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죽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였던

내가 믿음과 신뢰를 보냈던 형에게.

 

칼이 나의 가슴을 관통했고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털썩-

무릎이 바닥에 꿇려졌고

아픔과 함께 눈을 희미하게 떴을 때에는

형이 어렴풋이나마 보였다.

 

'나를 그렇게나 죽이려던 형인데...

왜 그렇게나 슬퍼하는 표정이지?'

 

일그러지는 형의 얼굴

 

'...좀 웃어봐'

 

의식은 희미해져갔고 나의 눈은 쿵 소리와 함께 감겼다.

 

"이건 아니야..."

 

의미를 모를 절망이 담긴 형의 목소리와 함께

나의 눈은 감겼다.

 

그리고 그 목소리 덕분에 형과 함께 했던 시간들 떠올랐다.

 

어릴 때 같이 먹던 과자의맛

같이 갔던 축제. 불꽃놀이.

햇볕이 쨍쨍하던 날에 벚꽃나무 밑에서 같이 놀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녹아내렸다.

 


 

#2.

 


끝이 없다고 생각했던 긴 터널 끝에

다시는 뜰수없을것 같았던 눈을 떴다.

 

처음 눈을 떴을 때는 너무 눈이 부셔서 뜰 수가 없었다.

아니.. 부신다는 느낌보다는 무엇인가 편하지 않았다.

 

나는 초록빛 액체로 가득한 유리관안에

그것도 정상인 몸이 아닌체라는것을 순식간에 직감할 수 있었다.

 

 

푸른빛이 가득한 벽과 바닥

청록색의 긴긴 불빛이 연구실 안임을 말했다.

그리고 눈앞에는 한 여인이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흰색가운에 진한 파란색으로 된 줄로 된 id카드를

목에 메고 머리는 단정하게 묶었다.

검정색 적당히 타이트해 보이는 바지는 그녀의 몸매를 돋보였다.

한눈에 봐도 엘리트인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안녕하세요 겐지씨"

 

 

나는 대답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살짝 웃어 보이는 그녀

 

 

"대답은 여기 스크린에 다 나오고 있어요."

 

검정색의 긴 줄이 유리관, 컴퓨터 그리고 스크린에 연결되어

작동을 하는듯했다.

 

[*.$]

 

초록색 글자로 벽에 걸린 검정색 스크린에 나의 생각이 적히는듯했다.

 

 

"제가 개발 중인 프로그램인데...겐지씨하고는 잘 맞는듯하네요."

 

그녀는 오른손으로 엄지로 턱에 손을 대며 말했다.

 

"보통 더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번역이 되거든요"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그녀.

그 웃음은 천사같이 보였다.

죽었다 살아났으니 더욱더 그랬다.

 

[&. 아직 살아있는건..?]

 

 

"네 뭐 아직은요."

 

그녀는 바닥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꼭 살려드릴게요 절 믿으세요."

 

그리고 내리깔던 눈을 올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그녀

 

믿음이라는 단어를 듣자 불현듯 형이 떠올랐지만

나를 감싸는 초록빛 액체에 형을 휩쓸려 보냈다.

 

". 그보다 체크할게 있어서 좀 불편할 수도 있어요."

 

옆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하는 그녀.

눈을 돌려 그녀의 가슴팍에 있는 용지묶음 바라보았다.

 

그녀 팔에 담긴 용지의 양만 봐도 꽤나 두꺼웠다.

그녀의 업무량은 산더미일 것이다.

 

그 생각을 하던 찰나 그녀는 용지들이 무거웠던지 

다른 곳에 옮겨놓고는 상체를 드러냈다.

 

황급히 눈을 돌렸으나 스크린에는

 

[^#..쁜 슴..]

 

다행히 일에 빠진 그녀는 보지못한듯했다.

 

조용히 난 그녀에게 몸을 맡겨야겠다. 생각했다.

그녀는 꽤나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고

불편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래서야 마치 간호사가 가벼운 주사바늘 놓기 전에

달래주는 어린이가 된 기분이었다.

 

제발 이 순간만큼은

아부 섞인 멘트만은 하지말아달라고 그렇게 비는 겐지였다.

 

 

한참을 무엇인가를 매만지는 그녀

 

지금 내모습이 어떤지 잠시 궁금했지만 그 생각은 접었다.

또 왜 나를 살리려는지. 어떻게 나를 발견했는지.

