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대로 막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요 NPC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류 이야기 싫어하시는 분들은 돌아가기 버튼 눌러주시와요. (그렇다고 BL은 아닙니다)

 

 

 

정말 후회 안 할 겁니까?

 


정말로?

 

 

 

 


그럼, 아무 생각 없이 즐겨주시길.

 

 

---------


어느 따스한 봄날- 오늘만큼은 언제나 찌푸려 있던 런던의 하늘도 맑게 개어있었다.

영국의 왕궁, 버킹엄 궁전의 깊숙한 내실. 화려한 맛은 없어도 소박하고도 견실하게 짜여진 왕궁의 내부 한 가운데, 높은 옥좌 위에 귀부인이 한 사람 앉아있었다. 공단으로 만들어 은색으로 수를 놓은 드레스는 침침한 런던의 하늘과 딴판으로 순백으로 빛났다. 주홍빛의 머리카락 사이에 짜여진 은빛 진주만큼이나 흰 피부의 여성은 조금 마르고 약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눈동자에 만큼은 강철과 같은 강한 빛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바로 사랑을 위해 나라의 종교를 바꾼 헨리 8세의 딸이며, 절망과 피로 나라를 다스린 블러디 메리의 여동생. 위대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언제나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국정을 돌보던 그녀였으나, 오늘만큼은 주변에 아무 시종도 없이, 홀로 버킹엄 궁전의 내실에 거닐고 있었다.

"거기 팔등훈작사 엘미라, 왔느냐?"
"예, 여왕마마."

분홍색 더블릿 차림의 소녀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아니다, 공손하게 보일 뿐이다. 풍성하게 부풀려진 소매 아래의 어깨는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눈도 깊이 내리깐 채 차마 들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묘령을 넘어선 금발머리 소녀는 대영제국... 은 아직 아니긴 하지만, 하여간 북해 지역에서 유일하게 캐릭터들이 선택할 수 있는 나라를 홀로 휘어잡고 있는 여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위대한 여왕의 성깔머리에 대해 이미 역사라던가 소문이라던가 기타등등이 자자했던 터. 까닥 잘못해서 심기라도 거슬렀다간 런던탑에 끌려들어가 벽에 *칠할 때 까지 살게 되거나, 단두대에서 목이 댕강 날아갈 지도 모르니 조심에 또 조심할 수 밖에.

"왜 그리 두려워하고 있느냐. 자아, 좀더 가까이 오지 않고."
"저, 저어... 여왕마마, 어찌하여 미천한 소녀를 이런 자리까지 부르셨사옵니까. 저는 아직 경험치라던가도 부족하고 이벤트라던가도 안 깨서 여왕님을 뵐 등급이 아니온데 어찌하여-"
"어허, 짐이 불렀으면 올 것이지 무슨 잔말이 그리 많더냐?"
"아뇨 그냥 하는 말이지 별 뜻은-"

소녀는 다시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넙죽넙죽 숙였다.

"대체 이 나라 백성들은 어째서 짐을 두려워하는 것이더냐?"

일말의 짜증과 함께 터져나온 여왕의 노성에 대해, 고개를 숙인 엘미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실을 말했다.

"그치만 여왕님은 발견물 보고를 받아주지 않으시잖아요."
"짐이 그런 귀찮은 일을 왜 해?"
"그치만요, 다켓 씨나 셰익스피어 씨나 옷만 잘 차려입으면 일단 말도 들어주고 발견물 보고하면 명성치도 주고 돈도 준다고요. 가끔 스킬도 가르쳐 주고요. 하지만 여왕님은 돈은 커녕 코빼기도 안 보이시잖아요."
"으음..."
여왕의 이마 한 가운데 내 천(川)자가 그려지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한 엘미라는 이후로도 술술 풀어놓았다.

"처음 라이자를 따라 궁전에 왔을 때 골방만하게 좁은데다가 서식스 백작이나 레스터 씨 밖에 없어서 애개- 이게 뭐야- 했다니까요."
"험험, 그건 사치를 줄여서 국고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바깥에서 보면 궁궐도 엄청 으리으리한데요? 남은 공간 다 어쨌어요? 그리고 저희 섭만 해도 투자액이 어마어마하다고요. 저만 해도 **만을-"
"너 런던탑 벽화 구경시켜줄까? 거기서 평생 탐색 경험치 쌓아볼래?"
"아뇨."

다시금 엘미라는 납작 몸을 숙였다.

 

잠깐 상황을 정리하고.

