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MMORPG의 경우, 당시에 즐기던 2~30대가 지금까지 오면서
4~50대에도 게임을 즐기는 것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을 나이 지긋한 분들이 즐기는 것을 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사실 컴퓨터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10대에서 30대까지가 주로 즐기는 취미라는 느낌이 강한데다가
테라와 같이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하기엔 힘들 것 같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생각들이 모두 편견에 불과하다는 듯, 오늘도 즐겁게 테라를 즐기는 모녀가 있다.
테라 인벤에서 팬더의상실이라는 닉네임으로 카툰을 연재 중인
엘리온 서버의 마밍아이 님과 마밍 님 모녀가 바로 그 주인공.
▲ 테라 인벤에 연재 중인 마밍아이(팬더의상실) 님의 카툰
모녀가 함께 게임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있는 에피소드를 카툰으로 풀어내
어느새 많은 팬을 만들어낸 이들 모녀를 테라 인벤에서 찾아가 보았다.
인터뷰 약속을 잡고 찾아간 곳은 테라의 시작 지점인 여명의 정원에서 동쪽에 있는 절벽 지역이었는데,
배경으로 보이는 폭포가 어지럽다는 마밍 님의 불평을 시작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마밍 : 안녕하세요. 58년 개띠 아줌마예요. 애들이 셋인데 딸이 둘이고, 하나가 아들이예요.
저는 안방에서 게임하고, 딸은 딸 방에서 한답니다.
마밍아이 : 저는 엄마 첫째 딸이고 28살이에요. 집에서 그림 그리고 있고요, 엄마랑 같이 테라도 하고 그러네요.
▲ 모녀가 같이 테라를? 마밍 님과 마밍아이 님
기자에게 있어서도 어머니뻘 되는 마밍 님.
이 정도 되시는 분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테라를 시작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를 묻자 마밍아이 님이 대답을 해 주었다.
마밍아이 : 테라가 처음 나왔을 때 조금 해보았는데 그래픽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엄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동영상을 한 번 보여드렸는데 너무 좋다고 하셔서 같이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런 게임이 처음이시다보니 게임을 하다가 새끼손가락에 마비까지 걸릴 정도가 됐어요.
마밍 : 마비가 안풀려서 둘째딸이 날마다 병원 가라고 해서 곤욕스러웠을 정도였네요.
마밍아이 : 지금은 괜찮으세요! 그리고 테라를 시작한건 오월 부터였나?
여름 전에 시작한 것 같아요. 그렇죠 엄마?
마밍 : 응!
최근 나온 게임 중에서 수준 높은 그래픽을 보여주는 테라인 만큼,
멋진 그래픽에 반해 함께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는 두 모녀.
비록 오픈 베타 초기부터 게임을 즐겼던 것은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즐거웠던 에피소드는 다른 유저들 못지않았다.
마밍 : 시골에 내려가거나 친구집 담장 그려주거나, 살림하느라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크루님이나 투사님, 튕님 같은 다른 분들을 만나서 좋고요, 게임을 하면서 화면도 질리지 않아서 좋네요.
마밍아이 : 테라의 장점이라면 뭐니 뭐니해도 그래픽이죠.
그리고 카툰을 그리면서 다들 부러워해주시고, 힘내라고도 얘기 해주시는데
처음엔 모녀가 같이 게임하는데 거부반응이나 못믿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을까봐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그림을 올려서 올릴 때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용기도 주시고 해서
신나서 계속 그림 그리고 하는 것 같아요.
▲ 마밍아이 님의 카툰은 테라 인벤 카툰 게시판에서도 훈훈류 甲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러한 과정에서의 이야기를 카툰으로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얻는 이들도 사실 항상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마밍 님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유저들에 비해 반응이 느리거나
게임에 대한 파악이 힘들어 파티 플레이를 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고.
마밍 : 게임이 힘들고 어려워서 가이드북도 사서 공부하려고 서점에 갔는데 없더라고요.
마밍아이 : 저렇게 게임을 잘 하려고 노력하시는데 남들이 보기엔 그런게 잘 안 보이는 게 안타까워요.
파티 할 때 제가 “우리 엄마예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무시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딸 입장에서 그게 너무 안쓰러워서 게임 하면서 가장 안 좋은 기억을 꼽으라면 그것들인 것 같아요.
▲ 숙련자만을 찾는 유저들의 성향과 비난에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마밍아이 : 그래도 연재 이후에는 제가 없어도 엄마를 저보다 챙겨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만화 보시고는 이것저것 가르쳐주시고, 길도 기다렸다가 같이 가주시고 하면서요.
