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cial Talk 01 Inoue Takehiko & Oda Eiichiro
여기 서 있는 두 사람이 그려낸 만화의 판매부수는 일본 전체 국민수의 두 배를 넘는다. 수치로 사물을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와 오다 에이치로. 둘 다 젊은 나이에 소년만화의 정점에 올라섰다. 현대를 대표하는 초 인기 만화가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거의 처음. 두 사람 모두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으므로 공식적으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 같은 대면이라 하겠다.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시작한 대담은, 구마모토 출신 오다 에이치로의 말처럼 운명적인 이야기부터 「배가본드」를 시작으로 차츰 풀려나갔다. 이윽고 화제는 높은 수준의 크리에이티브론으로 전개되어 갔다. 독점게재 꿈의 대담, 기대하시라!
「이노우에 선생님의 필력은 어디까지 펼쳐질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오다씨는 작품을 믿고 흔들림이 없네요」
두 사람을 잇는 구마모토 운명의 장소
이노우에 오늘 처음 만나지요?
오다 저기 실은 오래전에 이노우에 선생님을 직접 뵙고 사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노우에 정말? 언제요?
오다 슈에이샤 데즈카‧아카즈카상 파티에서요. 당시 저는 막 데뷔한 신인이라서 엄청 긴장했었습니다. 리젠트 머리를 한 강백호 일러스트도 그려주셨어요.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그랬구나, 잊어버려서 미안해요(웃음).
오다 아뇨 아뇨, 그 파티는 거의 대작가 선생님들의 사인회 분위기였거든요(웃음).
이노우에 「원피스」가 시작할 무렵 로스앤젤레스에 있었는데 일본에서 「소년점프」를 받아봤어요. 「원피스」 1화를 보고 “아, 대단한 만화가 시작됐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뭐랄까, 이 작품은 “틀림없다”고 할까. 그런 만화를 본 건 오랜만이라 꾸준히 체크하게 되었어요.
오다 연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정보잡지에 유명인이 주목하고 있는 만화 앙케이트가 실려 있었는데요, 거기서 이노우에 선생님께서 「원피스」를 언급해주신거에요! “작가가 작품을 믿고 있다”는 코멘트를 보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 기사를 확대복사해서 얼른 작업실에 붙여두었습니다.
이노우에 그렇게 기뻐할 줄이야(웃음).
오다 저, 이노우에 선생님. 운명적인 걸 이야기해도 될까요?
이노우에 뭐지? 무서운데(웃음)
오다 저는 구마모토 출신인데요, 카미토리(上通. 구마모토의 중심가)에 옛날에 「앤티크 하우스」라는 가게가 있었잖아요.
이노우에 아, 그 골동품 가게. 그리운걸.
오다 단골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친구와 함께 곧잘 옷을 사러 가곤 했습니다. 점프에서 신인상을 받고 담당 편집자가 생겼을 무렵 가게점원에게 “만화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만약 자네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여기 출신 만화가 두 명째가 되겠네.”라는 거예요. 한 사람은 누구냐고 했더니 “나리아이 다케히코(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옛 펜네임)야. 옛날에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지.”라고요. 깜짝 놀랐습니다.
이노우에 아하하. 어느 점원이지?
오다 그 사람, 「슬램덩크」에서 어느 선수의 모델이 되었다고 자랑했었는데요(웃음). 이노우에 선생님은 한가할 때면 계산대 뒤쪽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하기도 하고요.
이노우에 맞아맞아. 일도 안하고 말이지.
오다 정말 놀랐습니다. 이노우에 선생님이 여기에 있었다는 소문이 있어서 다녔다면 모를까, 아무 생각 없이 다녔는데 말이죠. 이건 운명임에 틀림없어! 라는 생각에 담당편집자에게 “이노우에 선생님 어시스턴트를 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더니 “빈자리가 없다”고 딱 거절당해서……. 실망했습니다.
이노우에 그랬구나, 실패했네. 우리 쪽에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오다 만약에 들어갔다면 제 운명은 바뀌었겠지요. 여러 가지 의미로 그 때가 분기점이었을 지도요. 이 이야기는 언젠가 본인에게 직접 말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노우에 고마워요, 기억할게요.