묻고싶은게 알고싶은게 산더미였지만

지금은 이대로도 좋다고... 다음에 묻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도 내가 궁금해할 것을 알겠지

그 정도의 센스는 있어 보이는..아니 나보다 어떤 생각을

위에서 하고 있을지 모르는 그녀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곧 가쁜 숨을 내쉬더니

 

"겐지씨 제가 오늘 할수있는건 다 한거같네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을 때는 친근감이 더했다.

한참을 그녀의 숨소리, 그녀가 움직이는 기계가 닿는 촉감

같은 것들이 거리를 좁혔을까?

 

 

엉클어진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한손으로는 용지에 뭔가를 적어가며

 

"것보다 지금부턴 조금 혼자 계실 텐데요.

재활 프로그램이 있어요.

가상으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뭐 그런건데

직접 해보시면 알수있으실거에요."

 

그녀는 마름모 모양의 돌출된곳을 가리켰다.

가리키는곳을 쳐다보고 응시하니

눈앞에 홀로그램이 떴다

 

[재활 프로그램]

[시작]

 

아마도 시작버튼을 응시하면 시작되는 것이겠지

 

내가 재활 프로그램을 보는 사이

그녀는 머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지 입에 머리끈을 물고는

다시 한 번 머리를 매만졌다.

 

 

나는 눈을 다시 박사에게 돌렸다.

 

 

"당분간은 이렇게 계실거같은데 바깥 구경도 하고 싶으실 거 같아

저쪽을 보시면?"

 

 

그녀는 원모양의 돌출된곳을 가리켰다.

무지갯빛이 이리저리 혼합되어 빛이나고있었다.

 

그쪽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TV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뭔가 채널을 넘긴다는 기분으로 바라보니

채널이 바뀌다가 몇 번을 넘기니

건물 내부의 여러곳 CCTV 화면이 비춰졌다.

TV채널보다는 CCTV 화면이 더 많은 채널을 차지하고 있는 것같았다.

그녀도 CCTV가 연결되있다는걸 알고있는건가?

 

 

"뭐 대충 이런 느낌으로 버텨주시면 좋겠어요"

 

그때였다.

 

 

{쉐도우 박사님. 2층 생물학 연구실로 와주시기바랍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녀는 대뜸

 

"겐지씨는 자가회복력이 정말 좋네요."

 

그녀는 꽤나 놀란듯해보였다.

커다란 눈이 동그랗게 반짝였다.

 

 

"처음 눈떴을 때랑 지금이랑 자가회복력덕에 운동능력이 엄청나게 달라졌어요."

 

고개를 살며시 위아래로 흔들더니

볼펜으로 용지를 두 번 탁탁 쳤다.

 

'단 몇 시간만에'

 

그녀는 들릴 듯 안들릴듯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하더니

이내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늘 수고했어요."

 

그러고는

그녀는 손을 겹쳐 위로 쭉 올리는 스트레칭을 했다.

 

 

[^*..]

 

 

"별 말씀을요."

 

그녀는 이내 여러 요가 동작을 내 앞에서 해댔다.

이번에는 한쪽팔을 반대로 넘기고 한쪽팔로 지탱해 누르는 자세였다.

 

그때였다.

 

[날 왜 살리려는거지?]

 

불현듯 스크린에 내 본심이 나와버린것이다.

순간 마음이 덜컹 요동쳤다.


그리고 

그녀의 요가동작이 아주 잠깐 멈췄다.

 

"겐지씨는 사람을 살리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이내 다시 그녀의 팔은 움직였다.

 

그 말을 듣자 순간

내가 날이 얼마나 그동안 서있었던건지

괜히 그녀에게 미안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은 죽기 전까지 가지고 가리라.

 

 

"전 사람을 살리는 의사에요."

 

이번에는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아래로 겹친팔을 내리면서 이야기했다.

 

 

"후우-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았음해요... 지금 회복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니까요"

 

유연한 동작으로 여러 동작을 보이던 그녀는 이내 날 똑바로 보고

 

"쉽게 생각해요 OK?"

 

[.@..K..]

 

내 대답을 보고 만족한듯

컴퓨터 위에 놓여있던 업무 용지들을 다시 챙겼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드르륵-

 

청록 빛이 길게 나는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그녀는 복도에서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

 

"제 가슴평가.. 고마워요"

 

 

자동문이 매끄럽게 닫히면서 그녀가 뒤돌아가는 모습만 살짝 보였다.

얼마나 웃음기 있는 얼굴일지 상상이 간다.

 

스크린에는 나의 마음만이 비춰졌다.

 

[...^.]





   ♥    








: 쭈-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