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게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그 어떤 개발자던 어려워했다."

책 '위대한 게임의 탄생'의 역자, 박일 프로그래머가 게임테크 2012에서 포스트모템을 집약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부검'이라는 뜻을 가진 포스트모템은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분석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웬만한 게임 개발자는 자신의 게임이 잘 된 점을 설명하기는 쉽지만, 치부를 드러내는 것에서는 부담을 느꼈다고.

박일 프로그래머는 "게임은 국내 문화 콘텐츠 수출액의 52%를 차지하는 문화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게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모두가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책 '위대한 게임의 탄생'의 제목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박일 프로그래머는 컨퍼런스에서 포스트모템 과정에서 공통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바탕으로 소개했다. 그 중 단연 1등은 596번 등장한 '게임'

그 외에도 개발자 다수가 '비전'(책을 통틀어 48번 등장)의 중요성을 꼽았다고 발표했다. 게임 내에서 비전을 설정할 때, 게임의 전반적인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어야 하고, 팀원이 같은 길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지만 어떤 게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비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것은 게임의 목표뿐 아니라 제목 혹은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팀원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토타이핑(22번 등장)도 중시되었는데, 특히 '사이렌의 유혹'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처음에는 재미있을 것 같아 추가하자고 했으나, 실제로 게임 내 도입해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것.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렉터(105번 등장)와 프로듀서(11번 등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PD와 PM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회사에서 핵심 개발자가 PM과 PD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방향성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퍼블리셔의 미팅으로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결정이 늦어져 개발이 늦춰지는 일이 잦았던 점을 많은 개발사가 아쉬워했다고 한다.

일정(105번 등장)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자주 등장했다. 포스트모템에 의하면 일정은 언제나 밀리기 마련이고 개발자는 갈수록 나이를 먹는다. 그것이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모가 되었고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의미한다는 것.

경험(140번 등장)과 욕심(16번 등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카발 온라인에서는 게임에 대한 개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적이었다고 말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게임 개발 경험이 있었기에 안정적인 개발이 가능했다고 한 것이다. 욕심과 관련해서도 '롤리콩즈'는 더 잘 만들기 위해 많이 만들려는 욕심을 이겨냈기에 좋은 게임이 나왔다고 평하였지만, 엔씨소프트의 '작룡문'은 욕심을 내서 손을 세심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은 사례를 발표했다.

'해외진출(117번 등장)'과 관련해서 크로스파이어는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기에 중국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발표하며,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그대로 해외 서비스에 적용하면 실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HIS 게임은 해외 시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해외 '퍼블리셔'(34번 등장)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퍼블리셔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고.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사행성을 조장하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의 삽입에 제약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이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예시.

박일 프로그래머는 "포스트모템에 있어서 실제 프로젝트별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서로 다르며, 한 가지 정해진 규칙은 없다. 특히 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라고 말하며 "국내 포스트모템의 수집이 너무 늦었다. 핵심 개발자가 해당 프로젝트를 그만뒀거나 하는 등 포스트모템의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 지금처럼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암묵지 형식에서 전수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형식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