이노우에의 그림은 에도시대 일본화에 도달하고 있다
- 오다씨는 「배가본드」를 어디까지 읽으셨나요?
오다 단행본이 나오면 단숨에 읽습니다. 물론 전권 소장하고 있습니다. 연재가 시작된 무렵 아직 미숙했던 저와 제 주변에서는 굉장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재미있고 깊은 주제가 있고……. 무엇보다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림을 보는 것이 무척 기대됐으니까요. 이 분은 대체 어디까지 필력을 뻗을 것일까 하고. 「카에데 퍼플」때부터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그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늘긴 했죠.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카에데 퍼플」때는 그 그림도 잘 그렸다고 생각했었는데요(웃음). 지금은 더 이상 보여주고 싶지 않네요.
오다 「마지막 만화전」의 작품도 보았습니다만, 이제는……의미를 모르겠어요. 잘 그렸니 어쨌니를 완전히 초월했달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신기할 뿐입니다. 거대한 미야모토 무사시가 서있는 그림만 해도, 그렇게 큰데 밸런스가 틀어져 있지 않고 말이지요.
이노우에 잘 보면 틀어져 있어요. 아직도 좀 신경 쓰이는 그림도 있고.
오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 수준으로 보면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단한 그림들뿐이었어요. 요즘 에도시대의 일본화에 빠져있는데요. 에도시대 사람들은 인터넷도 만화책방도 없으니 지금보다 시간을 때울 오락거리가 없을 것이고 그래서 뭔가를 만들어낸건데, 현대인들은 그걸 어렵게 집중력과 시간을 들여야 만들어내는거 아닌가. 그러니 평범한 재능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 만들어지지요. 에도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엄청 잘 그려요. 슬쩍 그린 초고인데도 은근하게 정돈된 선 하나에 생명이 깃들어있지요. 정보를 배제하고 신경을 아슬아슬하게 곤두세우고 그린 그림은, 현대인이 얼마나 시간을 들인다해도 아마 흉내도 못 낼 거예요.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림은 그런 에도시대 그림의 영역에 도달하고 있어요. 어째서 현대인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참 신기합니다.
이노우에 황송하군요(웃음).
오다 그것도 「마지막 만화전」에서는, 그런 그림이 150장이나 되잖아요? 상상도 안 되네요.
이노우에 닥치면 하게 되는 거죠.
오다 저도 마감에 쫓겨 몇 번이고 헤쳐 나왔지만……그렇게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이노우에 자기 자신의 그림이라면 가능하겠죠?
오다 아뇨아뇨, 불가능합니다! 한 장 한 장마다 목표를 정해버리고 마니까요.
이노우에 과연 그렇군요.
오다 그리는 도중 여기서 그만! 하고 여백을 신용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으니까요.
이노우에 그 여백이 내 경우엔 중요하기도 하니까요. 어렵군요.
오다 그게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노우에 센스랄까, 성격일지도 모르겠네. 목표가 정해져 있다해도 예정대로 움직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면서 도중에 “이건 이걸로 된 것 같은걸”하는 생각이 들면 에잇 하고 관둬버리니까. 적당적당한 성격이죠.
오다 이노우에 선생님께서는 그리기 전에 그림의 전체 이미지가 보이시나요? 대단한 사람들은 선까지 또렷하게 보여서 그것을 따라할 뿐이라고들 하던데요.
이노우에 글쎄요, 보인다고 하면 보일지도. 그렇지만 그렇게 명료하게 보이는 건 아니에요.
오다 저는 좀 멍하게, 이게 전체 이미지인가 싶은 정도에요. 그렇지만 그리는 동안 흐릿하게 전체 이미지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걸 펜으로 따라 그리는 거죠.
이노우에 나도 비슷한 것 같은데.
