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라는 키워드가 저에게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글입니다.

심성이 뒤틀린 사람이 쓴 글이니 '그정돈가?' 싶으시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뇌피셜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재미로만 보세요.






















그란디스를 빛으로 밝힐 단 하나의 구원자, 바로 그대이기를.

없던 메뽕이 생기는 캐치프레이즈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심성이 뒤틀린건지, 평소에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을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저는 대적자라는 존재, 플레이어가 '구원자'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는 존재인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란디스를 빛으로 밝힐 구원자 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어느정도 스토리를 보셨다면 알겠지만 '그란디스'는 제른다르모어 휘하의 하이레프 무리가 점령하고 있는 그란디스를 말하는 것이고

'빛으로 밝힐' 이라는 말은 하이레프가 그란디스 전역에서 벌이고 있는 혼란을 어둠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을 빛으로 밝힌다는 것은 그 혼란을 잠재운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구원자?


제 생각에 '구원자'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악에 맞서면서 절대적 선의 위치에 있고 그 행위에 정당성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구원자라는 타이틀은 대적자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게 느껴집니다.




하이레프가 절대적 악인 존재일까요?

저는 그렇게만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약육강식이 옳고, 힘 세면 남 괴롭혀도 되고,

사기는 속은 사람이 잘못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란디스라는 세계는 사실상 외계인들이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



여러분들이 아프리카의 야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사자가 사슴을 쫓고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슴이 불쌍하다고야 느낄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슴을 괴롭히는 사자를 죽여야지' 하고 수렵총 챙겨서 아프리카로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사자를 쏴죽이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혹은 강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을 상대로 주먹을 날리는 UFC 경기를 보면서
'폭력은 나쁜거야'라고 외치며 경기장에 난입하지도 않을테구요.


하물며 그란디스는 메이플 월드의 생명체와는 생김새가 다른 존재들이고
그들이 믿는 것은 약육강식이라는 점에서 메이플 월드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서 약육강식이 옳은 것이냐? 그건 또 다른 얘기입니다.

마력 날개가 있으면 신성한 존재, 없으면 하찮은 존재가 되는 사회
타고난 마력이 강하면 우월한 존재, 약하면 열등한 존재가 되는 사회
힘이 세면 지배해도 되는 존재, 힘이 약하면 피지배당해도 싼 존재가 되는 사회



여기에 쇼케이스에서 나왔단 칼리 영상의 말처럼

계급이 존재하는데 강한 마력을 갖고 있어도 낮은 계급이면 그 마력을 부정당하는 이중적인 사회. 라면은

그 사회는 기존의 가치관이 어떠하였든 간에 제3자인 메이플월드가 보면 그 사회는 부정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적자가 그런 사회의 구성원인 하이레프를 말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너희가 그러는 것은 옳지 않다.' '너희들은 그러면 안된다.' 이런 식으로요.


하이레프의 구성원을 보겠습니다.

그들의 왕, 누구입니까?



무려 초월자인 제른 다르모어입니다.

메이플 월드 출신 사람들이 "너희들은 지금 악행을 하고 있고 어쩌고저쩌고" 이런다고 그게 받아들여질까요?

그들의 왕이 초월자인데?


하이레프의 구성원들이 오버시어의 존재까지 알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왕,

신왕 제른 다르모어가 초월자라는 점에서 그들을 말로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것입니다.




하이레프의 모티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과 하이레프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른 다르모어가 초월자가 아닌데 초월자 행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른 다르모어가 최면 마법에 능해서 하이레프들이 자신을 초월자라고 믿게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초월자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너희는 나쁜 놈들이고 너희가 하는 건 나쁜거야." 

"우리 대장은 신의 대리인인데?"

설득해나갈 수 있을까요?


인종에 인위적으로 등급을 매겨서 유태인을 가두고 수용하고 학살한 나치와는 달리

하이레프는 그들의 수장과 마찬가지로 그냥 다른 생명체들에 비해 강합니다.

심지어 날개도 갖고 있죠. 보기도 심플하고 명백합니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날개가 달려있고, 이 날개는 우리의 힘이 강할수록 크다.'


당신이 하이레프라면,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당신에게만 달려 있는 날개로부터

어떠한 종류이든지를 막론하고 뭔가 사명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칼리의 이야기를 통해 하이레프 내부의 모순적 구조가 드러날것으로 보이지만

하이레프의 구성원인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른다면 의외로, 아주 쉽게

여러분은 스스로를 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다른 생명을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여길지도 모릅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하며 악의 평범성 이라는 단어를 설명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행이 될 수 있다.


나치 휘하에서 유대인들을 태울 열차를 고안해내고 그들을 가스실로 내몬 아돌프 아이히만과 하이레프의 구성원들은 유사하면서도 다릅니다.

다른 종족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지배하려하는 점에서는 동일할지는 모르나

신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하이레프의 신왕은 신의 대리인인 초월자이고,

그들 하이레프는 분명히, 힘이라는 척도에서 볼때 우위에 있는 존재니까요.

하이레프를 말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도 드실겁니다.

"아니 굳이 뭐 말로만 해결해야 하나요? 걍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되나요?"

힘으로 제압하고 나쁜 하이레프 놈들 잡아족치는거? 그래도 된다고 봅니다. 문제해결은 되니까요.

