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 전 일이다. 내가 이제 갓 실버에 올라서 5티어를 방황하고 있을때다. 한번만 더 이기면 승급전이라

일단 랭겜을 돌려야 했다. 방을 잡고 게임에 들어가니 1픽이 마이부터 잡고 있었다. 섬광충일까 싶어 부탁을 했다.


"좀 마이는 안할수 없습니까?"


했더니,



 "섬광가지고 장난이나 치겠소? 하기싫거든 닷지나 하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마이였다. 픽은 흥정하지도 못하고 갱이나 잘 와달라고 부탁했다. 게임 시작후 그는 잠자코

정글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빨리 도는 거 같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돌아보고 저기 돌아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정글링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섬광도 만들어서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스택질이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갱이나 와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미드 타워 피가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스택질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와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미드 타워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무얼 더 잡는단 말이오? 마이, 외고집이시구먼. 타워피가 얼마 없다니까요"

 
마이는 퉁명스럽게,

 
"서렌이나 치시우. 난 안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한판만 더 이기면 승급전인데 그냥 서렌할 수도 없고,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깍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섬광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쌓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스택 질을 아예 블루를 자기가 먹어가면서 태연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집에가서 이리저리 템을 사더니 다 됐다고 갱을 온단다. 사실 미드 아까부터 억제기까지 밀린 상태다.



 한판만 이기면 승급전인데 다시 또 해야 한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정글을 해서 정글이 될 턱이 없다. 팀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마이만 고른다. 승리는 없고 충만 있는 무뚝뚝한 마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봇에 화면을 돌려보니

마이는 태연히 궁을 쓰고 알파를 돌리고 있다. 그 때, 휘두르는 칼질은 어딘가 모르게 챌린저같이 보였다. 떠오르는 펜타킬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마이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전체챗을 봤더니 상대정글은 섬광이 OP라고 야단이다. 자기같은 초식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초식이나 마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상대 정글을 말을 보니, 스택을 너무 안쌓으면 캐리한다고 덤비다 힘이 들고 자주 죽어 손해를 입기 쉽단다. 저렇게 대놓고 스택질을 참아주는 팀이 없단다.

그리고는 서렌을 치고 나가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마이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마이는 스택을 쌓는 그 순간만은 오직 게임을 캐리하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50스택을 만들어 냈다.

나는 그 마이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정글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 그런 정글이 나 같은 팀원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롤에서

어떻게 스택을 쌓을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마이를 찾아가 칭찬이라도 날리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이를 친추후 다음 게임에 마이를 찾았다.

그러나 마이는 오프라인이었고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승급전 메세지를 보며 그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결국 승급은 실패했다.


며칠 후 승급전을 바라보면서 문득 섬광쌓던 마이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