오다 처음부터 적확한 선을 슥슥 그려나갈 수 있는 작가는 쫓아갈 수 없어요. 제 친구 중에는 한 번 본 그림은 절대 잊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즉, 한 번이라도 그려본 캐릭터는 아무것도 보지 않아도 똑같이 그려낼 수 있는 거죠. 그것도 부러운 재능이에요. 제 경우 옛날에 그린 캐릭터는 금세 잊어버려서 나중에 등장시키려면 단행본을 꺼내서 다시 봐야 하거든요.
이노우에 나도 그래요. 옛날 캐릭터는 언제나 단행본을 다시 보곤 하죠. 깜박하고 수염이나 구레나룻 그리는 걸 까먹기도 하고.
오다 정말요? 다행이다, 저도 아직 해나갈 수 있는 거군요(웃음).
큰 맘 먹고 시도한 변화는 생각보다 저항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오다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림에 대한 향상심과 탐구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이노우에 간단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예전 그림을 보면 부끄러워지니까요.
오다 좀 그렇지요.
이노우에 좀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거라는 마음일까.
오다 저도 스스로는 향상심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지막 만화전」을 보고 나니 이노우에 선생님의 향상심에는 못 당하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 깊이 들었습니다.
이노우에 그렇지 않아요. 「원피스」 시작하고 몇 년이죠?
오다 12년입니다.
이노우에 대단하네. 그렇게 오랫동안 주간연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상대가 되지 않는데요.
오다 아니요! 저는 장편만화는 「슬램덩크」정도의 길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걸요. 처음엔 「원피스」도 5년 계획이었는데……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말았네요.
이노우에 최근에 나온 52권까지 읽고 느낀 건데, 아직도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네요.
오다 네…… 덕분에, 인생계획이 엉망진창입니다(쓴웃음).
-「배가본드」는 사사키 코지로 편부터 그림이 펜에서 붓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를 오다씨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오다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노우에 선생님 같은 경력을 가진 분이 아직도 진화해 간다는 게, 그 강한 의지가 진짜 멋있습니다. 아직도 붓을 쓰신다는 것도 대단해요.
이노우에 사실은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죠. 긴 작품으로서 일관성이 없으니.
오다 원래부터 붓은 쓰고 계셨죠?
이노우에 효과의 일부로서는. 하지만 전부 붓으로 그리자고 결심한건 정말 기분탓이었어요. 코지로 편을 시작할 무렵, 지금 그리고 싶은 걸 그리려면 펜이 아니라 붓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림의 터치는 변해버리지만, 작품을 통한 일관성에는 구애받지 않겠지요. 그때그때 살아있는 감성을 믿는다고 할까요.
오다 타이틀 로고도 바뀌었지요.
이노우에 스스로에게 「배가본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의문을 던지던 무렵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려나가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어요. 로고 변경도 그 중 하나였지요. 그전까지의 붓글씨 로고도 멋졌지만 말이죠.
오다 작가는 큰 맘 먹고 변화를 주더라도 주위에서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주기도해요. 제 경우에도 「원피스」 단행본 50권에서, 일단락 지었다는 생각에 타이틀 로고를 넣는 방식을 바꿨습니다만, 놀랄 정도로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웃음). 독자들은 좋은 의미로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네요. 그래서 작가는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노우에씨는 오다씨의 그림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노우에 저와 정반대의 매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화려하고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요. 저는 “뺄셈”을 하고 싶어 하는 쪽이라서요. 힘껏 공들여 그리지 않고 여백을 남겨둔다고 할까요. 「마지막 만화전」 작품들의 특징이 그렇지요. 하지만 오다씨가 공들여 그린 그림에는 정말 감탄하게 되네요. 대충 그렸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그 그림, 만화책에 넣기에는 사이즈가 좀 무리가 있지 않나요?
오다 그렇죠(웃음). 자기도 모르게 가득 그려버리거든요. 주간지는 19페이지라는 기준이 정해져있는데, 그리는 입장에서는 빨리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으니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집어넣게 되요. 빨리 끝내고 맘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구요.
이노우에 맘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건 이해가 가요.
