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전에 무조건 마무리해볼게요!!!
괜히 시작해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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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되니?"
"6시 쯤 되요~"
사회초년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항상 바빠보였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제의에 흔쾌히 수락을 함.
이쯤되면 눈치를 안 챌 수가 없지만, 그 간의 경험이 나를 급 소심하게 만들고 있었음.
김칫국 마시지말라고.

고백을 하리라고 마음 먹은 당일.
꽃이니 선물이니 하나 없이 내가 준비한 건 용기와 진심 뿐이었음.
어쩌면 옹졸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음.
혹여나 거절당했을 때 아까워하면 어쩌나 싶어서.
가난한 대학원생이라는 핑계.
그렇게 난 내 밑바닥을 보기 시작했음.

만나기로한 곳은 그녀의 대학 모교 앞이었음.
맛집이 있다기에 거길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했음.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음.
감기에 걸린 것 같아 맛집이고 자시고 필요없다며 죽집으로 데려갔음.
거기서 뜨끈한 죽을 양껏 먹고나니 좀 나아지는 기색이 보였음.
그 때가 한 7시쯤 되었을텐데, 계획적인 그 친구가 자취방으로 귀가하는 일정한 시간을 알고 있었기에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음.
몸 상태도 걱정되고 해서 빠르게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보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학생들 시험기간이라 카페들이 만석인거임.
그나마 자리가 있는 카페들도 왜이리 불들을 밝게 켜둔건지...
그러다보니 학교 내를 걷게 됐는데 좋게 보면 식후 산책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운치있는 야경이었었지만, 내 속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기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음.
TOP가 완벽해도 고백이 성공할까 말까인데, 지금 모든 부분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었음.
그렇게 그 친구가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도래하고..나는 여전히 전전긍긍.

"오빠, 나 이제 이 횡단보도 건너면 집에 갈거에요."
"...아, 그래;"
"할 말 있으면 어서 하세요."

밤이 깊어져서 내 얼굴도 표정도 잘 안보였을텐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였던걸까.
지금 말 안 하면 이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이끌고 다시 학교 안으로 향하게끔 그 친구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왔음.
그 때 또 마침 비가 오기 시작했고, 맘이 급해진 나는 인도 위에 서서 우산을 벽으로 삼으며 이야기 했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곤 눈을 못 쳐다봤던 것 같음.
빗소리가 내 목소리를 살짝 감춰준 것 같아 조금 덜 부끄러웠던 것 같기도 함.
어쨌든 그 친구의 표정이 어떨지 어떤 대답이 나올지 상상을 못했음.
내 기억엔 가장 처음으로 내게 한 말이 이 말이었던 것 같음.

"우린 정말 멀리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외로우면 어떻게 해요?"

난 바로 내게 스스로 말하는 각오처럼 대답했었음.

"절대 외롭게 두지 않을게, 약속해."
"시간을 좀 줄 수 있어요?"
"...대신 내일까지는 꼭 대답해줘."

오래 끌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걸 알기에 칼자루를 그녀가 쥐고 있는 걸 알고 있어도
내 '짝사랑'의 마지막 기한은 이야기 해야 했음

그렇게 다시 먼길을 돌아 집으로 돌아왔지만
잠을 잘 수 있었겠는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샜음.
다음 날이 되서 이야길 해준다는 친구는 연락이 없었음.
덕분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TV만 멍하니 보고 있었음,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 것 같았음.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연락이 없었지만, 재촉하고 싶진 않았기에
스멸스멸 올라오는 불안감을 꾹꾹 누르며 인내하고 있던 찰나,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음.

"오빠, 미안해요. 늦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