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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팀의 가능성과 한계 - 슈퍼노바(7위)


1. 강팀의 조건

오픈디비전을 씹어먹고(?) 1부리그로 올라온 슈퍼노바는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강팀들을 상대로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다양한 밴픽과 전략을 사용하여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후반기 템페스트와의 경기는 마치 바둑을 두듯이 슈퍼노바가 밴픽으로 문제를 내고 이걸 템페스트가 풀어내는 형식으로 전개되어 여러 사람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경기력 자체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강팀들을 상대로 3:0으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던 기존 강등권팀과 다르게 경기 자체는 이기지 못해도 세트스코어를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HGC KR의 새로운 피로써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슈퍼노바는 7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결국 승강전을 치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 6위는 할줄 알았던 슈퍼노바가 강등권으로 마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먼저 어떤팀이 강팀이라고 불리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당연히 미라클한테 지는 팀이 강팀이지

강팀들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무조건 이겨내어 승점을 쌓습니다. 물론 이게 강팀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은 됩니다.

슈퍼노바가 강등당하는 결정적 이유는 전반기에 글럭에게 1패를 한 것과 후반기에 펠리즈에게 1패를 한것이 매우 컸습니다. 강등권끼리의 승점1점은 사실상 승점2-3점과 가깝기 때문에 이 패배가 슈퍼노바에게 뼈아팠습니다.

게다가 두경기 모두 질만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글럭은 확실히 슈퍼노바에 비해 전력이 아래였고, 펠리즈경기는 심지어 슈퍼노바가 경기내용이 더 좋았습니다. 자잘한 실수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이길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이길수 있는 경기를 반드시 이긴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유리한 경기를 잘 굳힐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슈퍼노바는 유리한 경기를 잘지켜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펠리즈와의 경기는 거의 모든 세트에서 슈퍼노바가 유리했지만 몇가지 실수로 인해 스스로 무너진 것이 많았습니다.

슈퍼노바가 오픈디비전에서 우승했을때 노챗이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오픈디비전에서도 강팀보다 약팀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같은 도깨비팀이 리그에 있는 것은 리그의 재미를 위해서 매우 좋습니다. 어느팀과 경기를 해도 일정정도 이상의 재미를 뽑아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시청자의 바람이고, 팀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길수 있는 경기는 이겨야만 합니다. 이것은 강팀으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슈퍼노바는 그 부분에서 부족했습니다. 도깨비팀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들을 노출했고, 결국 펠리즈와의 벼랑끝 승부에서 패배함으로써 승강전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2. 메인탱커와 메인딜러의 영웅폭

슈퍼노바의 여러가지 문제점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딜러 밴픽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슈퍼노바의 딜러 픽률은 한조가 40%, 피닉스가 40%입니다. 물론 둘다 1티어 영웅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지나치게 의존도가 높습니다.

메인딜러인 벤담 선수의 경우 한조의 픽률이 41%, 피닉스의 픽률이 22%입니다. 사실상 시즌내내 거의 한조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벤담선수가 한조에 자신이 있고, 한조가 1티어라고 해도 이렇게 한영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카운터 당하기가 쉽습니다. 

실제로 펠리즈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승자인터뷰에서 오재선수가 한조만 밴하면 이길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즉 영웅폭이 넓지 못한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고, 결국 집중 견제를 당하게 됩니다.

메인딜러 뿐만 아니라 메인탱커도 특정 영웅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해빈선수의 경우 무라딘 픽률이 40%로 거의 시즌 내내 무라딘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입니다. 한조와 달리 무라딘은 현재 2티어입니다.

디아, 가로쉬, 아눕이 없을 때 차선책으로 무난하게 뽑는 것이 무라딘입니다. 물론 해빈선수도 메타의 변화에 맞춰 시즌 후반에는 가로쉬와 아눕의 픽률을 높이기는 했지만 무라딘을 플레이 했을 때보다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줫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메타에서 최강 탱커인 디아블로를 거의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 2경기 사용했고 한판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는 디아블로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슈퍼노바는 메인탱커와 메인딜러 포지션에 있어서 특정영웅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고, 영웅폭이 넓지 못했기 때문에 이점이 약점으로 작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슈퍼노바의 양날의검 노챗

슈퍼노바의 메인탱커와 메인딜러의 영웅폭이 넓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슈퍼노바의 전략적 폭이 넓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노챗선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챗선수는 이번 시즌에서 암살자 영웅 중 거의 모든 영웅들을 다 플레이했을 정도로 많은 영웅을 소화해 냈습니다.

리밍 정크랫 쓰랄과 같은 전형적인 서브딜러들은 물론 일리단처럼 잘 쓰이지 않는 영웅들까지 많은 영웅들을 플레이 했습니다.

