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를 1인 플레이게임이 아닌 멀티게임으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회사 입장에서 만든 이유는 제쳐 두고, 우리에게 있어서 전자보다 나은 점, 다시 말해 여러 유저가 동시에 접속해서 플레이한다는 것의 의의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봐야 할 것입니다.

 

일단 멀티플레이, 그러니까 내가 아닌 다른 유저가 없으면 플레이가 불가능한 컨텐츠는 경쟁플레이를 하는 대난투(pvp), 안개바다의 유령선, 몬스터카니발, 그리고 협력 컨텐츠인 파티퀘스트들일 될 것입니다.

또 반드시 멀티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권장 사항이기도 한 컨텐츠들을 들어보자면 파티 필드사냥, 보스레이드, 아스완해방전 등이 있겠죠.

 

그런데, 이런 '파티' 플레이를 해야 하는 컨텐츠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줄어들었고, 남아 있어도 그 의미를 잃어버렸거나 변질된 부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자쿰 1인 플레이가 생기기 전 사진이다.

 

 

아스완 점령전 하드모드. 3 인 플레이로 결국 성공했다.

 


파티퀘스트

 

 

파티퀘스트가 무엇일까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를 여러 유저가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난관을 해결했을 때 얻는 성취감, 혼자 사냥했을 때보다 더 큰 보상 기타 등등이 돌아왔다면, 지금은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현재 파티퀘스트 어려워서 못 깨는 경우가 있나요? 없습니다. 심지어는 4명이서 하는거 2명이 강제종료해도 남은 2명으로 깰 수 있어요.
그리고 한 5 번 이상 파티퀘스트를 해본 사람에게 특별한 다른 조건이 없다면, 파티퀘스트 실패확률은 거의 0% 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좋지 않느냐, 라고 할 수 있는데, 100% 주문서 성공한게 의미가 있나요? 주문서 자체는 의미가 있는지 몰라도 성공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경험치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플을 상당히 해온 유저로서 말하건데, 경험치, 레벨은 결코 최종적인 목적이 될 수 없거든요.

 


경쟁컨텐츠


경쟁컨텐츠는 어떨까요? 예전에 전형적인 경쟁컨텐츠로써 몬스터 카니발과 유령선장이 있었겠죠. 길드대항전도 있었고요. 여기서 작파도 일부 있기는 했지만요. 아무튼 예전에는, 경쟁컨텐츠를 플레이한 경험, 여러 가지 돌발상황에서의 판단능력, 또 일부는 노력해서 얻은 아이템이 승부를 좌우했죠.
그런데 이런 경쟁컨텐츠도 대난투 출시를 기점으로 180 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대난투 1 이 인기를 잃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인데, 극심한 직업간 격차, 또 2D 에서 pvp 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말도 많았는데, 여기에 대난투 공격력 등 아이템 격차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한번 썼지만, 대난투 2 에서는 시작하기 전부터 승자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스텟창의 공격력, 캐시를 투자한 정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모두 비례한다고요.

제가 몬스터카니발 1 이 삭제되기 직전에 들어가서 한번 플레이한 적이 있어요. 예전 기억이나 되살릴까 하고 생각하고요. 그때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CP 모아서 공격무효화 거니까 같은 팀이 짜증을 냅니다. 경험치 얻어야 하는데 저 때문에 망했다고.
메이플스토리의 구조가 바뀌면서, 보기에는 가만히 놔둔 겉 같은 컨텐츠들마저 변질되고 말았어요.

 


options

 

예전에는 사냥터에서 혼자 사냥할 수도 있었지만 파티사냥 했을때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냥존에서 반드시 파티사냥을 할 필요는 없었죠. 그냥 솔플해도 되었었어요. 그때는 몬스터를 스킬 공격 한방으로 잡을 수가 없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필드 내에서 한 명이 잡을 수 있는 몹 수의 한계가 있었어요.
그런데 잠재능력을 내고, 빅뱅 후에 스킬구조를 바꿈으로서 이런 사냥터들을 완전히 없애고, 대신에 몬스터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체력은 엄청나게 높은 성벽, 몬스터파크 같은 컨텐츠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보스레이드는 모든 게임에서 무조건 파티 플레이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가 스텟공격력만 높다면 얼마든지 솔플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죠. 결과적으로 스공 낮은 유저들은 짤려나가는 거죠.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점, 즉 이 게임이 'MMO'RPG 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도 메울 수 없는 유저 간의 격차입니다. 결국은 궁극적으로 수익, 돈 때문이죠.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 멀티컨텐츠는 대부분 없어지거나, 능력, 경험이 아닌 돈과 인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플레이할 때 그때마다의 재미요소들이 많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모든 나라에서 온라인 게임, 멀티 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 게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멀티게임과 솔로게임의 플레이조건이 거의 모두 같다면, 유저 입장에서는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손해입니다. 다중 접속 자체가 렉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해도, 채팅창만 봐도 짜증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충분히 있거든요. 완벽하게 스토리 위주의 게임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고요.


제대로 된 멀티게임에서는 PVP 든 PVE 든, 유저의 컨트롤 능력, 지나서 게임할때마다의 미묘한 배경 조건 차이가 승부를 좌우하는데, 다른 유저가 나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적당히 짜여진 프로그램이 하는 역할이 같다면, 멀티의 의미는 완전히 없어집니다.

즉, 멀티게임으로 만드는 것과 1인 플레이 게임을 놓고 봤을 때, 플레이조건이 거의 같다면 둘의 차이점은 그냥 오프라인에서의 친구하고 같이 접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정도지 게임 자체로의 가치는 가지지 못합니다.
초기 메이플스토리는 이 멀티플레이의 역할을 주로 '협력 플레이' 에 뒀고, 시간이 지나 패치를 하면서 경쟁 플레이라는 요소도 여러 가지가 추가되었지만, 현재 메이플스토리는 두 속성을 모두 잃고 만 것입니다.


멀티 플레이의 궁극적인 의의는 유저 간의 상호작용이고 소통인데... 지금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유저간의 수평적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수직적인 작용만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내가 즐기기 위해서 게임 내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이유가, 모순된 현실에서 벗어나 현실과는 다른 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존재하는,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서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게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