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의지에 의해 탄생한 영감들은 의지의 노예로서 고대신을 막으라는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다만 계산식을 구성하듯 강한 에너지와 유기물의 결합을 통해 생명체를 그릇이라 칭하고

고대신의 힘이 담긴 기물에 손을 댐으로써 오염된 이후부터 그들은 노예가 아닌 죄인이 되었을 뿐이죠.


대적자는 세계에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를 제거하는, 컴퓨터의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백신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데

바이러스인 고대신이 모두 잠들었음에도 계속해서 대적자를 만드려 했던 카링과

그런 카링이 만들어낸 괴이한 존재들은 사흉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바이러스가 되었을 뿐입니다.


앵글러 컴퍼니의 라하는 "네가 뭐가 그렇게 특별한데"라고 소리치며 대적자를 죽이려 합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아버지 알터의 명령에 자신의 심장을 내어준 라하는 대적자가 그냐와 다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명령 한마디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어줄 노예이지만

대적자는 에스페라에서 자신의 과거(카오)를 통해 힘이 없으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대적자의 운명, 검은 마법사를 무찌른다는 그것에 복종하는 노예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고통받던 타나를 살림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역설적으로 그 선택을 세계의 끝에서 검은 마법사를 이기는 선택으로 비틀었습니다.


인간은 선택하고 노예는 복종한다.


태초의 의지의 노예였던 영감들은 노예로서 행위하던 중 오염되었고, 고대신들이 잠듦으로서 그들의 운명은 끝났지만

모종의 이유로 죽지 않고 선계에 스스로를 유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아가 남아있었기에 신의 창에 모든 힘을 빼았기고도 살아남았던 혼돈처럼

자아를 부여받은 채 노예와 인간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디움의 순찰자들을 남긴 채로 말입니다.


오디움이 노예로서 부여받은 명령에 대한 충성심을 의미하는 고대신에 대한 증오를 의미하는 것인지,

노예로서 부여받은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것을 넘어 신의 대리인을 만들고자 했고, 나아가 세계에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 제거라는 명령을 부여받은 그들이 역설적으로 세계에 혼란을 끼치는 존재가 되버린 것에 대한 자기혐오인지는

선계의 영감들만이 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