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 정글러부터 총을 든 악동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138명은 모두 자신만의 기원이
있습니다. 오늘은 아지르의 기원을 살펴보겠습니다.


태풍과 모래괴물

개발 단계를 통과한 챔피언은 대부분 협곡의 일원이 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버려졌으나
잊혀지지도 못하는 챔피언들은 약속의 땅인 협곡에 끝내 이르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불어넣고 미래의 챔피언의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물의 영혼 웰이 바로
그런 챔피언이었습니다.

웰은 리그 오브 레전드 베타 기간에 개발된 물의 마법사로서 폭풍우와 소용돌이 등 물과 관련된 것들을 소환하는 스킬이 있었습니다. 웰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다양한 파티클 효과가 필요했는데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기술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각 효과 비중이 큰 챔피언은 지원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웰은 개발 취소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습니다.


물의 영혼 웰의 캐릭터 모델

하지만 이후 몇 년 동안 기술이 진보했고, 웰의 디자인은 모래 마법사 세스라는 새로운 챔피언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선임 게임 기획자 Colt “Ezreal” Hallam은 “세스는 웰과 기본적인 바탕은 같지만 물 대신에 모래를
관장한다”고 설명합니다.


세스 애니메이션 스케치

세스는 슈리마의 영토 확장을 위해 모든 것을 사막으로 바꾸는 야심 가득한 캐릭터였습니다. 세스가 스킬을
사용하면 모래가 생성되어 몇 분 동안 맵 상에 남아 있었습니다. 스킬을 많이 쓸수록 모래도 많이 생성되었죠.
모래 위에 서 있는 적에게 스킬을 적중시키면 적이 위로 떠오르거나 사거리가 증가하는 등 보너스 효과가
주어졌습니다. 친한 모래 친구가 있는 버전도 있었습니다. 지상의 적들을 산발적으로 공격하는 포악한 모래
괴물인 친구였죠.

세스 개발 작업은 오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파티클 효과가 너무 많이 추가되어 저사양 컴퓨터에서
게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래가 화면에 표시되는 시간을 감소
시키고, 파티클의 수를 줄이고, 그리고 모래 표시 시간을 다시 한 번 줄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래 생성
효과를 아예 없애 버리게 됐죠. “전 세계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려면 모래 효과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Colt가 말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끝내주는 스킬이었거든요.”

세스의 궁극기 중 한 버전: 적 챔피언들을 한 쪽으로 모는 커다란 모래 손

모래를 생성하는 스킬이 없어지자 세스에겐 별다른 개연성 없는 스킬만 중구난방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Brad “CertainlyT” Wenban이 게임 플레이 개발을 맡았지만 금세 환상은 깨지게 됐죠. 컨셉 아티스트
Gem “Lonewingy” Lim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브래드는 ‘대체 모래의 정체가 뭐야? 불처럼 타오르는 거야,
아니면 얼음처럼 천천히 생기는 거야? 대체 뭐야?’하며 불만을 표출했죠. 그러면서 머리를 쥐어 뜯다가
더 이상 세스 작업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모래의 마법사 세스는 길을 잃은 듯했습니다.


캐릭터 바꾸기

세스의 캐릭터 디자인도 게임 플레이처럼 길을 잃었습니다. 모래를 퍼뜨리는 효과가 없어졌기 때문에 ‘사막의
확장자’라는 정체성도 더 이상 말이 되질 않았습니다. 세스의 스킬 변경은 캐릭터 재구성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세스는 신분이 상승되어 옛 슈리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아트 팀과
작가 팀은 (슈리마 이벤트 전까지) 중심 스토리가 부족했던 슈리마 지역을 재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세스—이제 아지르라고 하죠—는 몰락 이전의 슈리마를 통치한 마지막 고대 황제였습니다. 그런데 슈리마의
몰락에서 그가 한 역할은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제국의 멸망을 초래할 만큼 사악한 결정을 내렸던 걸까요,
아니면 선의에 찬 지도자로서 큰 대가를 치를 실수를 저지른 걸까요? 저희는 후자가 더욱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고, Gem이 그에 따라 아지르를 재디자인했습니다.


Gem: “괴수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형상으로 아지르를 그려보았습니다.”

아지르의 새로운 외양은 기본적으로 이집트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적절해 보이는 컨셉이었습니다.
이미 두 명의 다른 슈리마 챔피언이 이집트 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니까요. 나서스는 명계의 신 아누비스, 레넥톤은 군사력을 상징하는 악어 머리 신 소베크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아지르의 기초는 태양의 신 ‘라’
였습니다. 라는 매의 머리를 한 위력적인 신으로서, 슈리마의 상징이기도 한 태양 원반처럼 둥근 태양을
배경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사막 아래에서 솟아난 슈리마 제국


병사들의 진격

배경 스토리와 외양이 업데이트되었으니 이제 새로운 스킬 컨셉 아트가 필요했습니다. Gem은 황제라는
신분에서 영감을 받아, 후에 아지르 개발의 터닝 포인트로 알려질 그림을 한 장 그렸습니다. 바로 아지르가
모래 병사를 소환하는 그림이었죠.