"짐이 너를 부른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앞으로 영국의 새로운 특산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나는 것이 아니기에 직접 가서 가져 와야만 할 것이니라."
"조달 퀘스트인가요? 저 채집 스킬이 없는데요."
"글쎄, 꼭 스킬이 없어도 될 일이다."
"뭔데요?"
"새로운 영국의 특산물은 바로- 미남*-_-*이다."
...예?

엘미라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린 채 옥좌 위의 여왕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영국의 남자들은 그대로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뭔가 많이 부족하지 않겠니. 뭔가 다양한 맛이 있어야 골라잡는 맛도 있는 법. 예를 들자면 네덜란드 남자의 자유분방함과, 에스파니아 남자들의 완고함과, 포루투갈 남자들의 아방함과,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래서요."
"그래서긴. 고로 영국산 미남들을 다양하고 쏠쏠하고 쭉빵하게 키워야 겠으니 너는 가서 전 세계의 미남들을 채집해오거라. 그래서 발견물 보고를 하나 할 때마다 경험치 빵빵하게 주고 상금도 두둑하게 줄 뿐더러 작위 하나씩 주마."
"그래도 돼요?"
"걱정마. 내가 여왕이니까."

여왕의 깔쌈한 대답을 듣고, 엘미라는 머리를 데룩데룩 굴렸다. 열나게 해적 배들을 잡고 마을을 보고하고 투자를 해야지만 간신히 하나 나올까 말까한 작위. 발견물(!) 하나 당 작위 하나라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특권이다.
확실히 나쁜 조건은 아니다. 아니 아주 좋다고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전 세계의 미남을 구하라 해도, 과연 어떻게-"
"물론, 각지의 항구관리들부터 싹쓸이 보쌈해 와야지. 각국은 최고 미남들만 뽑아 항구관리를 맡긴다는 정보가 있단다."

엘미라는 여행의 기억을 더듬었고, 이내 수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항구관리는 각 마을에서 온통 잘생긴 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NPC라고 할 수 있겠지. 잠깐, 이리 가까이 오거라."

여왕이 손에 든 양피지 두루마리를 작은 테이블 위에 펼치자, 그 위에는 각국 NPC의 초상화가 곁들어진 프로필이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정보 하나하나 마다 곁에는 정보제공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는데... 어쩐지 눈에 익은 이름들이었다. 요한나, 크리스티나, 베아트리체... 그리고 일레느?
엘미라는 갑작스러운 오한으로 어깨를 가볍게 떨었다.

"이, 이건 설마-"
"이 귀중한 자료를 수합하기 까지, 그녀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 국적이 어떻든, 미남을 싫어하는 여자란 없으니까."
"하, 하지만 일레느는..."
"그래, 그녀는 우리 영국의 오랜 적, 프랑스의 여자다. 하지만 그녀가 이처럼 중요한 미남들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넘기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양피지를 밀쳐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엘미라가 놀라면서도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 "퀘스트 : 여왕의 특산품 개발" 라는 활자가 홀연히 나타나더니, 이윽고 위엄에 찬 여왕의 옥음이 나려졌다.

"팔등훈작사 엘미라! 짐은 그대에게 밀명을 내리노라! 지금 당장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향해, 바다의 검은물범 발타자르를 '보쌈*-_-*' 하거라!"

헉, 엘미라는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단순히 성질 나쁜 명품족 아줌마라고 생각했던 엘리자베스 1세는, 말 그대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나라 영국의 위대한 군주로서 손색이 없는 위엄과 박력을 갖추고 있었다.
- 대사가 좀 문제였지만.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지.
반쯤 놀란 엘미라가 눈을 뒤굴뒤굴 굴리는 와중에도, 엘리자베스 1세의 근엄한 표정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진담이다. 틀림없이 진담이다. 저런 소리를 진담으로 하다니 과연 여왕이었다.

"하오나 여왕마마! 소녀는..."
"못 하겠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니 물론 저도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미중년 트리오 발타자르, 디에고, 하이레딘 중 하나를 보쌈 *-_-*할 수 있다면 일신의 영광이며 가문의 자랑거리입니다. 그러나 제 전투레벨은 이제 고작 6입니다. 바로 어제만 해도 스톡홀름 앞바다에서 사략함대와 바이킹 2연타에 깨지고 애지중지하던 대포마저 털렸사옵니다."

