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후아니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처음 대면 했을 때부터 호감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기괴스러운 해부를 했던 다음 날 후아니타에게 고백을 했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날은 라스팔마스 제도가 시야에 들어온 날이기도 했다. 나는 고물의 갑판에 앉아서 양피지에 해도를 기입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였다. 아,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손놀림은 빨라졌다. 양피지를 보고 있었지만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여기는 군선이다. 후아니타는 여인이지만 핀타 호의 수병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짓이다. 아니다. 나는 그녀를 위해 군문서까지 위조하였다. 이 보다 더 위험한 짓이 어디 있는가.

 다시 고개를 흔들어 대고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그린 해도를 바라보았다. 이 해도를 보니 더욱 더 혼란스러워지는군. 나는 지금까지 양피지 위에 그녀의 모습을 그렸던 것이다. 그림 속의 그녀는 미소짓고 있었다. 그런데 난 아직까지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실제로 웃는 다면 이 그림과는 비교도 안되겠지.

 그럼 내가 후아니타에게 고백을 했을 때의 기억을 회상해보자. 아마 해가 막 지고 난 저녁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 그림을 찢거나 구기지 않았다. 대신 선실의 수납장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후안 래드니, 잠시 얘기좀 하지.”
  
 나는 그녀를 선실 뒤로 데려갔었다.

 “무슨 일입니까, 장군?”

 “...”

 “?”

 “...래드니, 사실 나는 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그런데 너도 나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   있지 않은지 궁금하네.”

 “저는 장군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지금 현재의 너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별안간 그녀가 나의 뺨을 때렸다. 나를 쳐다본 그녀의 눈빛은 분명히 처음에는 슬픈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곧 싸늘하게 변하였다.

 “당신이 해군사관만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렸을 거야.”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이물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는 망연히 서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