오다 너무 조급해하는걸지도 모르겠어요. 칸이 점점 작아지고, 필요 없는 칸도 없는 것 같고, 배경도 꽉꽉 채우고. 일단 캐릭터부터 너무 많구요(쓴웃음). 메인 캐릭터는 다섯 명이 한계라고 생각하면서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지금처럼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이노우에 전체 구상은 처음부터 생각하나요?
오다 네. 이야기의 라스트는 처음부터 한 번도 바뀌지 않았어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에피소드들이 전혀 소화되지 않아 힘듭니다. 이노우에 선생님께서는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십니까?
이노우에 음, 나는 처음엔 전체 구상도, 라스트도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생각해두는 오다씨가 정말 대단한데요.
오다 솔직히 말하자면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뿐이죠.
이노우에 나는 「배가본드」에서는 최근에야 슬쩍 보이는 정도라서.
할아버지 얼굴의 주름을 그리는 것이 즐겁다
오다 「배가본드」의 이야기는 사실 그대로인가요?
이노우에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가 간류지마(巖流島)에서 싸운 것은 대체로 사실인 것 같아요. 하지만 남아있는 기록은 대개 무사시 측에서 쓴 거라서. 코지로는 그냥 무사시와 대전을 벌인 검사 정도로만 쓰여 있죠. 그래서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가능성도 아마 영점 몇 퍼센트 정도?
오다 스토리는 이제 원작과 다른 오리지날인가요?
이노우에 전부는 아니지만 오리지날 부분이 꽤 늘어나고 있어요. 스토리의 전체상이 거의 정해져있지 않다보니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그런 작은 반복을 계속 하고 있는걸 지도요. 정신을 차려보면 커다란 샛길로 가버리곤 해서 곤란한 경우도 있고.
오다 하지만 샛길로 빠지면 의외로 즐겁지요.
이노우에 맞아맞아.
- 오다씨가 「배가본드」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오다 전반적으로 할아버지들이 좋아요. 왠지 귀엽달까.
이노우에 아하하하
오다 특히 야규 세키슈사이가 좋아요. 갑자기 “손자 자랑을 해도 될까?”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든가 귀엽지않나요. 이노우에 선생님의 작품은 하드한 전개라도 어딘가 캐릭터에 귀여운 점이 남아 있는 것이 매력이에요. 살짝 적혀있는 작은 대사 같은 걸 보면 웃음이 나요. 무사시가 “고양이 선생이다”같은 대사를 말하는 장면 같은데서 폭소를 터트린다니까요(웃음). 그런 묘사가 자연스럽게 끼어있어서 독자가 캐릭터에 마음을 열게 되지요. 어려운 주제라 해도 이노우에 선생님께서 캐릭터를 잘 만드시니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노우에 할아버지를 그리는 건 확실히 좋아해요. 가만 내버려두면 등장인물 모두가 할아버지가 될지도(웃음).
오다 얼굴 주름을 그리는 게 즐겁지요.
이노우에 그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그리고 있으니. 역시 우리는 인간다운 캐릭터를 그리고 싶은 게 아닐까요.
오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노우에 노인은 주름을 그리면 그릴수록 사람다워지니까.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리면 생명을 가지게 되는 게 노인의 얼굴이지요. 그래서 공들여 그리는 보람이 있어요.
거기에 있는 것은 전부 그리고 싶다는 충동
- 두 분의 공통점은 “전달”하고 싶은 것을 전하기 위해 진지하게 만화를 그려간다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노우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원피스」는 특히 전달하고자하는 의지로 가득차 있죠. 마구 넘친다고 할 정도로.
오다 화면이 복잡해진다는 건 알지만 거기에 있는 건 모두 그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거든요. “방해가 되든 말든 이 소리가 들린단 말이야!”라고 할까요.
이노우에 소리도 들리고 이야기도 섞여 날아다니고. 화면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죠.
오다 아무리해도 그렇게 돼버려요.
이노우에 「원피스」의 세계에는 이런 소리와 사람과 감정만이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어 하는 오다씨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요. 중심축이 되는 부분이 두텁고 흔들림이 없기에, 12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연재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오다 감사합니다. 제가 만화를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실은 스토리가 아니라 캐릭터의 조형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인간도 가능할까 이래저래 디자인을 해보는 시간이 즐거워서요.
