괜찮을까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어조로 용건을 건넨 그의 요점은 간단했다. 2년 동안 준비해온 신작 MMORPG를 인벤을 통해 공개하고 싶다는 것. 아니, 이런 횡재가. 하지만, 무턱대고 반길 수만은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얼마나 많은 유사 MMORPG들의 범람이 있었던가. 볼만한 기사가 될 수 있을지 약간은 걱정된다는 투로 말을 건네자 그는 단 한마디로 답했다.


"장담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MMORPG일 겁니다."


바로 다음 날이다. 배낭에 노트북과 카메라를 둘러매고 서둘러 서울 강남에 있는 개발사 로지웍스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게임의 이름부터. 정식 명칭은 '킹즈 온라인'(KingZ Online)이다. '왕'이라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듯이 게이머가 게임 안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울 수 있다는 컨셉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로지웍스라는 회사 소개가 우선일 듯하다.



[ ▲ 로지웍스의 신작 MMORPG '킹즈 온라인' ]




킹즈 온라인을 개발 중인 로지웍스는 김세훈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김세훈 대표는 '로지웍스' 외에 NHN 한게임에서 재오픈을 준비 중인 횡스크롤 액션 그랑에이지의 '로지웨어', 모바일과 웹게임 전문 개발사 '픽토소프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즉, 김세훈 대표 밑에 3개의 독립법인이 있고 각 독립법인은 킹즈 온라인과 그랑에이지, 모바일/웹 게임이라는 각각의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독특한 구조다. 김세훈 대표는 한 회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보다 단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이 개발력과 자본 투입 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한다.



[ ▲ 로지웍스, 로지웨어, 픽토소프트, 3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세훈 대표
열혈 게이머로 소문났으며 자사의 게임이라면 개발자 만큼이나 꿰뚫어 보고 있다. ]




그래서 로지웍스는 회사의 모든 자원이 '킹즈 온라인'에 집중되어 있고, 10년 이상의 개발 경력을 보유한 이은준 프로듀서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안내를 받아 로지웍스 대회의실에 입장해보니 김세훈 대표와 킹즈 온라인 개발진이 맞이해 주었다. 아무래도 독특한 게임인 만큼 질문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총출동했다는 설명.


김세훈 대표에 의하면 킹즈 온라인의 기획은 지금으로부터 2년 4개월 전에 처음 시작됐다. FPS와 MMORPG 모두 포화상태인 그때, 뭔가 독창적이면서도 강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원했던 것. 4개월 이상을 핵심개발진들이 토론하며 기본 컨셉을 다지는데 소모했다고 하니 그 당시 고민의 정도가 어느 정도는 짐작된다.


킹즈 온라인을 총괄하는 이은준 PD가 입을 열었다.



[ ▲ 킹즈 온라인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이은준 PD ]




"킹즈 온라인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모든 유저가 왕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왕으로서 대접받고 왕으로서 국가를 상징하는 성을 세우고 그 성을 매우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 유저는 이 성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최초의 성은 간단한 퀘스트를 통해서 인스턴스 방식으로 가질 수 있습니다. 일단 성을 가지게 되면 성에서 아이템을 제작하고 건축물을 지어 국민을 유입시키고 관련된 세율을 조정하는 등의 모든 국가적인 사업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킹즈 온라인에서는 유저는 각자 성을 소유할 수 있고 신하를 영입할 수도 있으며 성의 국민을 유입시켜 원래 주어진 성보다 더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 이렇게 성장시킨 성을 MMORPG의 필드 위에 세우게 되면 그때부터는 다른 유저들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형태로 플레이할 수 있다.


유저가 왕이 되어 성을 관리하는 부분은 상당 부분을 '위 룰'(We Rule)과 같은 건설형 소셜게임에 차용해 왔다. 직접 성의 모든 부분을 관리할 수도 있지만, 적재적소에 신하를 배치해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는 듯한 플레이도 경험할 수 있다.



