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글들을 통해, 각 인물들의 상징들을 충분히 인지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글은 아케인 리버를 관통하는 주제인 깨달음과 지역을 지날수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각 인물들의 사상과 상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7. 소멸의 여로, 리버스 시티
: 카오의 희생과 검은마법사의 출사표 vs 제른 다르모어가 제시하는 뒤집힌 관점


"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세계 중 가장 성공에 가까웠으니까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군요. 하지만··· 아직 한번의 기회가 남아 있으니 괜찮습니다. 당신을 과거로 돌려보내드리죠."- 검은마법사

"내 이름은 T-boy. 뭐랄까... 여기 리버스 시티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지. 뭐, 언제나 관점의 차이는 있는 법이니까. 가장 위험한 녀석이라고 소개한다면 아무도 토달지 않겠지만 말야." - T-boy

 소멸의 여로는 검은마법사의 출사표와도 같다. 타나로 인해 생긴 아르마를 용납함으로써 한 번의 실패를 겪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마지막 안배로써 검은마법사는 카오를 선택했다. 계획대로 카오는 희생하였고, 창세의 첫 단추는 완벽히 끼워졌다.

 검은마법사의 출사표에 제른 다르모어는 제시한다. 그것은 관점의 차이라고. 검은마법사의 창세의 길은 성공을 가리키지만, 제른 다르모어의 하이레프 경전은 실패를 가리킨다.


8. 얌얌 아일랜드: 제른다르모어의 개량에서 태어난 실패작, 데미안을 통해 깨달음 얻다.

 제른 다르모어 측은 멈추지 않는다. 메이플 월드의 생명체들을 입맛대로 섞어가며 성공작을 추구한다.
단추의 주인인 카링에게는 모두 실패작에 불과할 뿐이다. 단추를 통해 태양을 찾던 카스터는 이 사실에 분노한다.


 리옹(=데미안)은 단추를 부수고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통제도 개량도 필요치 않다. 마침내 카스터는 리옹의 망토에서 태양을 찾는다. 카링이 규정한 실패작이었던 카스터는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했다. 미숙한 생명의 몸부림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적자는 깨닫지 못했다. 카스터를 쫒다 도달한 두 갈래 길에서 부자연스럽게 왼쪽 길 만을 고집하지만, 스스로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 결국 대적자도 단추에 묶여있던 때의 카스터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9. 꿈의 도시 레헬른: 본질을 가리는 허상. 외면하는 검은마법사

 루시드가 구현한 꿈의 도시 레헬른. 영원히 지속되는 축제의 도시에는 노래와 춤, 음식 등의 물질적 가치가 끊이지 않는다. 검은마법사가 추구하는 신의 도시는 이런 것이 아니다.

 루시드는 데몬처럼 본질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무의식 속 헛점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루시드는 검은마법사의 이상을 인지하지 못한다. 때문에 검은마법사는 루시드를 철저히 외면한다. 아무런 답도 주지 않고 창세를 향해 걸어갈 뿐이다. 

 루시드는 데미안처럼 깨닫지 못한다.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찾을 뿐이다. 결국 루시드는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채 악몽속에 갇힌다. 결국 루시드를 구원해준 것은 메르세데스였다.

 이렇듯 루시드는 제른 다르모어가 말하는 미숙한 생명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채 보이는 몸부림은 검은마법사에게 무의미할 뿐이다.


10. 기억의 늪 모라스: 분수를 깨닫지 못한 아카이럼, 최후를 맞이하다.

모라스는 타나의 과거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대적자가 타나를 죽이지 않는 선택을 한 이유 중 하나가 타나의 과거를 보고 이에 대해 동정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매우 중요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라스에서 조명받는 이는 한 명 더 있다. 아카이럼이다.

아카이럼은 데몬처럼 본질을 바라보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기에 타나의 정체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타나에 손에 처단당한다.