여왕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초보주제에 그런 위험해역에 잘도 갔군."
"아, 그거야 혹시 인어공주 동상이라도 있을까 해서 구경갔지요. 하여간, 소녀는 지금 암스테르담 앞바다에서 진을 치고 있는 발타자르의 용병함대도 무서워서 건드릴 엄두도 못내고 살금살금 도망다니고 있사옵니다. 그런 제가 어찌 감히 그 함대의 대장을 보쌈*-_-* 할 수 있겠습니까!"

엘미라로서는 거의 목숨을 건 진언이나 다름없었지만, 여왕의 태도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본래 미남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법. 용감한 여자만이 미남을 얻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야 그렇사옵니다만..."

"그대, 내 나라의 백성이라면 생각을 해보거라. 우리 작은 국토를 가지고 가난하여 먼 훗날 산업혁명 때까지는 기도 못 펼 우리 영국이 강대국 에스파니아와 포루투갈을 상대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 비법은 바로 약점을 파고 들어 뒤통수를 치는 것이니!"
"그거 비겁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산업혁명은 여왕마마의 시대보다 훨씬 뒤-"
"뭐 어떠냐, 이 게임이 만들어진 건 2000년대 인걸. 아무튼, 나라와 대의명분을 위해서라면야 수단과 방법을 가려야 하겠지만, 미남을 얻기 위해서라면야 그 무슨 수 쓰는 것을 망설이겠느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오해하지 마라. 그를 보쌈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그게 목적이었군요!"
"글쎄, 아니래도. 지시한 퀘스트 내용은 꼼꼼히 읽어보도록."

그제서야, 엘미라는 허공에 아직까지도 떠올라 있던 퀘스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의외의 곳을 알아차린 것은 금방이었다.

"음- 이게 뭐람. 발타자르를 보쌈하여 마르세이유의 주점에 배달할 것? 반드시반드시반드시 일레느에게 한정... 이라고요?"
"그렇다. 이것은 조국의 원수에게 정보를 흘리는 용단을 내린 그녀에게 내리는 포상이자 정보의 거래조건이니, 보쌈한 그를 마르세이유의 주점으로 가져가 침대 아이콘 띄우는 것을 꼬옥 확인하고 돌아오거라."
"저기... 여왕마마. 이건, 인신매매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왕의 입가에는 지극히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팔등훈작사 엘미라, 넌 여자 아니냐?"
"예...?"
"너도 인벤에 올라와있는 에스파니아 시나리오 네타를 슬쩍 좀 봤으면 알 거 아니냐. 있는대로 퍼주고 돌봐줘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일만 들이파는 워커홀릭 인간말종의 팔자를 보면 답답도 하거니와, 그런 남자 뒤통수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보면 같은 여자로서 동정이 가지 않느냐!"
"...여, 여왕마마!"
"내 비록 왕으로서 이 나라를 다스리나, 그 이전에 여자이니라. 같은 여자의 고생거리를 보고 가슴이 아픈 지라, 이왕 대의를 실천하는 김에 덤으로 인심쓴다는 것이니라. 이것은 노총각에게 좋은 짝 맺어주고, 짝사랑에 마음태우던 여인에게 좋은 배필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이로서 후세에 미남미녀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니 누이좋고 매부좋고, 일석 삼조가 아니냐!"

엘미라는 다시금 무릎을 꿇고 여왕에게 머리를 깊이 숙였다.

"용서해주십시오, 불초소신은 여왕마마의 큰 뜻을 미리 몰라보고 어리석은 소리를 일삼았사옵니다!"
"아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느니라. 평범한 사람들 눈에 보기에는 내 하는 일이 그저 미남자에 정신이 팔린 노처녀의 망발로 보이기 따악 좋다는 것을."
"죄송하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험험, 그러냐?"
"하지만 이제 아니옵니다! 소녀, 온 몸이 부서질 각오를 하고 검은물범 용병단의 심장부에 파고들어 대장 발타자르를 반드시 보쌈*-_-*하겠습니다!"

그렇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마악 출구를 향해 달려나가려던 엘미라를 제지한 것은 바로 여왕 자신이었다.

"기다려라! 엘미라 그대는 앞으로도 내 밀명을 받아 각종 보쌈*-_-*을 행하게 될 귀중한 인재이거늘. 고작 이런 일로 목숨을 버려서는 아니되느니라."
"여왕마마!"

이제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리는 엘미라를 굽어보던 여왕은 따사로운 미소를 짓고는, 옥좌 곁에 있던 상자를 열었다.

"이걸 가져가도록 하라. 도움이 될 터이니."

안에 들어있던 곳은 약을 탄 프랑스 와인 세 통, 보쌈용 마대자루 두 개, 강욕 상인의 철쇄 두 개 였다.

