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발의한 게임 셧다운제의 시행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한다는 골자의 이 제도의 시행을 두고 현재 많은 게임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11월 20일부터 시행되게 되는 셧다운제를 대비하여 이미 업계에선 미리 패치를 내놓아 점검하거나 시스템적으로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힘든 몇몇 플랫폼은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가입 자체를 막거나 해당 시간대에 서비스를 중지하는 등 적당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에 인벤은 셧다운제 도입에 대해 많은 게이머, 업계 관계자 그리고 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짚어보았다.




▷ 셧다운제의 해외 실패 사례


게임 셧다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바로 태국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03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했었다.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심야에는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 밤 10시 이후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려면 성인들조차도 연령 체크 및 우체국으로부터 게임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발급받아야 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의 이 같은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운영 과정에서의 미숙함과 허술함이 그 원인.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신분으로도 얼마든지 게임 접속이 가능했고, 사용자 인증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들은 결국 셧다운제를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전락시켰다.


한편, 베트남 역시 2011년 3월 동일한 정책을 폈으나 실패했던 과거가 있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자 셧다운제도를 시행했지만,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했다. 셧다운제도에 답답함을 느낀 청소년들이 심야에 온라인 게임이 아닌 PC 패키지 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셧다운제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고사항에 그쳤고,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2년 만에 폐지되었다.


온라인게임 강국 미국은 또 어떠한가. 할리우드 스타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지난 2005년,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게임 판매를 금지한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슈왈제네거 VS 엔터테인먼트 상인 협회" 법안이 통과되었으나, 2년 뒤인 2007년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폭력 게임과 청소년들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는 연결 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09년 고등 법원 역시 같은 입장을 표명했고, 결국 지난 6월 "표현의 자유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과 동시에 슈왈제네거 법안은 기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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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해외 매체들은 한국의 셧다운제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국제 뉴스를 보도하는 미국의 'The Economist'는 한국의 셧다운제도에 대해 "Game Over : A liberal, free-market democracy has some curious rules and regulations,-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별난 제도와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며 냉소적인 시선을 비췄고, 'KOTAKU'와 'Game Watch' 역시 셧다운제도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 시점에서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산업의 발전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데, 게임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들어 해당 법안의 시행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유독 한국만이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 나아가 셧다운제가 한국의 게임산업 발전을 막고 한국 경제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 셧다운제를 왜 실제로 도입하기 어려운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 시행될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게 되는 일명 '셧다운제'. 이러한 셧다운제가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진 탓인지 현재 게임 산업에 적용하기 매우 어려운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으로 적용되는 PC온라인게임 중심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적용할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 현재로선 거의 주먹구구로 처리되고 있다. 법률 조항에 따르면 인터넷게임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 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는 게임은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며 정보 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이라는 것도 현재의 게임 시스템이 다양해지게 되면서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점이 많다. 온라인 멀티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것을 다시 구분하기 위하여 비영리라는 점을 내새웠으며,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데 그것의 타겟이 정보통신망 이용 게임물, 즉 온라인게임에 국한하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일례로, 온라인 게임 못지않은 중독성을 보이는 풋볼매니저나 문명시리즈 같은 게임은 셧다운제에 적용되지 않는다. 패키지게임이지만 온라인 기능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스팀과 오리진은 적용이 불가능한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온라인 게임이라 할지라도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게임과 적용되지 않는 게임도 있다. 블리자드의 게임을 예로 들어본다면 esport가 활성화되어 있는 스타크래프트1의 경우 '옛날 버전이며 현재 시스템으로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고 이용자들이 20대 이상의 청년과 중, 장년층이 많아 셧다운제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적용되게 되었으며 블리자드의 유명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적용되었다. 워크래프트3의 경우에는 비영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셧다운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게임물로 분류되어 인터넷으로 제공되지만, 실제 셧다운제의 적용이 어려운 플래시 게임과 PC 패키지 게임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태블릿PC에서 제공되는 게임은 '청소년에게 보급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셧다운제의 적용을 유예'한다고 발표하였다. 콘솔 기기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의 수집 또는 이용 여부에 따라 셧다운제를 적용하고 또 이용하지 않아도 유료냐 무료냐에 따라 셧다운제를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MS의 엑박라이브의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즉 유료이기 때문에 셧다운제가 적용되게 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엑박라이브에서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가려낼 방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접속을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소니의 경우, 가입 시 개인정보를 수집하였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소니 내부 기술적으로 16세 미만의 이용자만 특정 시간대에 접속을 차단할 수 없어 16세 이하의 이용자는 PSN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즉,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가려내어 서비스가 불가능하므로 청소년 유저는 PSN에 로그인 및 신규 계정 작성이 불가능하게 조치하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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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콘솔업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적용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한국닌텐도에 문의해봤지만, 내부에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받은 상태이다.


