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드디어 5달에 걸친 대 연수가 끝나고, 다시 출근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말에 좀 여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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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팁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월드오브 탱크, 나아가서 대부분에 게임에서 일어나는 초보와 고수 사이의 온도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이런걸 쓰게 되는 이유는, 순환떡밥으로 자주 나오는 자주포 OP, 승률과 실력간의 관계 등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읽으면서 납득하실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한번쯤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어디 게시판 카테고리 맞는데가 없으니, 일단 이것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팁'이라고 해 둡시다...

 

 

1. EXAMPLE : 자주포는 OP인가?

G_Tiger

 

 북미, 유럽 등의 포럼을 가도, 위 주제는 언제나 순환떡밥입니다. 일부는 "자주포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 너의 탓이다" 라고 말하면서, "자주포를 좀 타보고 어디 어디에 자주포를 쏠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자주포도 어렵다" 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니다 자주포는 OP다" "자주포는 타기 쉬운 차량이다" 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잘 관찰해보면, 재미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주포가 OP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티어 중에서도 상당한 고수가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예 : Garbad). 반면, 자주포를 옹호하는 쪽은 대개 47~49%정도 승률을 가진 저승률자라는 것도 관찰이 됩니다. 그럼 의문이 듭니다.

 

"그러면 Garbad는 클랜도 가입하고 겜도 열심히 하는데, 자주포 하나를 피하질 못하는건가??"

 

어디 이 사람의 승률을 봅시다.

(뜨헐...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이런 미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이, 자주포 사격각이 어딘지 모른다는것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실력을 볼 때, 이 사람은 사실 위에서 말한 "자주포좀 타 보고 말해라" 라고 말하는 유저들 이상으로 자주포에 대해 잘 알고 있을겁니다. 그럼, 이런 사람이 왜 이러는걸까요?

 

 

2. 고수는 게임을 어떻게 승리로 이끄는가?

 

 

혹자는 이러한 말을 하곤 합니다.

 

"월드 오브 탱크는 15 vs 15 게임이다. 나 하나가 잘하고 못하는 것으로 승패가 잘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참은 아닙니다. 월드 오브 탱크가 15v15로 한자리에 모여 헠헠펔펔 이맛에 합니다 하며 강철덩어리들이 뒤엉켜 싸우는 게임이면 몰라도, 실제 전장의 상황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30대의 전차가 이렇게 한번에 헠헠펔펔 하는것은 아니다)

 

 월드 오브 탱크는 주 전장이 보통 3개정도 길목에 따로 조성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15대가 자주포 없이 전부 전차나 구축전차라고 가정하면, 대략 한 전선에서 5v5정도의 전투가 벌어지게 됨을 의미합니다. 자 이제 감이 오십니까. 5v5 면, 롤(리그 오브 레전드)정도입니다. 그리고 롤은 10초만 자리를 비워도 걱정 많은(?) 팀원들이 당신 부모님의 안부를 다소 거칠게 물어올 겁니다. 왜냐 하면 한명 한명의 전투능력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명의 챔피언은 총 전력의 2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5v5 정도로 나눠진 주 전장에서, 당신의 역할은 거의 20%입니다. 극단적 예로 당신이 Garbad면 그 지역의 5v5싸움은 거의 항상 승리로 끝날 것이고, 맨날 AFK를 한다면 그 지역의 아군은 언제나 5v4로 싸우는 꼴이 나게 되는겁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월탱의 전차는, 체력이 0이 되어 완파되지 않는 이상 적어도 포는 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접전으로 끝났건, 압도적으로 끝났건 한 섹터에서 승리가 일어나면 그 승리는 다른 섹터의 승부를 바꿔놓게 됩니다. 돌파된 지역에서 전차 일부가 방어를 갈수도 있고, 상대 뒤를 칠수도 있고...하여튼 포문 수가 더 많아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고수들의 승률을 가장 많이 올려주는 부분은 해당 섹터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가는것입니다. 물론 그뿐 아니라, 나보다 숫적 우위가 있는 적을 훨씬 오래 지연하거나, 남들은 눈치채지 못한 아군의 빈틈을 메꾸거나, 적의 빈틈을 찔러 들어가는 것 등 다양할 것입니다.