"여왕마마, 이것은...?"
"말했듯이, 보쌈*-_-*용 셋트란다. 먼저 검은물범 용병대를 만나 마르세이유 주점에서 보냈다는 말과 함께 - 물론 일레느의 친필 편지도 보여주고 - 용병대들에게 술을 나눠주도록. 본래 바다의 사내들은 술을 좋아하는 법이며, 이 술은 일레느가 직접 담근 최고급 포도주이니 틀림없이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실 것이니라."
"그러면, 그들이 취하면 발타자르를 포대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눈을 빛내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보였다.

"그러므로 보쌈*-_-*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항해시대의 로망!"

뭔가가 잘못되었다 싶지만, 굳이 걸고 넘어지지 않기로 한 엘미라였다.

"하지만, 이 강욕 상인의 철쇄는 어디다... 이건 보관 스킬을 일시 증강하는 아이템이지 않습니까."
"물론, 운반 중 보관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포대를 그걸로 묶어야 하느니라. 혹시라도 중간에 깨어나기라도 하면 골치아파지니까. 그 정도로 묶어놓지 않으면 탈출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

여왕의 신중한 목소리에, 엘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7년을 복수에 올인하고 인디아스로까지 도망가는 근성의 남자니까 이 정도로 묶지 않으면 마대가 뚫릴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반드시 마르세이유까지 보내어져 침대 아이콘을 띄울 때까지 풀려서는 아니되느니라. 일단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린다음에야 빼도 박도 못하게 될 터이니. 이후의 일은 일레느가 알아서 할 것이고."
"그건 염려마십시오, 여왕마마. 하온데..."
"뭔가?"
"어째서 마대와 철쇄가 두 개이옵니까? 설마 발타자르를 두 겹 마대에 넣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건 덤이니라."
"덤이요?"
"거 있지 않느냐. 그 용병대에 아직 새파랗고 성질머리 있는데다 빽빽거리는 주제에 꽤나 귀여운 애 하나 있는 거."
"에... 설마, 에두아르도?"
"그래그래, 아마 그 이름이었을 터."

여왕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호호, 낮게 웃었다. 조금은 부끄러워도 하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럼 에두아르도도, 마르세이유로... 보쌈*-_-*을?"
"아니, 그 마대는 영국의 런던, 바로 여기 버킹엄 궁으로 보내도록. 처리 방법은 발타자르와 같다. 다만- 중간에 내용물이 섞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라."

이 순간 엘리자베스의 입가에 떠도는 미소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라는 류의 질문을 일체 불허하고 있었다. 그걸 따지고 들었다면 런던탑이나 단두대가 문제가 아닌, 개복치나 다랑어의 사료가 되거나 육지 필드의 잡초의 비료라도 될 것 같은, 그런 조용하고도 무시무시한 오오라가 휘감고 있었다.

엘미라는 흘끔, 등 뒤의 웅장한 버킹엄 궁전을 돌아보았다.
여왕마마의 특산물 개발 계획... 참으로 웅대하고도 무시무시한 계획이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여기 북쪽의 촌구석 나라에 불과했던 영국에 발전의 서광이 비칠지도 모르는 일. 국민으로서도, 여자로서도 미남이 발에 채일 정도로 넘치는 나라란 후추가 굴러다닌다는 인도와 같은 축복받은 대지였다.
그러나 보쌈*-_-*당하는 남자들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 것인가.
그러고보니 이벤트 초장에 잡혀들어가 런던탑(아마도)에 갖혀있을 라이자의 오빠(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는)가 이제까지 저-언-혀 소식이 없는 게 많이 걱정이긴 했지만. 뭐- 죽진 않았을 것이다.

어쨋거나 일은 일이다.
엘미라는 퀘스트 조건을 훑어보며, 손에 들린 마대와 철쇄를 바라보며 다시금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제 여기에는 일레느의 행복은 물론이요, 여왕마마의 염원, 그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여급들의 소망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 대영제국의 전설은 이제 마악 시작된 것 뿐이었다.

 

----------

 

다음 편은 없습니다.

패러디는 꽤 오랜만에 써 보는 것도 같네요. 도중에 좀 진한 내용도 나온 듯 한데, 그냥 재미로 쓴 것이니 가볍게 읽어주셨음 합니다.

 

여기 나온 엘미라는 제 캐릭터이자,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아마도) 입니다.
혹시 어딘가에서 제 캐러를 보신다면 인사라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