모바일 게임은 이번 셧다운제에서 적용이 어려운 점이 있어 2년간 유예기간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가격이 비싸고 보급률이 낮아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플래시 게임물도 포함되어 있으며 웹게임은 적용되지 않는 사항이다.






▷ 문화연대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는?

셧다운제를 담은 '청소년보호법'과 관련해 문화연대는 셧다운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용을 헌법소원 청구했다. 게임산업협회 역시 셧다운제 헌법소원을 현재 준비 중인 상태다.


문화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이번 헌법소원은 ‘셧다운제’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및 교육권, 제 11조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법무법인정진 소속 이병찬, 이상엽 변호사가 맡아서 추진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리한다는 점,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무료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셧다운제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크게 4가지

이번 셧다운제에 대한 법률조항의 위헌성은 크게 4가지다. 이병찬 변호사는 헌법소원청구서를 통해 이번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을 할 권리’ 침해 ▲청소년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평등권 침해 ▲부모 교육권 침해 등이 청소년보호법(셧다운제)의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게임을 할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헌법 제10조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에 대한 ‘행복 침해권’ 위헌에 대한 내용이다.


청소년보호법 제27조의 1항에서는 인터넷게임 중독을 “인터넷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인하여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나친 이용이란 합리적으로 해석했을 때 ‘장시간 이용’을 말하는 것이고 심야시간대에 이용을 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병찬 변호사 측의 설명이다.


두 번째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요소도 따져볼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8세 미만자가 당구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5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당구를 통하여 자신의 소질과 취미를 살리고자 하는 소년에 대하여 당구를 금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인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침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3.05.13, 92헌마80).


게임산업 역시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e-spots도 활성화 되어 있는 상태다. 임요환, 홍진호 등 일부 프로게이머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해외 게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위 선양에 기여한 프로게이머도 많은 상태다. 때문에 향후 e-sports 선수로 활동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게임이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의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는 '평등권'과 '부모교육권' 침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객관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규범의 대상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규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1)오전 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다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는 점, 2)인터넷게임을 하는 청소년들과 인터넷게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기타 게임’(PC 패키지 게임, 콘솔게임, 모바일 다운로드 게임 등)을 하는 청소년들을 차별하는 점, 3)게임을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려는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훈련을 할 수 없게 되는 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부모교육권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가가 나서서 법적으로 게임 접속을 제한하면 부모의 교육권이 침해된다. TV나 만화와 같이 자녀가 특정 매체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는 것처럼 게임 역시 국가가 아닌 자녀를 가진 학부모가 직접 심야시간에 자녀에게 게임을 허용할지는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 셧다운제 헌법 소원의 법률적인 진행을 맡은 이병찬 변호사 ]


이병찬 변호사, 셧다운제는 청소년에 대한 고민없이 도입된 제도

이병찬 변호사는 헌법소원청구서 말미에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는지', '왜 심야에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없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가 게임의 중독성 때문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위주 교육에서 성적으로 인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위주 교육이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설사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게임중독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기타 게임이나 해외 게임으로의 회피 및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같은 부작용만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국가가 진정으로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고자 한다면, 심야시간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대체적인 놀이문화와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오후나 저녁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셧다운제는 해외에서 먼저 시행되어 실패한 사례가 있는 제도이다. 그리고 셧다운제도를 국내에 도입시키기에는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과정에서 국내의 게임 환경과 맞지 않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명확한 구분자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셧다운제를 적용하여 업체와 게이머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문화연대에서는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중독되는지.','왜 심야에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도입된 제도로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자가 가장 놀랐던 점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정보를 모으기 위하여 게임사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자사의 플랫폼 또는 타이틀이 셧다운제에 적용되는지 모르는 업체도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는 20일, 드디어 국내에 셧다운제가 시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앞서 설명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적용되어 실행된다면 앞으로 더 큰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게임 관련 업체 관계자나 게이머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