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먹고 수다 떠느라 확인이 늦었네요.
이리 관심이 많으실줄은 ㄷㄷㄷ
그래서 일단 또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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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쩌다보니 여자친구들이 있었고, 나름 신나게 대학생활을 즐기다가
교수 꾐에 빠져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2년차 되었을 때임.
연구실 특성 상 매주 병원에 임상 실습을 나갈 때였는데, 환자가 없을 땐 대기실에 앉아서 쉬었음.
그 때 기억으론 딱히 휴대폰(시리우스!)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는데 카톡이 막 나왔을 때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과도 친구연결이 되고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프로필 눌러보며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그랬음.
카톡은 어느 한쪽에라도 연락처가 남아있으면 추천 친구로 뜨거나 친구가 맺어지지 않음?
내가 많은 번호를 정리했지만, 내 번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친구 목록에 떴었는데 거기에 그 친구도 있었음.
내 번호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모양. 물론 그냥 아는 사람 중에 1명 일 뿐이었겠지만.
프로필에는 어딘가 놀러가서 찍은 셀카 사진이 올라와 있었음

지금보다 보정도 많이 안됐을텐데(과연?), 여튼 그 사진 속의 여자애가 되게 예뻐보였음
기억 속의 그 여고생보다 좀 더 여인이 된듯한? 아무래도 이젠 사회인이니 더 그랬을거임.
혹은 군인과 여고생의 갭이 아닌 성인과 성인과의 갭이 고작 3년밖에 나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그 당시의 나는 좀 직진러였음. 근자감이 아주 최대치였다랄까. 이유는 모르겠음. 지금은 전혀아니지만.
아무튼 바로 카톡을 보냈음. 아무 생각없이 홀리듯이.
"OO 대리님, 안녕하신지요?"
"엇 오빠, 안녕하세요!"
거의 6년만에 처음으로 보낸 1:1 문자였는데, 반가운 분위기의 칼답이 왔음.
정말 오랜만인지라 이런저런 안부를 물어보는데, 거의 칼답이었음.
그 당시 몇번 소개팅 후에 밀당 혹은 답장을 잘 안하는 분들 덕분에
답장 늦게하는 사람을 싫어했는데 그 때문인지 더 호감이 생기고, 흔한 남자의 상상이 펼쳐지기 시작...
그 후로도 하루에 한번씩은 톡을 했었는데 그때마다 칼 답이 왔음.
이미 내 머리속엔 노후 준비까지 하고 있었지만,
많이 데어본 경험이 위험 경보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어서 가슴을 차갑게 식혀주었음.

그렇게 답답한 연구실 생활 속에서 나만의 소소한 이벤트가 생겨난지 2~3주쯤 지났나, 추석이었음.
오랜만에 본가로 가서 뒹굴거리다가 하루 중 꼭 해야하는 일인것마냥
그 친구에게 톡을 또 보냈는데 집에 내려왔다는 것임
참고로 그 친구네 집과 우리 집의 거리는 엎어지면 코닿을정도로 가까움.
얼굴보고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만났을 가족들을 방해하고 싶지않았음.
또한 내가 직진러이긴 했지만 괜한 부담을 주기 싫었음
그저 아는 오빠정도로만 생각할 확률이 80%는 됐을테니까. 
그래서 아쉽지만 명절 잘보내고 맛있는거 많이 먹으라고 하던 차에,
"배불러서 소화시키려고 산책가려고 하는데, 오빠도 나올래요? 앞에 예쁜 산책길있잖아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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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