이노우에 나와는 정반대인걸.
오다 이런 형태의 머리라면 신체는 이 정도의 근육이 필요할꺼야 라든지, 최종적으로는 무시하지만 말이에요(웃음). 한 번도 본 적 없는 캐릭터의 실루엣이 나오는 순간이 가장 기쁩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하면 빨리 만들고 싶어서 안달하게 되요. 캐릭터를 위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하고요. 이런걸 반복하다보니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게 되네요.
이노우에 그러다가 52권까지 와버린거구나.
오다 네(웃음). 이노우에 선생님께서는 언제 즐거움을 느끼시나요?
이노우에 즐거운 순간이 점점 줄어드네요. 풀어헤친 머리카락을 그릴 때는 조금 즐겁지만. 그림이 느는 게 확실히 보일 때는 그림을 그리는 게 항상 즐거웠는데, 지금은 그렇게 되지도 않고. 조금 위기감을 느낄 때인지도 모르겠네요.
두근거리는 순간이 줄어든다는 위기감
오다 위기감인가요?
이노우에 응, 만화가라는 건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무엇보다 만화를 그리며 두근두근 할 수 있으니 괴로워도 해나갈 수 있는 거죠.
오다 그렇군요.
이노우에 그렇지만 괴로움과 즐거움을 천칭에 매달아서 이 이상 즐거움이 줄어들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와버려서. 어떻게든 벗어나야하기에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오다 저는 그다지 그런 위기감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노우에 「원피스」를 읽고 있다 보면 느껴져요. 오다씨에겐 오다씨 나름대로의 괴로움이 있겠지만, 이런 위기감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아요. 내 경우엔 「배가본드」에 끌려 다녀서. 작품의 성질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까요. 답이 없는 걸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요. 좀 더 밝고 심플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그리면 또 바뀔지도 모르죠.
오다 「배가본드」와 「리얼」을 왔다갔다 하시다보면 기분전환이 되지 않나요?
이노우에 응, 되고말고. 「리얼」에 구원받는 부분도 있어요. 너무 편하게 하면 안 되겠지만 「배가본드」에 비교하면 그리기 쉬운 작품이죠. 길을 걷기만 해도 힌트가 생기는 것도 고마운 일이고.
오다 보통 거리에서 무사와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이노우에 그렇죠(웃음).
요시오카 문하 70인을 베는 장면을 그리다보니 그림이 진화했다.
오다 좀 늦은 질문 같습니다만, 어떤 이유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셨나요?
이노우에 처음엔 가벼운 동기였어요.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추천받아서 읽어봤는데 재미있어서. 「슬램덩크」가 끝나고 1년 정도 연재를 쉴 때였어요. 슬슬 손을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걸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원작자에게 허가를 물었더니 흔쾌하게 OK를 해주셔서 그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뭐가 제일 중요한건지도 몰랐죠. 역사물을 그리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체력, 기술도 거의 모르는 채 시작해버렸으니. 꽤 고생했죠.
오다 사료(史料)같은 걸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무리군요.
이노우에 이젠 할 수 없다고 포기했어요. 전문적으로 고증을 하는 사람을 붙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새로운 미야모토 무사시를 발견하기로 결정했어요.
오다 등장인물은 원작 그대로인가요?
이노우에 대개 원작 그대로 등장하지만 성격은 꽤 달라요.
오다 요시오카 문하 70인을 베는 부분은 정말 대단하던데요.
이노우에 원작에서는 무사시가 당주를 벤 다음 몇 명을 더 베면서 그 장소를 탈출하는 분위기에요. 하지만 거기서 묘하게 도전정신이 끓어올라서(쓴웃음). “70인 전원을 베면 어떻게 될까?” 25권부터 27권까지 요시오카 문하와의 대결 장면을 잘 세어보면 70인을 제대로 베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거에요.
오다 그렇군요……!
이노우에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도중에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결국 다 그려버렸죠.