[ ▲ 킹즈 온라인의 기획을 담당한 유상연 팀장 ]




"필드에 성을 짓는 것은 경쟁을 통해 이뤄집니다. 특정 스팟을 점령하여 인스턴스 공간에서 즐기던 성을 필드에 생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필드에 성을 짓게 되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해당 필드의 생산품을 독점적으로 가질 수 있으며, 필드 내 유니크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투에서도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킹즈 온라인의 유저들은 자신의 성을 키워가는 재미도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고 때로는 연합하면서 MMORPG 특유의 커뮤니티도 즐길 수 있다. 이은준 PD는 이런 부분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성 관리 부분은 라이트 유저를, 스팟 점령전 부분은 하드코어 유저를 동시에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창적이긴 하지만 생소하기도 하다. 일반 유저들이 과연 잘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 계속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더 쉽고 간단한 플레이 방식입니다. 유저는 일반 MMORPG를 플레이하듯 자연스럽게 컨텐츠를 즐기다 보면 성을 얻게 되고, 성안의 국민들의 요청, 즉 퀘스트가 되겠죠. 이런 퀘스트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성이 성장하게 됩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RPG 즐기듯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의 성장과 관련된 것 외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는데, 바로 NPC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왕의 성향을 결정짓는 부분이다. 성군이 되어 성의 구성원인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도 있으며, 폭군이 되어 국민을 착취할 수도 있다. 두 성향 모두 얻고 잃는 것이 분명하므로 유저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폭군이 되기로 하고 국민을 혹사시키면 한번에 수확하는 자원은 더 많아지겠지만 악명이 증가해 이후 성에 유입되는 국민의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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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게임을 개발할 당시부터 핵심 컨셉은 MMORPG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리만의 색깔을 풀어나가는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 중에 MMORPG를 선택한 것입니다. 최초 기획은 유저들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게임이 목표로 콘솔게임인 '펫 프린세스'나 '마이 킹덤'같은 게임을 표방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에서 말씀드렸던 고민을 거쳐오면서 지금의 '킹즈 온라인'이라는 매우 독특한 게임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의 PVE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싱글플레이, 파티플레이 모두 지원하며, 싱글플레이 시에는 자신의 신하를 NPC 동료로 사냥에 데려갈 수 있다.

왕과 왕이 다스리는 성이 메인 테마인 만큼 '공성전'도 킹즈 온라인의 핵심 콘텐츠다. 하지만, 여타 MMORPG와는 큰 차별점이 있다. 이은준 PD는 '마이트앤매직'에서의 공성전을 실시간으로 즐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성이 있기 전 자신의 군대를 성의 다양한 방어거점에 배치해놓고 전략, 전술을 선택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디펜스 게임과도 유사하지만, 자신의 캐릭터 '왕'은 직접 조종할 수 있어 플레이 여부에 따라 전투의 승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구분된다.




[ ▲ 직접 클라이언트에 접속해 게임의 컨셉을 설명해주는 박점술 기획 파트장 ]





"2년 동안 정말 죽도록 만들었습니다."


개발진의 설명을 들으며 실제 플레이 장면과 영상을 보니 콘텐츠 하나하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유저가 성을 관리하는 부분, 그리고 NPC와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왕의 성향이 변하는 부분은 거의 콘솔 게임에 근접하는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웅장한 배경화면과 중세시대를 잘 고증한 그래픽도 놓칠 수 없는 부분.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로지웍스가 개발 중인 '킹즈 온라인'은 2012년 여름 CBT, 2013년 상반기 OBT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열심히 만들고 준비가 되면 공개할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유저들을 실망하게 만들면 안 되겠죠. 젊은 업체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추구하고, 그것이 비록 유저들에게 다소 낯설다 하더라도 쉼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패기가 있습니다. 지금의 독창성에 재미 부분을 더욱 보강해서 유저분들께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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