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3줄요약.


1. 미라마에 대한 불만은 상당부분은 '아직 적응이 덜됐기 때문'이다.

2. 맵/날씨를 제한하는 선택제나 탈주는 배틀로얄의 본질을 훼손하고 게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3. 게임은 게임일 뿐, 목숨 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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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하기 전에

패치 전까지는 기대를 모았던 신맵이 나온지 며칠 됐다고 벌써부터 탈주 논란에 인벤에서 싸움까지 일어나는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 

내가 쓰는 글도 논란에 불쏘시개 하나 더 넣는 격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정도로 들어주면 감사.

먼저, 나도 어제오늘 20판 정도를 돌렸는데 에란겔이 1번밖에 안나오더라. 나중에는 살짝 미라마가 질리면서 짜증도 날 정도였다. 

운영진이 신맵 적응을 위해서 확률을 높인 것까진 좋아도 75%정도로 조절했다면 이정도로 논란이 커지진 않았을 거라고 봐서, "왜 10판 돌렸는데 10판 다 신맵만 나오냐"고 짜증내는 사람들은 나도 충분히 공감해.




1. 게임을 왜 하는가

안개맵 탈주가 문제가 되던 시절부터 이번에 나온 신맵 미라마 확률 논란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태도가 있더라고. 

"내가 재미없다는데 어쩌라고".

난 이런 사람들한테는 '게임을 왜 하는지' 묻고 싶어져.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게임은 다양한 상황 안에서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해나가고 극복하는 데 재미가 있다고. 

핵심은 '다양한 과제'와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두가지야. 

현실에서는 학교, 직장, 사회생활 등에서 

인간관계나 과업을 제대로 못해내면 본인에게 타격이 오잖아. 

돈을 잃든 왕따를 당하든 무시를 당하든... 

근데 게임은 그게 아니잖아. 게임 한판 진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생존게임인 배틀그라운드도 마찬가지. 

조금 적응이 안돼서 어렵거나 짜증날 수도 있지만 

그걸 또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시도도 하고, 

그러다 지면 부담없이 털고, 이게 배틀그라운드의 매력 아냐?

또 배틀그라운드를 생존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최대한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해야 다양한 상황이 나오고 그만큼 덜 질릴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안개맵이나 미라마나, 본인이 적응하기에 피곤하다고 

탈주를 하거나 선택제를 도입하자는 사람들은 

'한판 져도 잃을 것 없는' 게임에서조차 

자기 입맛에 맞는 상황만 주어지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데 

현실에선 어떨지 참 궁금해. 

현실 인생도 매일같이 같은 일상만 벌어지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하는 게 다채롭고 재밌듯이 게임 컨텐츠도 다양해야 재밌잖아. 

몇달동안 에란겔만, 맑은 날씨에서만 돌리면 훨씬 금방 질리지 않을까?





2. 미라마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

사람들이 미라마에 대해서 가지는 불만들은 대부분이 '아직 적응이 덜돼서' 같아.

'총이 너무 안나온다' 

'숨을 곳이 없다' 

'SR 이나 원거리 조준경 없이 게임이 안된다' 

'자동차 주행특성이 이상하다'

개인적으로 20판밖에 안해봤고 고수도 아니지만, 

미라마는 에란겔보다 숨을 곳이 훨씬 많아. 

곳곳마다 능선 고저차가 뚜렷하고 도시 지역도 풍경이 상당히 어지러운 편이기 때문에 

에란겔보다 숨을 곳은 훨씬 많아 보여. 

평균적인 교전이나 킬 거리도 통계를 내 보면 아마 에란겔보다 미라마가 짧을 거라고 봐. 

자동차 주행특성도 바깥에서 오버파밍으로 버티다 

차 하나 구해서 풀엑셀로 가운데 부동산으로 직행하는 에란겔식 운영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지형 따라 다양한 이동경로를 구상해보는 게 미라마의 재미 아닐까?

파밍만 해도, 내가 빈곤하면 다른 사람도 빈곤해. 

빈곤한 가운데서도, 내가 총이 없으면 숨어 다니고, 

유리한 것 같으면 달라붙어서 압박하고, 이런 상황판단도 배틀그라운드의 재미 같아.  

