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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3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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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
[소설] 바람과 별무리-13 에이미가 주워온 것13. 에이미가 주워온 것
4월 9일, 정오.
정오.
육분의로 확인해보니 우리는 목적지인 함부르크까지 잘 나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기때문에 길을 잃거나 할 일은 없었다.
익히 알려진 이 쉬운 항로를 따라 이따끔씩 멀거나 가깝게 배들이 스쳐지나갔다.
한가로운 정오의 한때, 햇볕에 그을린 선원들은 한가로이 담소를 하거나
나무로 무언가를 깍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고기 좀 봐."
햇볕의 편린이 산산히 부서지는 이물의 바로 아래서
수면 바로 아래 물고기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 유선형의 통통한 고기들은 햇빛을 받아 무지개빛으로 반짝거렸다.
이들은 즐거운듯이 이리저리 헤엄치며 앞뒤로 움직였다.
그러나 곧 어느순간 뿔뿔이 흩어져 보이지 않게되었는데, 그것은 곧 나타난 그림자 때문이었다.
심해의 어두운 곳에서 올라온 그림자는, 처음엔 검은 바닷물색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서서히 해수면으로 올라오며 검고 긴 형태로 만들어졌다.
-촤악
한차례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숨을 내쉰 고래는 우리가 탄 바사보다도 더 컸다.
북해의 큰 고래는 유유히 배 옆을 지나갔다.
여유로운 큰 고래는 유쾌한 듯이 몸을 뒤집거나 이따끔 물위로 솟구쳐 파도를 만들곤 했다.
아마도 이 바다가 가장 편안한 동물일것 같았다.
이렇게 큰 고래는 따뜻한 남양에서 지내는 지라 아마도 이 녀석은 어디론가 이동중에 있던 모양이었다.
물이 차가운 북해는 큰 고래가 살기엔 그다지 적합한 곳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고래는 조류를 따라 더 멀리 남쪽으로 떠날것이다.
...
4월 9일, 오후 6시.
해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 해안선에 올라있을때 바사는 함부르크의 항구에 도착했다.
강 어귀에 큰 항만은 잘 발달되어 있어서, 배가 크나 작으나 쉽게 도킹할 수 있게되어
별 무리없이 배를 댈 수 있었다.
한자동맹의 중심도시, 그리고 독일의 손꼽히는 도시답게
수많은 상선과 여객선들이 항구에 빼곡히 차 있었으며다.
넓은 강엔 오가는 작은 쪽배와 거룻배들의 하얀... 수많은 돛들이 저녁노을에 비쳐 주홍빛으로 빛났다.
우리가 처음으로 찾아야할 교역소들도 항구를 따라 골목 하나를 차지하고 있어서
쉽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보인다.
"인장은?"
"조합원이 아니라서..."
교역소직원은 인장부터 찾았다.
함부르크와 뤼베크간에 무역거래와 치안 관련한 한자동맹의 증명을 보여달란 소리였다.
자국 상인과 뤼베크의 동맹 상인이라면 우대를 해줄터였다.
아쉽지만 나로서는 영국이 국적이고 인장이 없다고해서 문전박대를 당하진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교역소엔 함부르크가 공업이 잘 발달한 대도시답게 종류와 수량이 대단한 물건들이 있었다.
대체로 공업품이었는데 그런것들은 가격이 싼 물건들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품들이라...
일단은 배에 싣고있는 교역품중에 팔만한 물건이있나 교역소 몇군데를 돌아다녀보았는데
그중에 암스테르담에서 가져온 유리알이 그럭저럭 값을 받을 수 있을것같았다.
역시 큰 도시답게 생필품이 아닌 이러한 물품도 항상 수요가 있었다.
비싼 가격에 팔수 있는건 아니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고 장담도 못하고
또 다른 도시에서 더 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지 못할 바엔 파는게 나았다.
게다가 선창의 대부분을 유리알이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에 유리알은 3%의 이윤을 남기고 교역소 창고로 들어갔다.
다른것에 비하면 3%는 적은 수치지만, 유리알이 준보석에 속하는 비싼 물건인만큼 그 값은 컸다.
"제논, 여기 몇일 정도 머무르는게 좋을까요? 지금 미약하게 바람이 바뀌는거 같은데..."
"대략 이틀 정도면 될거같군요, 선장님. 지금도 런던으로 갈 수는 있지만 역풍이 부니 속도는 영 안날테고."
역풍을 거슬로 지그재그로 항해하면 속도는 확실히 느릴것이다.
"그럼 내일 모레 출항하는걸로 해요. 오늘은 벌써 날이 저물고 있고."
"그러지요."
나는 제논에게 선원들에게 일러두라고 알렸다.
그리고 유리알을 판 돈중 약간을 제논에게 주어서, 그와 선원들이 그간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
난 이제 홀가분 해졌다.
어차피 에이미와 약속한 데로 바람을 기다리며 도시에 몇일 묵기로 했으며
또 다시 출항할때까진 제논이 책임지고 배와 화물을 관리할것이다.
에이미와 나는 바닷가 어느 여관에 짐을 풀었고, 그 옆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독일이 자랑하는 속이 꽉찬, 훈연한 소시지와 맥아의 진한맛이 나는 맥주가 그것이었다.
가까운 곳의 주점에선 이따끔씩 소리높여 웃는 왁자한 소리가 났지만
이곳은 점잖은 부류들이 애용하는지 조용할 따름이다.
가벼운 대화소리와 잔이 딸랑이는 소리, 그리고 파도소리.
그리고 곧 그 틈바구니로 빗소리가 섞여들었다.
비는 언제시작되었는지 모르게 주위를 빗소리의 장막을 쳤다.
사방은 더욱 어두워졌으며, 테이블위의 램프는 둥근 빛의 경계를 뚜렷히 만들어냈다.
"내일 뭐할까?"
"시장을 둘러보는건 어때요?"
"그것도 좋지."
"건배!"
우리는 그날 저녁에 배터지게 갖가지 소시지를 먹었다.
...
-미융..
그것은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
집과 집사이의 좁은 틈에서 양배추 겉껍질과 섞여있었다.
"무슨 소리나 나."
추적추적 오는 빗소리에 섞여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에게 희미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창에서 비추는 램프의 노란빛에 의지해서 눈을 가늘게뜨고 한참이나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았다.
달도 안뜬 어두운 비오는 밤, 그것은 찾기에도 무척이나 힘들었다.
-미융...
그것은 작은 새끼고양이었다.
불쌍하게도 이미 비에 쫄딱젖어서, 작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불쌍하기도 하지..."
고양이는 버려진 양배추와 섞여있어서, 언듯보기엔 그저 같은 쓰레기로 보였다.
곧 새끼고양이를 불쌍하게 여긴 에이미가 손수건으로 싸서 안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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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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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흰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