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엄밀히 말하면 다르겠지만, '연출'의 상위개념이라 생각하면 쉽다좋은 시나리오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감상되는 바는 천차만별그리고 스토리텔링은 같은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매체에 따라서 그 방법론이 확연히 다르다.

매체마다, 매체의 특징을 살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했을 때 시나리오는 빛난다.

 

 소설은 소설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다

추리소설의 서술트릭이라던가체호프의 총과 같은 유명한 복선과 같은 장치도 소설에서 비롯됐다고 봐야겠지일러스트가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소설은 동적 요소 없이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매체이기 때문에 수용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스토리텔링이 특히 중요하다.

어떤 매체건수용자의 배경지식이 그 매체를 받아들이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없지만

 활자만으로 이루어진 매체인 소설은 수용자의 상상력에 좌지우지되기에 특히나 수용자의 배경지식이 중요하다글로만 쓰인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한 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상상하는 이미지는 다를 것이다물론 작가는 최대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뉘앙스를 전달해야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이란 읽는 사람의 배경지식지적 허영심을 살살 긁어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오직 텍스트로만 전달되는 집필가의 생각들이 독자의 생각상상력과  부합했을 때 독자는 전율한다

초등학생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어봐야 아무 재미없을 것이고몰입도 되지 않는다하지만 머리가 좀 커지고 난 뒤에 읽으면 짜릿하다.

 

 

이타노 이치로 감독의 미사일 전투신 표현방법. '이타노 서커스'라고 불리운다

 

 애니메이션은 동적인 그림으로 이루어진 매체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이니까 영화와는 달리 시나리오로 오만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와 같은 소리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요새는 영화에서도 할 거 다한다닐 블룸캠프가 <디스트릭트9>에서 저예산으로 높은 퀼리티의 CG를 보여준 것만 해도 그렇다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건 그림으로써 가지는 표현영역의 자유가 아니라 '움직이는 그림이란 것이다시초의 애니메이션을 재현해보자두꺼운 포스트잇에 장마다 그림을 넣고 빠르게 넘기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게 애니메이션이다이건 스크린에 담는 실사가 아니다연속된 그림움직이는 그림이기에 움직이는 그림만이 표현할 수 있는 속도감질주감이런 것들은 직접 펜으로 그림으로써 표현 될 수 있는 연출이다영화에서 유명한 기법으로 몽타주가 있지만반대로 이 몽타주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몽타주의 극치이며 과감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애니메이션에서 한 컷 한 컷을 그림으로 나눈다는 의미는 영화는 영상을 찍고 편집으로 완성되지만 애니메이션은 편집을 염두 해두고 동화를 그린다애니메이션에서 애드리브는 존재하지 않는다.  

와 닿지 않는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카나다 요시노리이타노 이치로이마이시 히로유키들의 작품을 보라단박에는 아니더라도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면 '이게 애니메이션이구나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의 히트 덕에 액션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한 장르에 걸쳐서 출연한 연기파 배우이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자신감 넘치고 개구쟁이와 같은 이미지와 그에 걸맞는 미소는 어느 장르에서도 통용된다.

 

 영화를 이야기 할 때몽타주나 미장센과 같은 기법들이 자주 거론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게 아니다.

영화는 극한의 편집을 요구하는 매체이고 가이 리치와 같은 감독들은 놀라울 정도의 편집을 보여주며 최근 셜록 홈즈를 재구성한 영국드라마 셜록(영화는 아니지만)에선 주된 연출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는 등 편집은 영화의 중요한 구성요소고 많은 작품에서 심도 있게 다뤄져왔으므로 구태여 할 말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핵심은바로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점이다이것은 다른 매체에선 찾아 볼 수 없는실사로 이루어진 영화만의 특징이다같은 각본같은 편집과 연출이라 할지라도 캐릭터가 어느 배우냐에 따라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달라진다.

 배우가 영화를 떠나 대외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있기에 관람객이 캐릭터를 인지하는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배우의 이미지가 연기한 캐릭터와 맞아 떨어졌을 때캐릭터는 스크린에서 생동감을 가지고 몰입하게 해준다외계인이나 괴물 같은 캐릭터를 처리할 때 일부 CG와 병용하기도 하지만, CG만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의 범주일 것이다.

 조니 뎁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잭 스패로우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처럼 배우의 이미지에서 결정되는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큰 특징이며 감독은 어떤 배우를 자신의 영화에 기용하는가에 심혈을 기울인다.

 

세계관이 살아 숨쉬는 듯한 게임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

스카이림은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거나 퀘스트를 맞닥뜨리는 등 랜덤 인카운터 이벤트를 도입해 세계관을 보여준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사용자 경험(UX)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꼭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 아니라 할지라도각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 하며 어느 한 국면을 맞았을 때대처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시나리오상 선형적인 스토리라 할지라도 엔딩까지 다다르는 유저의 플레이에 의해 게임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매체에서 수용자의 배경지식이 감상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는 다르다게임은 플레이하는 매분매초 그 자체가 경험이자 배경지식이 되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은 유저와 유저와의 만남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조차 지니고 있으며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이고 이걸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다같은 게임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만들어낸 '게임 플레이'는 다르기 때문이다.

유명한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이나아프리카 BJ들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생각해보자.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 자체가 유저에 의한 2차 창작이 될 수 있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게임을 플레이하고 친구에게 이야기 했을 때 자신만의 공략이나 노하우를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것이다이것은 유저의 개입에 의해 인터랙티브 요소를 지니는 게임만의 특성이다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즐길 여건을 만들어 줄 뿐이다플레이는 플레이어의 몫이고플레이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의 'Crash site' 미션 끝 부분.

 

 게임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하나 더 언급하자면 바로 시스템에 의한 스토리텔링이다.

게임은 직접 플레이 하는 만큼 게임은 그래픽과 텍스트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도 구성요소로 작용한다또한 이 시스템까지도 스토리텔링에 활용할 수 있다.

 액티비전의 유명한 FPS게임인 콜오브듀티의 캠페인 도중 플레이어가 폭발에 휩쓸려 쓰러지고 쓰러진 주인공에게 적군이 몰려오는 위기상황이 등장한다이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가까스로 권총을 집게되고 직접 크로스헤어로 조준해 적을 겨누고 쏘려 한다.

그러나 권총에 총알이 없었다마우스 클릭으로 방아쇠를 당겨도 틱틱 거리며 트리거가 걸리는 효과음과 함께 '탄환 없음이라는 붉은색의 무미건조한 텍스트만 화면에 떠오를 뿐이다직후 플레이어는 반항하지 못하고 적군에게 당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영화 주인공이 같은 장면을 연출했을 때와는 감상이 사뭇 다르다

이런 사례가 있듯 게임은 인터페이스(UI)를 활용하여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도 기획자가 혈맹이나 PK등의 시스템을 넣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 시스템의 의한 스토리텔링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며..

 

잘 짜인 플롯이나 설정 같은 건 시나리오의 영역이고 어떤 매체든 좋은 스토리텔링을 위해선 좋은 시나리오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매체를 즐기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테지만제작자가 어떤 의도로 스토리텔링 했는지 한 번 구조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