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게임산업계에 가해진 크고 작은 규제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그들 중 상당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정부 관련 인사들이 게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다는듯 규제는 지속되어 왔다.

그렇기에 전병헌 의원의 행보는 유독 돋보인다. 전병헌 의원은 평소 게임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2011년 오픈마켓법을 대표로 발의해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 개방에 힘썼고, 게임위의 민간이양이나 MBC게임의 존재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아마추어 창작활동 지원법 개정안 등 게임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게임물등급심의 업무의 민간이양을 위해 진행한 심사에서 게임문화재단이 탈락한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의 향후 개편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제도권 인사로서 이토록 게임 관련 의정활동을 펴는 것은 업계에서 주목할만한 일이다. 인벤에서는 전병헌 의원 측과 연락해 게임 관련 의정활동과 업계의 나아가야할 길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 전병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Q. 의원님이 추진해오신 의정활동은 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인데, 어떤 배경으로 이렇게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들 딸 모두 20대 중반으로 게임을 즐기는 편입니다. 최근 ‘애니팡’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것 같은데 카카오톡으로 ‘하트’가 많이 들어오길래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애니팡’ 때문”이라며 가르쳐주더군요.

이전에는 아이들을 통해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수준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당시 안드로이드 마켓)와 같은 오픈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막히고 나서입니다.

아이들이 앱스토어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마켓 상에서 국적을 바꾸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오픈마켓 게임법을 발의하게 된 계기였죠. 그런데 법이 통과되고도 3~4개월이 지나도록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가 열리지 않더라 이겁니다. 알고보니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막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작년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질타했고, 지난해 11월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가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문제점도 알게 됐고, 더 이상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e스포츠 문제는 많이 아쉽게 생각합니다. MBC게임 관련 문제는 너무 늦게 알아서 막을 방법이 없었고, 전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전혀 뒷받침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Q. 최근에 트위터를 통해 "애니팡도 18세 게임 될라...여가부의 황당한 '셧다운제 평가표'" 기사를 리트윗하신 바 있는데요. 게임전문지의 기사도 모니터링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게임전문지를 특별하게 모니터링 하기는 어렵습니다. TV뉴스 혹은 신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주요 이슈나 개인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거나 읽는 정도죠. 게임에 관해서는 주로 포털 검색을 하거나 아들이 가끔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Q. 현 정부 4년 동안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전봇대까지 뽑으며 정권초기 규제 철폐를 강조했었는데 게임산업만 놓고 보면 규제가 더 많아졌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글쎄요, 전봇대를 뽑은 것은 이 대통령께서 직접 가서 보여주기용으로 뽑은 것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사실상 방송, 통신, 인터넷 등등 규제나 검열이 늘어나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특히 IT나 콘텐츠산업에 대한 현 정권의 이해도는 ‘0'수준이라고 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보수’가 가진 프레임과 ‘IT, 콘텐츠’ 분야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할까요.

제도권 전체로 놓고 보면, ‘게임’을 ‘산업’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바꿔말하면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외부활동이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제도권의 게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규제가 계속된다면 당연히 그에 적절하게 ‘게임산업의 필요성’이나 ‘규제의 잘못된 점’ 등을 스스로 연구해서 제도권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여론에 ‘규제의 문제점’을 호소해 규제 완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게임산업계를 보면 정부가 어떤 규제카드를 꺼내들더라도 마냥 얻어맞고 있기만 하는 모습입니다.

“제도권에서 아무리 떠들고 규제해도 우리는 게임만 잘 만들면 돼”라는 인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규제를 불러들이는 모습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정확하게 지적하고 제도권에 항변하는 게임산업계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지금보다 더 큰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반드시 그렇게 변해야만 하고요.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도와주고 싶어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보호’ 논리와 문화부의 ‘사행성, 불법게임’ 논리 앞에서 더 큰 규제만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Q. 최근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가 내놓은 게임물평가 계획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하는 코미디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셨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보고 계십니까?

기본적으로 규제의 문제와 닿아있습니다. 게임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아이들의 공부할 시간을 뺏는 ‘주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죠.

지금의 평가계획 자체도 문제지만,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오픈마켓 모바일 게임에 대한 강제적인 셧다운제를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도입하겠다는 의사도 문제입니다.

사실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행보는 좀 더 빨리 자신들이 오픈마켓을 규제하는 주무기관이 되고 싶어하는 심리도 있습니다. ‘규제 무풍지대’라고 할 수 있는 오픈마켓에서 규제기관으로 나서고 싶어하는 정부기관들이 많기 때문이죠.

현 정권 들어서 ‘정부조직개편’을 엉터리로 해놓다보니, 정부 부처들이 규제 철폐를 위해 경쟁을 하는게 아니라 더 많은 분야를 규제 범위로 끌어안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인데, 정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된 토론회]


Q. 모바일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여부가 최근 게임업계의 핫이슈입니다. 이에 대한 전병헌 의원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명확하게 반대 입장입니다. 심의 문제로 앱스토어와 플레이 스토어의 게임카테고리가 막혔을 때 어땠습니까? 수많은 이용자들이 탈옥, 루팅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하거나 마켓 상에 표시하는 국적을 바꿔서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규제의 실효성은 없고 불법행위만 양산하는 ‘몰이해’에서 나오는 정말 ‘무식한 규제’라고 하겠습니다.

