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 강했던 건 맞는데 이게 맞는 너프 방식인가 싶음

누가 잡아도 예전 역천에 비하면 훨씬 쉽고, 리턴도 확실하게 강했음. 구조개선의 최대 수혜자였던 것도 맞고, 딜 버프가 다소 과하게 들어갔다는 의견에도 동의함. 

그러니까 역천이 이번에 어느 정도 너프를 받는 것 자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너프가 필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님.


그런데 문제는 너프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너프 폭과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것임.

그동안 소위 용급, SSS급이라고 불리던 직업들이 몇 달 동안 최상위권을 독점했을 때는 어땠음? 한 번에 캐릭터를 박살 내는 게 아니라 3~6개월에 걸쳐 3%, 5%씩 단계적으로 조정하면서 충격완화식으로 해당 유저한테 박탈감 안주게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너프했음. 첫 번째 너프 이후에도 여전히 강하면 한 번 더 조정하고, 그래도 높으면 추가로 손보는 방식으로 천천히 균형을 맞췄음.

그래서 기공도 당연히 비슷하게 갈 줄 알았지 여기 기공 본캐급으로 키운사람들 다 공감했을걸요?

아 그래서 벨가 전에 한 5%?정도 너프먹어도 이정도면 진짜 이번 나메 트라이 재밌게 했을거라고


구조개선 이후 성능이 과했다면 일단 일부 수치를 내리고, 실제 지표가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확인한 뒤에 추가 조정을 하면 되는 문제였음. 그런데 역천은 그런 과정도 없이 그냥 한 번에 내려찍어 버림. 상위권에서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린 게 아니라, 구조개선으로 겨우 정상화시킨 캐릭터를 다시 바닥으로 처박는 수준의 조정이 들어온 거임.

실제로 성능이 바닥으로 간건아니고 이제 평범한 중위권 타대캐릭인데 기공유저들이 가지는 박탈감은? 한줌단이라서 의미도 없나?


그리고 이번 너프에서 제일 어이없는 부분이 하나 더 있음.

구조개선하면서 2싸, 3싸, 즉발, 홀딩, 군림보, 천공참 등 선택지를 이것저것 만들어 놓고는 마치 유저가 취향과 상황에 맞게 다양한 트리를 연구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음. 별코어17포 혼포 딜증량이 이거맞나? 싶을때도 선택지 준줄알았지 ㅋㅋ 천공참이 여전히 약한거도 당연히 군림보, 천공참 같이 먹어보세요 한줄 알았음. 구조개선 폭력적으로 들어와서 이런거까지 배려해준줄 알았잖아 ㅋㅋ


실제로 기조쿠들 각자 손에 맞는 세팅을 찾으려고 수련장에서 계속 굴려 보고, 실전 데이터를 비교하면서 여러 트리를 개발했음. 2싸를 쓰는 사람도 있었고 3싸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었고, 즉발과 홀딩 사이에서도 취향이 갈렸음. 군림보와 천공참 역시 단순히 누가 정답이라고 정해 준 게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장단점을 비교하며 선택한 결과였음.

그런데 밸런스 패치 방향을 보면 결국 개발진이 원한 건 다양성이 아니었던 것 같음.


“우리가 만든 222 역천, 그중에서도 2싸 홀딩이 정답이니까 그냥 이거 써. 감히 우리가 만든 예술작품을 거부해?”

딱 이 느낌임.

겉으로는 여러 선택지를 열어 준 것처럼 해 놓고, 그리고 유저들이 그 트리를 쓰지 않고 다른 조합을 연구하거나 조금이라도 예상과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면, 해당 선택지를 살려 주는 게 아니라 전부 같이 죽여 버림.

2싸와 3싸가 경쟁하도록 만들 생각도 없고, 즉발과 홀딩이 각각 상황에 따라 선택될 수 있게 조정할 생각도 없음. 군림보와 천공참 역시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선택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결국 개발진이 밀어주는 한 가지 조합에 나머지를 억지로 맞추는 식임.

이럴 거면 애초에 선택지는 왜 만든 건지 모르겠음.

유저 입장에서 트리 연구라는 건 단순히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님. 캐릭터 구조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운용법을 찾고, 콘텐츠와 파티 조합에 따라 스킬과 사이클을 조정하는 과정임. 그런데 개발진은 그런 연구 결과를 존중하기는커녕, 자기들이 의도한 정답과 다르면 실패한 설계 취급하고 쳐내 버림.

결국 구조개선이라는 것도 선택지를 늘려 준 게 아니라, 개발진이 만든 ‘예술작품’을 유저들에게 강제로 먹이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처럼 보임.

“우리가 이렇게 멋진 222 역천을 만들었는데 감히 다른 트리를 써?”

“감히 3싸를 연구해?”

“감히 즉발을 써?”

“감히 우리가 정해 준 2싸 홀딩을 거부해?”

이런 식으로 보일 정도임.

정말 다양한 트리를 의도했다면 각 트리의 장단점을 살리면서 격차를 좁혔어야 함. 2싸는 안정성과 압축된 사이클, 3싸는 조건부 고점, 즉발은 실전 편의성과 기동성, 홀딩은 적중 시 높은 보상처럼 각각의 역할을 만들어 줬어야 맞음.

연구는 유저가 했는데 결론은 개발진이 정함.

그리고 그 결론에 따르지 않은 트리는 전부 죽임.


이러니까 결국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음.



기공사가 그냥 만만한 거임.

극특 세맥 때도 비슷했음. 권점만세때 어땠음? 여론 밸런스로 불타니까 걍 기공만 죽였잖아. 그러니까 사람들 여론어땠음? '아 기공사가 천외천이였구나? 권점만세중에서 역시 전재학이야 밸런스 잘잡네' 


이번에도 똑같음 차술만 단독으로 강하게 너프하면 신캐인데 이미 유저들 매몰 존나 당해서 여론 개*박을거아니까여론상 같이 묶기 쉬운 기공까지 끌고 들어와서 “너희도 차술급이였잖아”라는 명분으로 같이 박살 낸 것처럼 보임.


물론 역천도 강했으니 너프 대상이 될 수는 있음. 근데 이번 밸런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중 가장 만만한 직업이 기공사였던거임 늘 그래왔던거처럼


특히 더 어이없는 건 구조개선의 의미를 개발진 스스로 부정해 버렸다는 점임.

구조는 쉬워졌지만 성능은 평범한 캐릭터가 되는 거임. 그렇다고 예전처럼 어려운 구조를 감수한 대가로 고점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구조개선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잠깐 강해졌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가장 먼저 목이 날아간 캐릭터만 남는 거지.


기공이 강했던 건 인정함. 쉬웠던 것도 인정하고, 너프가 필요했다는 것도 인정함.

하지만 강했던 직업을 적정선으로 조정하는 것과, 여론이 불타니까 본보기로 한 번에 죽여 버리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임. 다른 최상위 직업들에는 몇 개월씩 단계적인 조정과 적응 기간을 주면서, 기공사에는 왜 항상 이런 식의 과격한 조정만 들어오는지 모르겠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고, 기공사는 항상 이런 식이었음.

강할 때는 구조개선 최대 수혜자라며 온갖 욕을 다 먹고, 정작 너프할 때는 다른 장기 집권 직업들처럼 조심스럽게 조정해 주지도 않음. 잠깐 위에 올라왔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부터 찍어 눌러 버림.


그래서 이번 패치는 기공이 너프당한 게 억울하다기보다, 또다시 기공사가 가장 손쉽게 두들겨 패도 되는 직업으로 취급됐다는 게 불쌍하고 짜증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