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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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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여왕님의 특산품 개발 계획
정말 후회 안 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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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왕궁, 버킹엄 궁전의 깊숙한 내실. 화려한 맛은 없어도 소박하고도 견실하게 짜여진 왕궁의 내부 한 가운데, 높은 옥좌 위에 귀부인이 한 사람 앉아있었다. 공단으로 만들어 은색으로 수를 놓은 드레스는 침침한 런던의 하늘과 딴판으로 순백으로 빛났다. 주홍빛의 머리카락 사이에 짜여진 은빛 진주만큼이나 흰 피부의 여성은 조금 마르고 약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눈동자에 만큼은 강철과 같은 강한 빛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바로 사랑을 위해 나라의 종교를 바꾼 헨리 8세의 딸이며, 절망과 피로 나라를 다스린 블러디 메리의 여동생. 위대한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언제나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국정을 돌보던 그녀였으나, 오늘만큼은 주변에 아무 시종도 없이, 홀로 버킹엄 궁전의 내실에 거닐고 있었다. "거기 팔등훈작사 엘미라, 왔느냐?" 분홍색 더블릿 차림의 소녀는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왜 그리 두려워하고 있느냐. 자아, 좀더 가까이 오지 않고." 소녀는 다시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넙죽넙죽 숙였다. "대체 이 나라 백성들은 어째서 짐을 두려워하는 것이더냐?" 일말의 짜증과 함께 터져나온 여왕의 노성에 대해, 고개를 숙인 엘미라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실을 말했다. "그치만 여왕님은 발견물 보고를 받아주지 않으시잖아요." "처음 라이자를 따라 궁전에 왔을 때 골방만하게 좁은데다가 서식스 백작이나 레스터 씨 밖에 없어서 애개- 이게 뭐야- 했다니까요." 다시금 엘미라는 납작 몸을 숙였다.
잠깐 상황을 정리하고. "짐이 너를 부른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앞으로 영국의 새로운 특산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나는 것이 아니기에 직접 가서 가져 와야만 할 것이니라." 엘미라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린 채 옥좌 위의 여왕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영국의 남자들은 그대로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뭔가 많이 부족하지 않겠니. 뭔가 다양한 맛이 있어야 골라잡는 맛도 있는 법. 예를 들자면 네덜란드 남자의 자유분방함과, 에스파니아 남자들의 완고함과, 포루투갈 남자들의 아방함과, 기타등등 기타등등." 여왕의 깔쌈한 대답을 듣고, 엘미라는 머리를 데룩데룩 굴렸다. 열나게 해적 배들을 잡고 마을을 보고하고 투자를 해야지만 간신히 하나 나올까 말까한 작위. 발견물(!) 하나 당 작위 하나라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특권이다. "전 세계의 미남을 구하라 해도, 과연 어떻게-" 엘미라는 여행의 기억을 더듬었고, 이내 수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항구관리는 각 마을에서 온통 잘생긴 사람들 뿐이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NPC라고 할 수 있겠지. 잠깐, 이리 가까이 오거라." 여왕이 손에 든 양피지 두루마리를 작은 테이블 위에 펼치자, 그 위에는 각국 NPC의 초상화가 곁들어진 프로필이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정보 하나하나 마다 곁에는 정보제공자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는데... 어쩐지 눈에 익은 이름들이었다. 요한나, 크리스티나, 베아트리체... 그리고 일레느? "이, 이건 설마-" 엘리자베스 여왕은 양피지를 밀쳐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엘미라가 놀라면서도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 "퀘스트 : 여왕의 특산품 개발" 라는 활자가 홀연히 나타나더니, 이윽고 위엄에 찬 여왕의 옥음이 나려졌다. "팔등훈작사 엘미라! 짐은 그대에게 밀명을 내리노라! 지금 당장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향해, 바다의 검은물범 발타자르를 '보쌈*-_-*' 하거라!" 헉, 엘미라는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오나 여왕마마! 소녀는..." 여왕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초보주제에 그런 위험해역에 잘도 갔군." 엘미라로서는 거의 목숨을 건 진언이나 다름없었지만, 여왕의 태도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본래 미남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법. 용감한 여자만이 미남을 얻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야 그렇사옵니다만..." "그대, 내 나라의 백성이라면 생각을 해보거라. 우리 작은 국토를 가지고 가난하여 먼 훗날 산업혁명 때까지는 기도 못 펼 우리 영국이 강대국 에스파니아와 포루투갈을 상대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그 비법은 바로 약점을 파고 들어 뒤통수를 치는 것이니!" 그제서야, 엘미라는 허공에 아직까지도 떠올라 있던 퀘스트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의외의 곳을 알아차린 것은 금방이었다. "음- 이게 뭐람. 발타자르를 보쌈하여 마르세이유의 주점에 배달할 것? 반드시반드시반드시 일레느에게 한정... 이라고요?" 그러나, 여왕의 입가에는 지극히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팔등훈작사 엘미라, 넌 여자 아니냐?" 엘미라는 다시금 무릎을 꿇고 여왕에게 머리를 깊이 숙였다. "용서해주십시오, 불초소신은 여왕마마의 큰 뜻을 미리 몰라보고 어리석은 소리를 일삼았사옵니다!" 그렇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마악 출구를 향해 달려나가려던 엘미라를 제지한 것은 바로 여왕 자신이었다. "기다려라! 엘미라 그대는 앞으로도 내 밀명을 받아 각종 보쌈*-_-*을 행하게 될 귀중한 인재이거늘. 고작 이런 일로 목숨을 버려서는 아니되느니라." 이제는 감동에 벅차 눈물을 흘리는 엘미라를 굽어보던 여왕은 따사로운 미소를 짓고는, 옥좌 곁에 있던 상자를 열었다. "이걸 가져가도록 하라. 도움이 될 터이니." 안에 들어있던 곳은 약을 탄 프랑스 와인 세 통, 보쌈용 마대자루 두 개, 강욕 상인의 철쇄 두 개 였다. "여왕마마, 이것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눈을 빛내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보였다. "그러므로 보쌈*-_-*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항해시대의 로망!" 뭔가가 잘못되었다 싶지만, 굳이 걸고 넘어지지 않기로 한 엘미라였다. "하지만, 이 강욕 상인의 철쇄는 어디다... 이건 보관 스킬을 일시 증강하는 아이템이지 않습니까." 여왕의 신중한 목소리에, 엘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7년을 복수에 올인하고 인디아스로까지 도망가는 근성의 남자니까 이 정도로 묶지 않으면 마대가 뚫릴 지도 모르겠네요." 여왕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호호, 낮게 웃었다. 조금은 부끄러워도 하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럼 에두아르도도, 마르세이유로... 보쌈*-_-*을?" 이 순간 엘리자베스의 입가에 떠도는 미소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라는 류의 질문을 일체 불허하고 있었다. 그걸 따지고 들었다면 런던탑이나 단두대가 문제가 아닌, 개복치나 다랑어의 사료가 되거나 육지 필드의 잡초의 비료라도 될 것 같은, 그런 조용하고도 무시무시한 오오라가 휘감고 있었다. 엘미라는 흘끔, 등 뒤의 웅장한 버킹엄 궁전을 돌아보았다. 어쨋거나 일은 일이다. 그래, 대영제국의 전설은 이제 마악 시작된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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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없습니다. 패러디는 꽤 오랜만에 써 보는 것도 같네요. 도중에 좀 진한 내용도 나온 듯 한데, 그냥 재미로 쓴 것이니 가볍게 읽어주셨음 합니다.
여기 나온 엘미라는 제 캐릭터이자,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아마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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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ばよ、こぞうど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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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