나는 때로는 같은 맵에서도 날씨만 제약을 둘게 아니라 

필드에 떨어지는 아이템 종류도 제약을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해.

예를 들면 어떤 판은 돌격소총(AR)이 전혀 드랍되지 않는다거나, 

어떤 판은 레드도트나 4배율 조준경 등이 전혀 드랍되지 않아서 

가늠자-가늠쇠로만 교전해야 한다든가 ... 

어떤 판은 방탄복이나 헬멧 드롭 확률을 극단적으로 낮춘다든가...

이런 모든 걸 시작부터 알수 없게 하고 파밍해가면서 

"어라 ... 왜 AR이 안나오지? 아 이판은 AR 없는 판인가보다 ..." 

내지는 "아 이판은 가늠자-가늠쇠로만 전투해야 하는 판인가보다" 라는 식으로 

상황 추측을 해가는 재미를 느끼는 거지.

미라마 얘기로 돌아오자면, 미라마가 아주 못만든 맵으로 

게임하기 터무니없이 짜증나는 맵이라면 나도 불만에 공감할 것 같아. 

예를 들어 배틀로얄인데 온통 평지 뿐이고 무기라곤 권총밖에 없는 맵이 있다면 

분명 잘못 만들어진 맵이겠지?

그치만 미라마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결국 미라마에 대한 불만의 대부분은 아직 적응이 덜돼서 같다는 게 내 생각이야.




3.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안개맵 논란 시절부터 느낀 부분이지만, 

나는 안개맵이든 비맵이든 나름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게임을 하고 싶었어. 

그치만 예민한 사람들이 탈주를 해버리고 - 

숫자가 주니까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껴서 추가 탈주자가 나오고 ... 

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국 50여명 이하로 남게 되니 나조차도 맥이 빠지더라고.

초반부터 탈주를 못하게 해버리면, 적어도 70~80명 이상은 무조건 유지가 됐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로비/시작섬을 새로 만들어야 된다고 봐. 

실내 훈련장 컨셉으로, 

비행기 타기 전엔 여기가 에란겔인지 미라마인지, 안개가 꼈는지 비가 오는지 알수 없게. 

그리고 비행기가 출발한 이후에는, 

'내 캐릭터가 죽거나' '게임 자체가 끝났거나' 

둘중 하나가 아니면 탈주하더라도 새 큐를 못돌리게 해야 된다고 봐.

말하자면 "나는 죽어도 안개맵이 싫다"는 사람은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무한테라도 죽어주고 가란 소리야. 

이렇게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에 내려오고 나서는 

당장 눈앞에 누구 하나라도 보이면 1명이라도 잡고 싶어서 게임에 참가하게 될걸?

이러면 안개맵이 30명으로 시작하는 문제도 없어질 거라고 봐.

같은 맥락에서 '맵/날씨 선택제'도 나는 반대야.

로비에서의 사전 탈주는 본질적으로 선택제와 다를 게 없어. 

다만 큐를 다시 돌려야 한다는 불편함만 있는 선택제일 뿐이지. 

이렇게 선택제를 도입해버리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맵이나 날씨는 밴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 

큐를 잡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 

또다시 밴될 확률이 높아지고 ... 

의 악순환에 빠질 뿐이라고 봐. 

이렇게 신컨텐츠를 사장시키는 건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생존'이라는 배틀로얄 게임의 본질도 훼손하고, 

기껏 개발진이 내놓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컨텐츠가 제한되고 

게임 자체의 수명도 짧아질 뿐이야.

아직은 맵이 2개 뿐이라 '에란겔이냐 미라마냐' 양자택일로만 보이지만, 

앞으로 맵이 추가되면 차차 해결될 문제일거라고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에란겔 맑은 날씨만 하고 싶다는데 왜 훈계질이냐" 라고 하고 싶다면, 

'왜 배틀로얄 게임을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



결국 내 글을 3줄로 요약하자면,


1. 미라마에 대한 불만은 상당부분은 '아직 적응이 덜됐기 때문'이다.

2. 맵/날씨를 제한하는 선택제나 탈주는 배틀로얄의 본질을 훼손하고 게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3. 게임은 게임일 뿐, 목숨 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