아카이럼은 데미안처럼 스스로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다. 검은마법사의 계획을 깨달았다면 마지막 동아줄로 모라스에 구현된 과거의 검은마법사에게 찾아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카이럼은 검은마법사의 창세의 길에서 배제되어 검은마법사의 손에 직접 숙청당한다.
아카이럼은 데몬도 데미안도 넘어서지 못한 패배자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검은마법사의 손에서 놀아난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11. 태초의 바다 에스페라: 검은마법사와 제른 다르모어의 실패, 본질을 꿰뚫는 데몬


 에스페라는 검은마법사에게도, 제른 다르모어에게도 실패를 안겨준 지역이다.
 대적자는 타나를 죽이지 않았고 검은마법사의 창세는 비틀렸다.


 제른 다르모어는 대적자를 믿지 않았기에 멜랑기오르를 통해 대적자를 도왔으며, 검은마법사가 선택한 미래에서 분기점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비했다. 대적자의 선택은 제른 다르모어도 예상치 못했다.


 데몬은 본질을 바라본다. 검은마법사는 타나를 흡수함으로써 힘을 기를 것이고, 데몬은 봉인석을 얻음으로써 과거와는 달라졌다. 나 역시 다를 것이라는 데몬의 말을, 우리는 수년 후 테네브리스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검은마법사도, 제른 다르모어도 실패했으나 데몬의 통찰력은 건재했다.


12. 문브릿지, 고통의 미궁: 여러 번 강조되는 깨달음, 깨닫지 못하는 대적자


 아케인 리버의 전체 주제인 깨달음은 테네브리스에서 정점을 찍는다.

 문브릿지는 검은마법사의 충고이다. 대적자 일행을 안개로 감싸고 미지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다. 검은마법사는 자신의 사념인 더스크를 통해 직접적으로 깨달음을 언급하기도 한다. 메인스토리에서 이데아가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하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고통의 미궁은 제른 다르모어의 충고이다. 이번에도 여전히 검은마법사는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이에 제른 다르모어는 멜랑기오르를 통해 깨달음의 중요성을 충고한다. 

하지만 대적자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의 충고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이다.


13. 리멘: 비틀린 운명의 결말,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대적자.

리멘에 도달하고 나서는 대적자의 깨달음을 촉구하는 말들이 절정에 달한다.



"대적자여,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남은 것은 검은 마법사뿐.
이 싸움의 끝은 그대에게 달려있다." - 구와르.

데몬의 사상과 일치했던 구와르는 검은마법사 타도를 위해 조력을 아끼지 않는다. 대적자의 힘을 끌어내도록 대적자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끔 충고한다. 대적자는 힘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르카의 도움을 통해서야 비로소 미궁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나는 보았다. 균형이란 이름의 사슬과, 그에 속박된 세계를.
나는 보았다. 나태한 신과, 존재 의미를 잃은 인류를.
오라, 대적자여. 운명을 완성할 때다."- 검은마법사.

 검은마법사는 자신이 운명을 조작했음을 고백하며 대적자가 깨달음을 얻어 봉인석의 힘을 다룰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대적자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대적자는 이번에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타나의 충고를 듣고 나서야 봉인석의 힘을 이끌어 내었을 뿐이다.





제른 다르모어는 이러한 대적자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제른 다르모어의 눈에 대적자는 여전히 무의미한 몸부림을 반복하는 미숙한 생명일 뿐이다. 

"찾아라... 씨앗도, 아이오나도 모두 그곳에 있을지니..."-제른 다르모어.
 
제른 다르모어는 이러한 대적자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검은마법사가 남긴 창세의 알과 타나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이다.


 이렇든 아케인 리버에서 데몬, 검은마법사, 데미안, 제른 다르모어라는 캐릭터들이 모두 깨달음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대적자는 한번도 데미안처럼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 

제른 다르모어의 눈에 대적자는 여전히 무의미한 몸부림을 반복하는 미숙한 생명일 뿐이다. 마지막은 보더리스와 세르니움이다.

 다음 글에서는 검은마법사의 마지막 안배인 보더리스에 대한 이야기와,세르니움에서의 제른 다르모어의 행적들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 작성하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