오다 그건 이노우에 선생님의 박력 있는 그림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거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허전했을 겁니다.
이노우에 70인을 베는 걸 그리기로 결정하고 나니 그림도 그에 걸맞은 힘을 가져야만 했어요. 그리고 있는 동안 튜닝을 하는 것처럼 급속하게 그림이 진화한 장면도 있지요.
오다 사람을 베는 신을 그리면 괴롭지 않으세요?
이노우에 괴롭지요.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베는 장면을 그리다보면…… 이기고 진다는 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되요. 싸움에 승부가 있는 것은 당연한 건데도. 승리의 가치가 의심스럽게 느껴지죠. 의심하기 시작하면 만화를 그려나갈 수 없잖아요? 이긴다는 것이 진정으로 승리하는 것인가, 좋은 것인가, 이런 모순된 감정에 휩싸여서 괴로워지죠. 그런 감정을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70인을 베는 장면을 그린 거지만.
오다 이노우에 선생님의 그런 고민이 화면에도 배어나옵니다. 작가의 얼굴도 슬며시 드러나지요. 오늘 뵙기 전까지 이노우에 선생님께서는 무사시같은 분 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노우에 전혀 다르죠?(웃음) 곧잘 수행승 같은 이미지로 비춰지긴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다 오늘 대담하기 전에 이노우에 선생님을 뵌 적이 있는 작가분에게 “얼마나 무서운 분인가요?”라고 물어봤거든요.
이노우에 아하하하! 그래, 무섭다고 하던가요?
오다 전혀요. 하지만 우리세대 만화가들은 역시 이노우에 선생님의 이름만 들어도 쫄아버리거든요(웃음). 만약에 무사시같이 무서운 분이라면 아무 말도 못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렇게 뵙고 보니 정말 다정한 분이라서 안심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의 변하지 않는 원류에 대한 공통된 생각
이노우에 오다씨의 「원피스」를 읽고 말이죠. 이 세계관의 원점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오다 원점 말입니까?
이노우에 응.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오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캐릭터들이 잔뜩 있는, 시끌벅적한 해적모험극. 틀에 박혀있지 않고, 자유로우며, 쑥쑥 성장해나가죠. 일본만화에는 없었던 맛이에요. 발생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다 으음, 거꾸로 저는 해적을 그리는 소년만화가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옛날 애니메이션 「꼬마바이킹 비키(원제:小さなバイキング ビッケ)」정도죠. 남자라면 나이를 얼마나 먹든 바다에 나가서 보물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텐데. 항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어째서 누구도 해적에 대한 소년만화를 그리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이노우에 과연.
오다 어릴 적부터 해적만화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만화를 그린다면 해적을 모티브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팔릴지 혹은 팔리지 않을지 계산해보고 선택한 건 아니에요. 단순하게 내가 읽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거니까요. 게다가 점프에 해적만화가 연재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로고마크가 해적인데 말이죠.
이노우에 진짜(웃음). 그게 지금은 점프의 커다란 간판으로 신이 점지해주신 아이 같은 작품이 되었군요. 대단해요.
오다 말도 안됩니다. 이노우에 선생님에 비하면 저 같은 건 아직 멀었습니다.
이노우에 이거, 겸손이 지나친데요(웃음).
- 두 분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엔터테인먼트인가요?
오다 제 경우엔 그렇습니다. 독자를 즐겁게 만들지 못한다면 만화를 그리는 의미가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도 즐겁지 않으니까요. 다른 작가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독자를 즐겁게 만들고, 자신도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엔터테인먼트를 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적은 없어요. 최고로 행복하지 않나요.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기뻐하고. 이것 말고 더 필요한 게 있나요?
이노우에 대단하다…….
오다 아, 아닌가요?
이노우에 아니, 뭐라하는게 아니에요(웃음). 오다씨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독자도 자신도 즐기는 것이 진정한 만화라 할 수 있죠.
오다 만화는 엔터테인먼트여야 하지 않을까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건 좋지만, 결과적으로 오락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아요. 「배가본드」도 훌륭한 하이레벨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이노우에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데요. 게재될 예정도 없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다면 분명 만화를 그릴 수 없겠죠.
