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러시아군이나 한국군이나 도찐개찐 아니냐 하는 글 있었는데,
실제로 병참 보급에서 전 세계 군대는 아직도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달라진게 없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군도, 아프리카 어딘가의 반군도 같은 방식이고요.
유일한 예외가 2020년 이후 미군 정도겠네요.


군 보급품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가장 많은 두가지 방법.
가볍고 파손위험 적은 보급은 종이박스, 무겁고 파손되면 안되는 보급품은 나무궤짝.
물론 이 녀석들은 규격이 조금씩 다 다릅니다. 
종이는 물론이고 수류탄 담는 나무궤짝과 소총 담는 나무궤짝처럼.
즉 여러 종류를 합쳐서 쌓아올리거나 트럭에 싣어 보내는게 여간 어렵고 머리쓰는 일이 아니게 되죠.


당연히 윗 박스가 눌러서 견딜수있는 무게도 다 다르고, 쉽게 쌓아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2023년 선진 병영 용사들도 1950년대 선배님들처럼 '인력으로' 일일이 박스를 하차하고, 품목과 수량 확인후 보급창고에 정리해야 하죠. 보급을 요청하면 그 역순으로 합니다.


즉 현대전에서 전쟁한번 하려면 군인들에게 줄 물병부터 대포알까지 왠만한 택배 물류허브 창고보다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하게 집하, 분류, 이송, 상차, 하차를 해야하고, 이걸 얼마나 간소화하고 편리하게, 빠르게 보급해주느냐가 전방 전투부대의 전투력이게 됩니다.
(참고로 보급을 정신력이나 근성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공식 작전지시로 전달한게 2차대전때 일본제국군인데,
정신력으로 병참을 대체할 수 있다더니 패망했습니다.)

91년 걸프전때 미국은 이라크와 싸우려고 저 병참과 보급을 전쟁전 6개월 이상 퍼날라서 준비했고, 개전 이후에도 부지런히 가져와서 분류하고, 쌓고, 보급해줬죠. 그래도 2차대전때 비하면 많이 발전한 속도였습니다.

그럼 지금 미국 군 병참 물류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종이, 나무궤짝 전부 본토 후방으로 보내버리고 전방은 통일규격 고강도 박스들로 통일합니다.



각각의 박스는 규격이 다르지만 어떻게 쌓아도 결국 지게차 한 팔레트가 되게 만들었죠.
이동시 우리 용사님들이 일일이 나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냥 척척척 팔레트 위에 쌓으면 무조건 아귀가 맞고, 요철이 맞물려 쉽게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즉 항공이송이나 험지가 아닌이상 추가로 묶거나 고정시킬 필요도 시간도 안 듭니다.


당연하지만 이런 보급상자 군납 업체들끼리는 회사끼리 합병시키거나 규격, 케이스 강도 통일화를 만들어놨고,
한 팔레트에 a사+b사+c사 박스를 쌓아도 모두 규격과 아귀가 맞을뿐더러 맨아래 상자가 무게로 터지거나 깨지지 않습니다.


박스안에 뭐가 들었는지 까볼 필요도 없죠. 네임텍에 전자파 인식장치를 넣어서 마트나 슈퍼 바코드 처럼 상자 스캔해주면 바로 수량 나오고, 그자리에서 내용 수량 수정해서 인식장치 재등록이 가능합니다.


보급품 상자 강도를 정신나갈 정도로 튼튼하게 만드니 이송-집하-분류-보관-상하차 과정에서 파손률이 확 줄고
요청한 보급의 속도도 빨라집니다. 한 트럭에는 식량, 한 트럭에는 군화만 넣어 보내는 식이 아니라 중대 소대별로 필요한 걸 대충 다 때려넣어도 파손되지 않으니까요.

물론 미군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고, 엄청난 실수와 삽질, 다량의 낭비와 희생을 치루고 배워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항상 1등을 유지하는 거고요.
원래 자국 밖에서 병참 보급하는게 난이도가 엄청 높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빌빌거리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한국군이 저런 시스템을 만들때 미군같은 시행착오를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군만 벤치마킹해도 되니까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과감한 투자 후 군 보급체계의 혁신은 100% 보장됩니다.


근데 군용 박스와 나무궤짝 군납업체 고문이 퇴역한 똥별이면 안 바뀔거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