모바일게임에 대해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실행할 기술적 조치를 과연 앱스토어나 플레이 스토어가 하려 할까요? 또, T스토어 등 국내사업자들도 쉬이 동의하겠습니까? 어떤 사회에서든지 국가가 강제로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한정해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정말 국가가 막아야 할 ‘불법행위’일까요?

아이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모바일 상에서의 국적을 바꾸도록 하는 것들이 정말 국가가 유도해야 할 일은 아닐 겁니다. 사회전체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모아서 보다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 위에서 이뤄지는 합리적인 규제야 말로 진정 게임의 부작용을 막을수 있는 것이지, 무조건 못하게 한다고 막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Q. 무분별한 정부의 규제도 문제지만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치게 수익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는 콘텐츠 개발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 재고를 위해 게임업계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그 부분은 민간 자율심의 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플랫폼별 민간 기구가 국가적 기준 아래서 등급분류심의를 하게 되면 게임회사 스스로 자정작용을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은 모든 게임을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즉 국가로부터 출시 이전에 모든 내용을 승인받고 있기 때문에 게임회사들은 “국가가 승인해준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자율심의를 하게 되면,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몇 세까지 이용하기 적합한 게임물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서비스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게임을 시장에 출시하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을 게임회사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또, 정부가 이런 사후관리 부분에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문제가 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책임을 묻는 노력도 해야겠죠.

어느 나라, 어느 정책도 마찬가지지만 시스템이 갖는 힘이 중요합니다. 지금 게임산업정책에 있어 총체적 부실 중 하나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플랫폼에 상관없이 모든 게임물에 대한 입법, 사법, 행정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보니 단 한가지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문화부와 게임산업이 가져가야 할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쓰고 있는 꼴이죠.

정책적으로 플랫폼별 명확한 등급 분류 및 심의 규칙을 만들고, 등급분류 업무는 민간에서 플랫폼별로 신속하고 자율적으로 실시하며, 사후규제는 사법권을 가진 별도의 기구를 통해 강력하게 해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게임산업 행정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렇게 각자 명확하게 책임을 나눠가질 때 게임산업계에서도도 눈살 찌푸려지는 확률형 아이템, 살인적인 아이템 드랍율 등이 자율적으로 정화되고 나아질거라고 믿습니다.



Q.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민간이양을 위해 계속 힘써오고 계신데, 민간이양 수탁기관 모집 중 유일하게 참여했던 게임문화재단이 탈락하면서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 지원없이 현재 게임위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텐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민간기관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온라인게임을 심의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인프라라는 것이 무엇인지 게임업계에 되묻고 싶네요.

현재 게임업계는 “최대 108만 원만 내면 게임심의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비용을 투자해서 자율심의 권한을 가져올 필요가 있나. 요즘 업계도 어려운데”라는 입장이고, 행정기관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라도 결코 넘기지 않겠다”라는 모습입니다.

오픈마켓 게임심의 시스템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애플이나 구글은 수백, 수천 개의 게임을 어떤 인프라를 투자해 어떻게 심의할까요?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가 온라인 게임이 1년에 몇 개나 등급분류 심의를 받습니까? 등급분류 업무 그 자체를 가져오기 싫고, 내어주기 싫은것이지 그 외 나머지는 핑계에 가깝다고 봅니다.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를 국가가 계속 해주기를 바라는 자세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온라인게임을 부흥시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자세라면 오락실이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듯, 온라인게임도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등급분류라는 것은 기준만 잘 만들어놓으면 큰 어려움이 없는 일입니다. 게임을 그 기준에 따라 몇 세까지 이용한 게임인지만 분류해 등급을 메기는 일이지 않습니까. 일부 초기 분담금이 크더라도 업계는 지금처럼 그나마 여력이 있을 때 과감히 투자해서 등급분류심의를 반드시 민간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 전병헌 의원은 여성가족부의 게임평가안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Q. 무분별한 게임규제가 양산되는 배경에는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이 게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도박과 일반게임을 구분짓지 못한다거나 그저 학생들의 성적을 떨어뜨리는 유해산업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인데요. 의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제도권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죠. 하지만 산업 자체적으로도 게임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했는지를 묻고 싶네요.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무수한 욕을 먹으면서도 그들이 가진 서비스와 정책을 제도권에 설명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많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도 정치권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제도권에 설명합니다. 박원순 시장처럼 직접 정치에 나서는 경우도 있고요.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 선박을 만드는 기업,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경련 등은 우리사회의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체들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와 제도권의 대표적인 이익단체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때때로 시민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을 감수하면서 확실하게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들의 입장과 정책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밝힙니다.

