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전 글에서 데몬과 검은마법사에 대한 여러 상징에 대해 조명하고, 이들의 추구한 신의 도시가 "현재의 세계에 이상세계(이데아)를 온전히 투영하고자 한 것" <-> "현재 세계를 부수고 새로운 이상세계를 창조하는 것"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데미안이 가지는 상징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5. 데미안: 정복자와 구도자로서의 양면성, 끝내는 깨달은자로.

데미안은 가족을 향한 애정과 자신의 폭주로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 강한 형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 동족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혼혈마족들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위업을 세워 형을 뛰어넘겠다는 야망 등. 여러가지 양면적 특성을 가진 인물이다. 이는 크게 정복자적 특성과 구도자적 특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데몬과 데미안은 크로노스를 몰아낸 제우스의 모습이 간접적으로 보여지며, 이들을 직접적으로 투영하는 신화적 동물은 각각 요르문간드와 펜리르를 상징한다.

이렇듯 데미안을 상징하는 펜리르는 "억압과 투쟁"으로 대표되는 정복자적 특성을 의미한다.


글레이프니르에 묶이는 담보로 서약의 신 티르의 오른손을 입에 넣은 펜리르.

 펜리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요르문간드의 형제로써 오딘을 죽인다는 예언의 존재이다. 신들은 이를 크게 두려워하여 난쟁이들이 만든 밧줄로 펜리르를 묶은 후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칼을 박아넣는다. 이 과정에서 펜리르를 묶을 수 있도록 안심시키기 위해 "전쟁과 서약의 신" 티르가 펜리르의 입 속에 오른손을 집어넣고 펜리르를 묶는데 성공하자 분노한 펜리르에 의해 오른손이 잘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신들에게 원한을 품게된 펜리르는 결국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서 풀려나 오딘을 삼켜 죽이게 된다.

이처럼 펜리르는 억압과 투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데미안(헤르만 헤세) 




펜리르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오딘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억압받았듯, 데미안도 약한 혼혈이라는 이유로 인간과 순혈마족들에게 억압받았다. 결국 데미안은 검은마법사의 군단장이 되어 투쟁하게 된다.




또한 데미안은 펜리르나 군단장으로 대표되는 정복자적 특성과 별개로, 혼혈마족의 구도자라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데미안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은유를 읽어낼 수 있다.

고귀한 신분(귀족출신)이지만 핍박받는 동족(혼혈마족)들의 현실을 알게되고, 이들을 새로운 땅(메이플월드)으로 이끄는 구도자로서 성장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지 않은가?

고귀한 신분(이집트 왕가에 입양)이지만 핍박받는 동족(히브리 민족)들의 현실을 알게되고, 이들을 새로운 땅(가나안)으로 이끄는 구도자로서 성장한다.



바로 모세다. 

이렇듯 히어로즈 오브 메이플은 데미안의 양면성인 정복자(=군단장, 펜리르)와 구도자(=모세)로서의 모습을 계속 묘사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을 향해갈수록 데미안은 이러한 특성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된다.




어머니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형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형을 뛰어넘고싶다는 야망을 이룰 수 있는 강한 힘을 떨쳐버리게 된다.

가지고 있는 모든 특성(정복자, 구도자)을 떨쳐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형의 죄책감을 덜어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희생을 선택하게된다.

데미안은 여러 고행을 거쳐 세계수에 도달하고나서야 자신이 가진 모든 번뇌를 덜어낸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보리수 나무에서 해탈한 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을 것 이다.



석가모니(부처)이다.

데미안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전 글에서 데몬이 상징하는 한 인물을 돌아보자.



예수이다.

히어로즈 오브 메이플의 클라이막스인 마족들의 원혼은. 예수와 부처를 유혹하는 존재인 셈이다.



즉 마족의 원혼은 광야에서 예수를 유혹한 사탄, 보리수 나무아래서 석가의 해탈을 방해한 마라 파피야스를 상징한다.







우리는 이제 데몬을 상징하는 인물(=제우스, 헤라클레스, 예수), 데미안을 상징하는 인물(=제우스, 모세, 부처)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들과 관련된 모든 인물은 단 한 사람을 가리킨다.




제우스와 같이 아버지를 몰아낸 패륜을 저지른 인물.

예수와 같이 사도를 거느린 인물.

모세의 형 애런의 이름을 가명으로 쓴 인물.

부처처럼 미숙한 생명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인물.























제른 다르모어이다.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