슈퍼노바가 다양한 전략적 폭을 가질수 있었던 것은 100% 노챗 선수 덕분입니다. 노챗선수를 제외하고 슈퍼노바에서 영웅폭이 넓은 선수는 없습니다.(힐러는 특수하니깐 제외)

슈퍼노바의 다른 선수들이 한두영웅을 거의 장인급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밴픽의 유연성 부족을 메꾼것이 바로 노챗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밥만 먹고 히오스를 해도 사람인지라 모든 영웅을 '잘' 다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영웅마다 메커니즘이 다르고 같은 영웅이라도 아군 밴픽상황, 맵에 따라서 운용방법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히오스 이해도가 아무리 높아도 수많은 영웅의 잠재치를 100%로 끌어 올리는건 빡빡이와 다비리가 합체를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점이 노챗선수에게 많은 부담감으로 작용한것 같습니다. 노챗선수는 많은 영웅들을 다뤘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다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몇몇 경기에서는 전략적 노림수가 통해 팀을 캐리했지만 몇몇 경기에서는 반대로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팀 패배에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선수의 개인의 잘못이라고 보기보다는 팀 구조상 노챗선수가 해야할 역할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그만큼 노챗선수가 슈퍼노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노챗이 없었더라면 슈퍼노바의 밴픽은 더욱 단조로워졌을 것이고 상대팀에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훨씬 쉬웠을 겁니다. 

한편 이는 노챗선수가 잘 안풀리면 팀 자체가 흔들릴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펠리즈와의 경기에서 노챗선수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펠리즈와의 경기를 보고 노챗선수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지만 결국 이는 구조적문제로 봐야 합니다. 히오스라는 게임이 오래 되고 점점 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영웅백화점을 구현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수많은 영웅의 능력치를 100% 내는것은 이제 너무 힘든일이니깐요.

따라서 딜러 포지션 선수들은 메인딜러-서브딜러의 포지션 유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젠지의 경우 리셋과 리치의 포지션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합니다. 이를 통해 특정 선수에게 가하는 부담감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팀자체의 영웅폭을 넓힐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슈퍼노바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고, 그 결과 노챗선수가 많은 부담을 껴안게 되어버렸습니다.


4. 슈퍼노바의 시그니처픽 - 알렉스트라자

팀마다 색깔과 시그니처픽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노바는 도깨비팀이라는 독특한 팀컬러와 특히 알렉스트라자라는 시그니처픽을 활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HGC KR까지만 하더라도 힐러는 티란데-데커드-화메가 3대장으로 등극하면서 이 3영웅을 서로 돌려막기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힐러는 영웅 고착화가 가장 심한 포지션이고 변화를 주고 변수를 만들어내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힐러에서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슈퍼노바의 경우는 힐러 포지션에서 그러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그니처 픽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알렉스 선수의 알렉스트라자였습니다.

알렉스트라자는 몇몇 전장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제한적 픽이었고, 특정 맵에서 조차 3대장에 비해 안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매우 잘해낸다면 그러한 평가를 충분히 뒤집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렉스트라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팀의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힐러라는 포지션 자체가 수동적이고 팀을 캐리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힐러에서 변수를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게 전체 팀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색다른 영웅과 시그니처 픽을 원합니다. 그점에서 팀에 이러한 색깔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경기 내적으로나 경기 외적으로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5. 총평

슈퍼노바는 강팀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약팀들과의 경기,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가져오지 못했고, 유리한 경기에서 승기를 굳히지 못함으로써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길수 있는 경기는 반드시 이긴다라는 것이 강팀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슈퍼노바가 팀의 한계를 가능성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 점을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슈퍼노바의 메인탱커와 메인딜러의 영웅폭은 넓지 못합니다. 메인딜러에서는 한조(40%) 메인탱커에서는 무라딘(40%)과 같은 특정 영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이는 상대팀으로 하여금 충분히 대처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노바가 전략적 이점을 가져갈수 있었던 것은 고인물, 중고신인, 영웅잡화점(?) 노챗선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챗선수는 매우 다양한 영웅들을 플레이하면서 슈퍼노바의 전략적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챗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수많은 영웅들을 '잘' 플레이하기란 매우 어려웠고,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숙련도의 부족을 노출했고, 결국 팀의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맡고 있는 비중이 높은 만큼 실수를 하거나 견제를 당했을 때 팀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컸습니다. 노챗선수가 흔들리면 슈퍼노바는 힘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한게에도 불구하고 도깨비팀이라는 팀 색깔과 알렉스트라자 같은 시그니처 픽들로 인해 슈퍼노바는 한시즌만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즌 슈퍼노바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불분명 하지만 한시즌 동안 보여줬던 그들의 행보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차회 예고

탈강등의 명과 암-펠리즈(6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