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에리카는 자기도 준비해야겠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칼은 에스텔의 옷차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에스텔이 뭐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아니야.”

“뭐가?”

“생일 파티를 해야 하는데 군복은 영 아니야. 어머니, 얘한테 맞을만한게 없을까요?”

“글쎄? 카렌 옷을 입히면 맞으려나?”

엘리스의 말에 칼은 뭔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머니께 물었다.

“갖고…계셨어요?” 

“카렌이 그랬잖니. 옷 나중에 에리카 주라고. 에스텔이 입어도 잘 맞을 것 같은데. 그럼 따라 오세요.”

“네.”

에스텔은 공손히 대답하고 엘리스를 따라갔다. 그리고 엘리스는 한 방으로 들어갔고 그곳에 있는 옷장의 문을 열었다.

“여긴…”

“카렌의 방이에요. 원래 여기를 에스텔에게 주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선장이 난리를 쳤겠죠.”

“그래서 다른 방을 줬던 거예요. 이거 어때요?”

엘리스는 옷장에서 원피스 하나를 꺼내보였다. 수수해보이지만 어딘가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옅은 하늘색의 원피스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입어 봐요. 모르겠으면 칼에게 물어봐도 되겠네요.”

“선장한테요?”

에스텔의 하얀 얼굴이 조금 구겨졌다. 엘리스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칼의 원래 직업이 뭔지 아세요?”

“네?”

“칼이 처음 상인으로서 일을 시작할 때 방적상이었지요. 옷이나 직물 같은 물건 보는 눈은 정확해요. 칼에게 물어보면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금방 나오거든요.”

“아…”

“일단 한번 입어 봐요.”
 
“네.”

에스텔은 엘리스로부터 옷을 받아 갈아입었다. 그리고 엘리스는 그녀를 데리고 소파에 앉아있을 아들에게로 갔다. 그리고 쥐스토코르를 입고 옆에는 드레스 차림의 에리카를 앉혀놓고 무심하게 장부를 보고 있던 그를 불렀다.

“칼.”

“네?”

“어떠니?”

칼은 장부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에스텔을 보았다. 그녀를 빤히 보다가 갑자기 그는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내 눈에 문제가 생겼나?”

칼은 믿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서있는 여자가 에스텔이라는 것을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다. 옷 하나 바꿔 입었다고 이미지가 확 달라져서였다. 에스텔은 그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화가나 되물었다.

“뭐, 뭐라고?”

“솔직히 말해. 너 에스텔 아니지?”

“나 맞아!”  

“와아! 언니 예뻐!”

에리카는 저번처럼 선망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칼은 그런 여동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역시 아니야.”

“뭐?”

“어울리긴 한데 그래도 아니야. 일단 오늘은 그거 입어라. 다시 런던에 돌아오면 그때 옷을 하나 만들어주던지 아니면 하나 사줄테니.”

빙빙 돌려 말했지만 결론은 잘 어울린다는 뜻이었다. 

“정말 나 괜찮은 것 같아?”

“잘 어울린다니까.”

“응응! 언니 너무 예뻐. 오빠가 뭐라고 해도 듣지 마. 오빠가 겉은 저래도 속으로는 예쁘다고 하고 있을 거야.”

그러자 칼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리고 에리카를 쥐어박을 생각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주위를 얼려버릴 만큼 차갑게 에리카에게 말했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쟤보고 예쁘다고 하겠니? 응? 내 사․랑․하․는 동생아? 안․그․러․니?”

“마, 맞아. 오빠 말이 다 맞아. 그러니까 나 때리지 마. 에헤헤.”

에리카는 배시시 웃으면서 오빠의 손을 꼭 잡았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고 그녀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칼은 표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주먹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절대 에스텔 아니야. 암. 그렇고말고. 옷 하나 바꿔 입었다고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변해. 그런데 왜 자꾸 누나랑 겹쳐 보이냐고! 젠장!’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칼이었다. 내색은 안 해도 속으로는 ‘절대 아니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에스텔 맞아.’라고 그의 외침에 답하고 있었다. 그렇게 에리카의 생일파티 예정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도 조금 짧습니다. 
요새 수시모집 준비하느라 바빠서 
길게 쓸 재간이 없군요. 노력하겠습니다..(- -) (_ _)
좋은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