그런데 그러면 하이레프와 대적자가 뭐가 다른가요?


하이레프가 자기들 힘 세다고 다른 종족을 힘으로 부수고 지배하는 거나
그런 하이레프는 나쁜 놈들이라고 규정하고 힘으로 부수고 제압하는 거나 차이가 있을까요?

힘만으로 하이레프를 밀어붙였다고 했을때, 그건 하이레프가 악이고 대적자가 선이어서 이긴걸까요?
아니면 그냥 하이레프가 대적자에 비해서 약해서 일까요? 결국 누가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심지어 제른 다르모어보다 대적자가 강한가? 그건 또다른 이야기입니다.



대적자는 봉인석을 품긴 했으나 그 봉인석은 제른 다르모어에 의해 파괴되었고

제른 다르모어는 생명의 초월자임과 동시에 시간의 초월자의 권능을 부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Rise에서 말하는 '그 빛'이 오디움에서 품은 신의 창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신은 믿을만한가요?



그란디스에서 제른 다르모어가 하이레프를 이끌고 다른 종족을 지배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 신 아닌가요?



하얀 마법사가 생명체들을 영원한 빛으로 가득찬 신의 도시로 이끄는 것을 거부한 신 아닌가요?



아이오나로 하여금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일곱 종족을 멸종시킨 신 아닌가요?

그 신. 믿을만한가요?



정말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에이 제른 다르모어도 초월자고 그 힘 덕분에 하이레프들이 생명체들이 다른 생명체들 억압하는 거잖아.

이에는 이고, 눈에는 눈이지."




신학자 애런으로서 제른 다르모어가 말했듯이 신만이 신을 상대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또다른 딜레마를 낳을 뿐입니다.



하보크가 자기가 뺑이 칠 동안 세르니움 내부에서 꿀빠는 상사가 미워서였든 

그냥 도서관 외벽이 하보크의 공격에 약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도서관에 화재가 난 이상 연합이 도서관에 있는 고대신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애런이
시간의 초월자의 권능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애런은 도서관에 혹시라도 사람이 있는지 수색하던 병사와 마주쳤고, 애런은 연합에게 고대신에 관한 정보가 담겨진 책을 살리기 위해 초월자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이중생활을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죠.

제른 다르모어가 계속 시간의 초월자의 힘을 사용했더라면 이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른 다르모어의 초월자 라는 타이틀이 그의 모티브였던 예수가 그러하였듯이

그저 타이틀에 불과하며 그가 적을 이긴 방식이 초월적인 힘에 의지해서가 아닌 자신에게, 혹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힘으로 행한 것이라면 '신만이 신을 행한다' 라는 방식은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 못 풀겠으니까 책 뒷편에 있는 답지 보듯이 그냥 "아 상대는 초월자니까 그냥 신의 창 쓸래" 이런 꼴입니다.


적어도 "구원자"에 맞는 방식은 아닐겁니다.






 

이렇게 보니 주어진 상황이 참 복잡합니다.

상대는 분명히 나쁜 놈들이 맞는데, 그 나쁜 놈들 수장은 이 세계를 창조한 신의 대리인입니다. 
얘들이 정말 나쁜 놈들이었다면 그걸 지켜보는 신이 수를 썼으면 썼지 악신이 아닌이상 방관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검은 마법사때처럼 하이레프 안 막는다고 세계가 멸망하고 리셋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봉인석을 쓰면 연합이 하이레프를 이길 수 있는가? 이 역시 장담하기 힘듭니다.

다수의 염원을 모아 검은 마법사를 무찔렀던 시절과는 달리 세르니움에서는 스피사, 네로타, 미트라와 신성검 아소르 등 여러 존재를 각자의 사람들이 믿으며 염원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자 대적자는 방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수의 염원을 모은다 하더라도 하얀 마법사가 그랬듯이 오버시어가 제른 다르모어를 아예 제거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우린 그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을겁니다.

봉인석, 신의 창을 만든 신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가? 신은 생명체가 영원한 빛에 도달하는 것을 거부했고
어떠한 설명이나 배려 없이 초월자로 하여금 일곱 종족을 멸종시키게 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히어로가 나오는 영화 예고편만 봐도 히어로가 살며 악당의 사악한 계획은 실패하며 영화가 끝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재난 영화 예고편만 봐도 어찌저찌하든 간에 왠만하면 주인공이나 그 무리는 살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자여
그 빛이 다시 떠오르는 날
깨어나리라
새로운 세계, 새로운 힘
새로운 운명 앞에
다시 한번 타오르기를

그란디스를 빛으로 밝힐
단 하나의 구원자!
바로, 그대이기를...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든 안하는 사람이든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대충 결말이 유추가 됩니다.

"어찌저찌해서 나쁜 놈들 물리치고 사람들 구원하고 끝!"




하지만 스토리를 되돌아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구원자로서의 길이 장미빛이라기 보다는 고난과 역경이 있는 가시밭길 일지도 모르고

모두가 구원자를 찬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이레프에게 있어서 구원자는 갑자기 나타나서 너희들은 옳지 않고 우리들이 옳다라고 외치는 외계인일 것이니까요.



그 앞길이 장미빛이든 가시밭길이든, 그 길을 견디는 존재.

악에는 악으로 대항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선을 지향하는 존재.


우리는 그런 존재가 됨으로서 구원자라 불리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