오다 그렇죠.
이노우에 「원피스」의 대단한 점은 말이죠, 루피의 눈이 점이라는 거. 이건 대단한 거예요. “재미있는 건 모두 다 충족시키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거다!”라는 오다씨 의지의 상징 같아요. 흔들림 없이 작품을 믿고 있다는 게 그 까만 점 같은 눈에 집약되어 있어요. 담당편집자나 주위의 스텝들은 좀 더 눈을 반짝반짝하게 그리라든가, 선을 굵게 그리라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절대 굽히지 않고.
오다 확실히 처음엔 이런저런 소리를 들었어요.
이노우에 거기서 흔들리지 않고 밀어 붙여서 훌륭하게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점이 눈부시네요. 신나는 해적만화를 하고 싶다는 오다씨의 생각이 루피의 눈에 생명을 실어준거에요. 아, 이 작품은 틀림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오다 저기, 정말 부끄럽습니다(웃음).
다음에 미술전을 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것부터
- 오다씨가 만약 미술전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내용으로 하고 싶으세요?
이노우에 찬스고 뭐고, 하고 싶다면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을 텐데요.
오다 사실 흥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원피스」 연재가 끝나면 미술전을 포함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연재 중에는 다른 작업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어서요. 이노우에 선생님께서 「배가본드」를 한창 연재하는 중에 이런 미술전을 하신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이노우에 나는 연재를 중지하고 하는 건데(웃음).
오다 그렇지만 기분상, 하나의 작품을 끌어안은 채로 다른 일을 한다는 게 말이죠. 그것도 연재중인 작품의 주인공의 그런 장면을 그린다는 게……. 그 정신력에는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무튼 지금 제게는 「원피스」의 연재가 전부에요. 끝나면 제 진짜 인생이 시작 될 거라 생각합니다(웃음).
이노우에 음? 지금은 다른가?
오다 지금은 독자들에게 바치고 있으니까요.
이노우에 대단해!
- 오다씨가 미술전을 한다고 구체적으로 가정해봅시다. 어떤 걸 하고 싶으신가요?
오다 그림을 보여주기만 하는 건 아깝지 않나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작물 같은 걸 전시하고 싶네요. 손을 사용해서 무언가 만들어내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입체조형은 꼭 해보고 싶어요. 이노우에 선생님께서는 새로운 미술전을 생각하시진 않으신가요?
이노우에 그렇군요. 「마지막 만화전」으로 다 끝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테마로써는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고, 똑같은 접근방식의 미술전은 이제 할 수 없겠죠. 또 하게 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것부터 시작해야 겠네요. 그건 한참 후의 일일 것 같지만. 현재 입장에서 하는 미술전은 「마지막 만화전」이 마지막. 몇 번이나 여기저기서 말했지만, 지금 “전달”하고 싶은 걸 최상의 형태로 완성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꼭 구마모토에 보러 와주었으면 해요.
오다 구마모토뿐인가요? 외국에서도 하죠. 뉴욕 같은 곳. 분명 호응이 클거에요. 아마노 요시타카씨도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어 크게 성공했지 않습니까. 저쪽 사람들은 사무라이를 엄청 좋아하잖아요.
이노우에 그렇지만 대사가 있으니 말이죠. 그걸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만화를 읽고 이해하는 기술도 필요하고.
오다 굳이 설명하지 않는거에요. 대사도 일본어 그대로. 이쪽 독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거죠.
이노우에 그럴까. 일단 번역을 옆에 붙여두고 말이지. 검토해봐야 겠네요.
오다 꼭 세계로 진출해주세요. 「배가본드」는 일본의 자랑입니다.
이노우에 아니 그건 「원피스」지, 라고 우리끼리 칭찬해봤자(웃음). 오늘 같이 이야기해서 즐거웠어요. 꼭 구마모토 「마지막 만화전」도 보러 와줘요.
오다 고향에도 내려갈 겸 꼭 가보겠습니다!

도탁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