아지르 컨셉 아트

이후 모든 것이 완벽하게 착착 진행되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병사는 아지르의 스킬 중 한 가지에만 적용되어 있었습니다(다른 스킬에는 모래
손과, 치명적인 빛 네 줄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발사되는 죽음의 풍차가 있었습니다).
아지르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디자이너인 Daniel “ZenonTheStoic” Klein은 Drew
Marlow의 바톤을 이어받자 마자 아지르의 스킬에 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아지르에게 어울리는 스킬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Daniel의 말입니다. “가끔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임시 포탑을 세우는 스킬이 생기기 전 죽음의 풍차를 소환했던 아지르

하지만 챔피언 팀은 아지르를 방치하는 대신, 기존의 컨셉과 게임 내 요소(캐릭터 모델, 모래 병사와 모래
병사의 돌진 애니메이션, 죽음의 풍차)를 이용해 아지르를 재구상했습니다.

무너진 캐릭터를 되살리기 위해 개발자들은 팀을 나누어 사흘 내내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마다 늘 한 가지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게임 플레이 면에서도 테마 면에서도 모래
병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병사 외의 다른 요소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이었습니다.” Daniel의 말입니다. “그래서 그 때 깨달았죠. 병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드디어 슈리마의 황제 아지르가 일어날 때가 온 것입니다.



 
명령하는 황제

병사를 중심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기존의 스킬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아지르는
소환물을 소환하고 다스리는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그 방향으로 결정하기가 좀 두렵긴 했습니다.” Daniel의
말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은 영역이었으니까요.” 개발팀은 하이머딩거, 말자하, 자이라를
참고할 생각으로 그들의 스킬의 장단점을 분석했습니다.



자동으로 공격하는 소환물(하이머딩거의 포탑)은 상호작용이 부족했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는
소환물(말자하의 아주 예전 공허충)은 재미가 없었으며, 대부분은 군중 제어기가 강력한 소환물
(자이라의 식물)이기에 균형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소환물들은 모두 표적이 될 수 있었고, 체력
막대가 있었으며, 스킬 공격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소환물의 밸런스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지르는 다른 각도로 접근했습니다. 아지르의 병사는 표적이
되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죠.
병사의 행동과 위치는 아지르, 즉 플레이어가 직접 결정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킬은 현재 여러분이 잘 알고, 좋아해(또는 싫어해)주시는 현재의 아지르 스킬과
매우 흡사했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병사가 공격을 시작하려면 아지르가
먼저 상대를 직접 공격해야 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를 한 후 Colt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멋있기도 하고,
의도도 분명해 보여. 그런데 병사가 공격을 대신하도록 그냥 명령만 내리는 식이면 더 좋지 않을까?”

“그 순간 깨달았죠. 아, 진짜 챔피언이 탄생했구나.” Daniel의 말입니다.

아지르를 플레이할 때 여러분은 정말로 황제가 됩니다. 자신만의 군대를 거느리며 마우스 오른쪽 클릭 같은
행동만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아지르는 공격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상을 가리키기만 하면
모래 군단이 창을 들고 진격하죠.


황제가 준 교훈

아지르가 최근 몇 년 간 출시된 챔피언 중 출시 과정이 가장 다사다난했던 챔피언 중 한 명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안 그래도 플레이하기 어려운 아지르는 출시 후에도 몇 달 동안 버그 수정이 계속된 탓에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죠. 아지르에 버그가 많았던 건 라이엇 게임즈의 여러 팀(아지르 팀
포함)이 슈리마 이벤트 관련 준비를 같은 시한 내에 마치기로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지르는 코딩 작업이
너무 복잡한 나머지 마감이 임박한 순간에도 계속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지르는 슈리마
이벤트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출시되어야 했죠.

그 때 이후로 챔피언 개발 팀은 마감 시한을 되도록이면 넉넉하게 잡으려고 합니다. 개발 단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챔피언을 협곡에 내보내는 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지르는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스킬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밸런스 조정이 늘 어려웠습니다. “아지르를
플레이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완전히 과소평가하고 있었죠,”라고 Daniel은 말합니다. 적 위에 마우스
커서를 놓고 클릭하여 피해를 입히는 식의 조작법은 보기에는 충분히 쉬워 보이나 주로 (병사가 아닌)
챔피언의 직접 공격에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사용하는 기본 시스템이 변형되어 있어 사용법 숙지에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지르의 강점은 이런 복잡한 조작법에 가려져 처음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조작법을 마스터하는 것쯤은 뛰어난 플레이어들에겐 시간 문제였습니다. 그런 플레이어들의 손에서
아지르는 한동안 OP 챔피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지르 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겐 허울만
좋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죠(게다가 요즘 아지르는 전반적으로 약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OP 챔피언이었던 아지르

아지르의 스킬이 독특한 것은 아지르 개발 시점을 전후로 경쟁력 있는 챔피언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개발팀은 챔피언들의 강점과 약점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이에 따라 2014년에
개성적인 챔피언을 제작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독특한 챔피언을 만드는 데엔 성공했지만
장기적인 밸런스가 희생되었습니다. “아지르 개발은 부적절한 목표를 너무 잘 달성했을 때의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Daniel의 말입니다. “앞으로는 필멸자들도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아지르를 만들도록 노력

[챔피언의 기원]은 챔피언의 개발 과정을 심도 있게 알아보는 새 시리즈입니다. 본 시리즈에 대한 여러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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