그런데 게임산업계는 이러한 노력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전문매체 기자들에 대한 홍보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국회나 정부가 어떤 제도를 만들 때 본인들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본인들을 위한 정책연구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지금 문화체육관광부가 웹보드 4사(한게임, 피망, 넷마블, 엠게임)를 지난 8월 중순부터 수차례 불러서 사행성 웹보드 게임을 통한 매출을 없애려는 규제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이 규제안이 8월 말 발표되면 게임회사들에게는 많게는 수천억 원에서 적게는 수백억의 매출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이에 대해서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의원실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해줌으로써 일부 기사화된 수준이죠.

셧다운제가 도입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식적으로 본인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고, 전방위적인 반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죠. 아마 웹보드 규제안도 결국 문화부 행정관들의 생각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오락과 온라인 게임이 명확하게 다르다면, 명확하게 다른 이유와 명확하게 분리해서 관리될 수 있는 법 제도를 연구해서 제도권에 입법요구를 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무조건 모른다”라고만 몰아붙이는 것은 과연 합당할까요?

김정주 회장이나 김택진 대표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그들이 누군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일반 대기업 총수들 이름은 알겠죠. 제도권도 똑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을 비롯한 의사결정권자들은 어린 시절 현재와 같은 게임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게임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일에 게임산업계가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평생가도 지금의 제도권은 게임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Q. 현재 교과부의 '게임 쿨링오프제'나 여가부의 '청소년 게임중독 기금마련안' 등 추가적인 게임규제책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원님의 생각이나 게임업계의 대처방안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규제안에 대해서 게임산업계가 정책적으로 철저하게 연구하고 그에 대응할 논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왜 쿨링오프제는 시행되서는 안 되는 것이며, 여성가족부가 게임중독 기금마련을 마련하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고 제도권을 이해시켜야 합니다.


Q. 문화부, 여가부, 게임위 등 게임업계와 관련된 주무부서 및 기관들이 내놓은 규제와 정책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실성이 없으면 문화부와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왜 문화부가 하는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의사협회를 예를 들어 보죠. 그들의 생사여탈권은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지만, 잘못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면 강경하게 싸우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여론은 양쪽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그렇게 형성된 여론을 중심으로 의원들은 국회 차원에서 다양한 입법안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게임업계에서는 문화부, 여가부, 게등위 정책에 대해 당당히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가 1년 7개월 동안 제도에 막혀 서비스가 안 되고 있을 때 제가 ‘오픈마켓 게임법’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게등위-이동통신사의 반대를 뚫고 오픈마켓 게임카테고리를 여는 동안 모바일 게임회사들은 물론이고 게임산업협회나 기자들마저도 ‘아무도’ 찾아와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다는 겁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 모바일 게임들이 정식 서비스 되고난 지금은 어떻습니까.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주가가 급속히 상승해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게임정책을 제안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잘못된 게임물 평가계획도 트위터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이렇게 만든건 게임산업계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들이 무지하다면 그들의 잘못된 정책과 맞서야지 왜 수긍합니까? 정부부처 정책이 현실과 큰 괴리감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산업’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이들이다보니 개선이 쉬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다시금 질책하는 노력을 할 겁니다.



Q. 자녀를 가진 부모입장에서 전병헌 의원님의 자녀관리 비법을 듣고 싶습니다. 자녀들이 한창 게임을 좋아하는 나이로 알고 있는데요.

둘 다 이제 20대 중반의 성인이라 알아서들 잘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했죠.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과 많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이 항상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Q. 문화콘텐츠 산업중 게임은 가장 규모도 크고 해외수출액도 높지만 타 산업보다 대우를 못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산업 중에서 세계 1위,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 ‘게임’이라고 봅니다. 지금 엔씨소프트의 '길드워2'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콘텐츠 산업은 우리 미래의 먹거리 산업입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이죠. 지금은 게임산업계가 새롭게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게임만 잘 만들면 되지”라는 생각에 안주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서 본인들의 위치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고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함께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혁신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오픈마켓 모바일게임처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민간자율등급심의를 완벽하게 해내야 합니다. 기회가 와도 나몰라라하면 규제의 압박과 세월을 흐름 속에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산업계 전체의 위기 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요즘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인데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조언이나 응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훌륭한 인재들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신선한 재미를 발견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척척 해내는 것을 보면 국가차원의 문화 인재들이라 할만합니다.

사실은 국가가 이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그 가치에 상응하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해줘야 옳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마치 ‘나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는 데에는 제도권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해외 게임들의 침입으로 어렵고, 많은 규제들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안 좋아진 인식에도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도적으로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 가는 것은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 다만, 자율등급심의를 가져오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말 잘못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어렵더라도 과감하게 돌진해서 완벽한 성과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기회가 성공으로 이어질테니 말입니다.

오픈마켓의 게임카테고리를 열 때도 제도권으로부터, 기득권자로부터 온갖 우려와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열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 돌진했음에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오픈마켓 모바일 게임들 아주 잘 서비스 되고 있지 않습니까?

온라인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게임 플랫폼에 적합한 자율시스템을 조속히 갖추고, 신속하게 등급분류 업무를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게임산업계가 자기 목소리를 확실히 내고, 보다 많은 정책을 연구하고, 왕성하게 제도권과 교류활동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