그럴 때 마다 그림을 그려서 올리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밍 :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진짜 서울 가까이 사시면 밥이라도 나누어 먹고 싶어요.
비록 파티 플레이나 던전 같은 곳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그 외의 것들은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 하는 모녀.
인터뷰에 같이 참여했던 튕 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마밍 님은 광석 하나가 보이면 같이 게임을 하는 두 명의 딸과 같이 캐려고
광석이 있는 자리에서 오도카니 기다렸다가 세 명이서 함께 캘 정도라고 하니
그 광경을 상상한 기자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 부캐를 키우면서 광석 캐기도 사이 좋게...
마밍아이 : 사실 퀘스트는 항상 같이 진행했지만, 제가 접하지 않을 때에도 엄마 혼자서 여기 저기 구경하시면서
채집도 하고, 사냥도 해서 저보다 먼저 레벨 업을 하셨어요.
딸인 마밍아이 님보다 먼저 만레벨을 찍을 정도로 게임을 열심히 했던 마밍 님이지만
장비 파밍이나 던전을 반복하는 플레이는 그리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마밍 : 저는 굴 속(던전) 같은 데로 아이템 구하러 가는 게 싫어요.
무서운 데는 보석도 구해서 껴야 되고, 활력도 죽을 때마다 먹어야 하는데
저택(밤피르 저택)에선 너무 긴장도 하고 자존심 안 상하려고 마우스도 꽉 잡다가 손가락 마비도 왔어요.
황금 미궁 거긴 처음 갔을 때 저택보다 무서웠고.
아이템은 한 번 대장(보스) 잡으면 입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게 좋아요.
마밍아이 : 던전에서 보스 잡는 거 좋아하지 않으세요.
할 때 마다 심장이 뛰고 무섭다고 하세요.
업적이나 퀘스트하고 멋진 풍경 보는 걸 더 좋아하시고,
던전은 한 번만 가고 두 번 이상 가기는 싫으시대요.
마밍 : 던전만 도는 거는 노예 같아요. 속박되어 있는 거 같고요.
던전만 계속 돌아야 하는 건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것보다는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돈 욕심이고, 그런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차라리 미션 퀘스트처럼 퀘스트가 이어져서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마밍아이 : 키우면서 느낀 건데, 일반 퀘스트(반복퀘스트가 아닌)가 경험치도 좀 떨어지고 하다보니
일반 퀘스트로 레벨을 올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다들 미션퀘, 반복퀘만 하고 던전만 돌고 하니 일반퀘도 스토리 좀 짱짱하게 해서
일반 퀘스트를 하면서도 “아, 정말 좋은 스토리다”싶은게 많았으면 좋겠어요.
미션퀘의 사마엘처럼 말이에요!
▲ 미션 퀘스트 같은 스토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더 좋겠다고...
효율이라는 이유로 일반 퀘스트보단 던전 반복이나 중형몹 닥사 위주로 흘러가는
레벨업 방식에 대해 꼬집은 두 모녀가 가장 바라는 부분은 현재 테라에 부족한 스토리와
퀘스트에 대한 보강이라고 이야기 했다.
기자 역시 좋은 장비나 빠른 레벨업을 위해 많은 퀘스트를 넘기고 던전 플레이에만 급급했던 만큼
두 분의 즐거운 플레이에 조금 반성하는 시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퀘스트에 대한 불만과 함께 지난 버닝 결제 이벤트 때,
3개월 결제를 하면 추가로 각종 소모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기존 결제 분량 때문에 3개월 결제를 했음에도 소모품은 받지 못하고
결제한 분량에 대한 1개월 보상만 받아서 섭섭했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마밍아이 : 그래도 인벤 분들께는 감사해요. (엄마가) 최고로 기분이 안 좋으셨을 때
기운 내라고 댓글 하나 하나 정성들여서 달아주셨어요.
그걸 제가 읽어드리고 많이 기운 내셨거든요. 정말 고맙다는 말만 나와요.
▲ 카툰에 달린 댓글에 게임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곧 다가올 추석에 고추 빻아 김치를 담궈야 한다면서
송편 먹으러 오지 않겠냐는 마밍 님의 권유로 마무리가 된 인터뷰는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테라를 정말로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마밍 님과 마밍아이님 모녀.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즐거운 마음으로 플레이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렇게 테라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게임에 만족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테라가 되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