 

(물론, 제가 섹터 싸움을 승리로 이끌거나 열세인 상황에서 오랜 시간 지연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섹터가 훅 밀려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 그럴땐, '아 반대팀에 나같은 사람이 더 많았나보다'라고 생각해봅시다)

 

 

3. 그래서 자주포 이야기는 왜 하셨나요?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해 봅시다. 위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대체 고수들은 한 섹터의 싸움을 어떻게 승리로 이끄는가?"

 

 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전차는 화력, 장갑, 기동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고수들이 섹터의 싸움을 이기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기동입니다. 남들이 정말 싫어할 곳으로 이동하여,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되 자신과 자신의 팀원은 최대한 피해를 덜 입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기동과 전투행위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대표적인 전투기동이 헐다운입니다. 헐다운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엄폐진지에서 전차를 이동시키고, 지붕이 없는 대신 적당히 낮은 경사가 있는 언덕으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포탑만 내밀고, 상대를 가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형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바로 자주포에 노출될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아래 중 어디에 자주포가 더 많이, 잘 꼽힐까요???)

 

 자 이제 감이 오십니까? 자주포 엄폐물의 위치를 몰라서 두드려 맞아주는게 아닙니다.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나가는 겁니다. 왜냐? 나가야 딜을 하고 이길거 아닙니까. 이게 고수들이 자주포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나름 리스크를 계산하고 나가 싸우는데, 고폭 관통당해서 모듈이 무너지고, 승무원이 황폐화되면 게임 할 맛이 뚝 떨어지는겁니다.

 

 대부분 초보들은, 겁먹고 가장 뒤에 숨어서 소극적으로 저격을 하지만 고수들의 경우 전차 특성마다 다르지만 제법 앞에 나서 적극적으로 전투행동을 벌이게 됩니다. 이 경우, 자주포의 포격을 두드려 맞는것은 대부분이 경우, 이미 위치를 드러낸 채 미친듯이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을 캐리중인 헤비탱크지, 뒤에서 저격중인 뢰베는 아닙니다. 따라서, 많은 전차 고수들은 자주포를 매우 싫어하게 됩니다. 조준실력이 일정 이상 되면, 대부분 운에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T-54를 몰고 다닐 때, 상대 자주포 뺑뻉이를 적당한 거리에서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스플맞고 궤도 끊겨 죽기도 합니다. 예. 운이 없는겁니다. 에임도 꽤 벌어져 있었을 거고, 충분히 어지럽게 움직였는데 제 옆에 꼽힌겁니다. 물론, 이 역시도 게임의 랜덤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수들은 실력이 보상받는 게임을 원하지 랜덤 팩터가 지나치게 많은 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 돋보일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앞장 서 있는 사람은(사실은 적재적소에 존재하는 사람은) 게임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고, 뒤에 있는 사람은 항상 49% 비슷한 승률을 가질 것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가지 예언을 할 수 있습니다. 0.8.6에서 일어날 전체적인 명중률 버프와 골탄 너프는, 분명 고수들은 환영할거고 초보들은 환영하지 않을겁니다. 게임의 랜덤성을 줄이고, autopen(조준만하면 뚫리는 수준의 골탄들) 탄이 없어진다는건 결국 실력 있는 사람이 좀 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골탄 넣고 해도 이렇게는 안된단겁니다)

 

 

 

 

4. 결론 :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위에서 언급했지만, 최근에 자주포 너프 등에 대한 공지가 나와서 자주포에 대한 분쟁이 일어났고, 어제-오늘간 승률에 대한 분쟁이 몇차례 오고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저 두 주제는, 사실 초보들이 게임 고수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자주포 너프의 정도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9탑은 몰라도, 지금 10탑방은 MM 자체가 심각하게 붕괴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 메테오 방이 많기 때문에, 마우스 등의 느린 중전차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T57, 포슈같은 사기탱이나 T110E5같은 전천후 전차 일부 + 최종티어 정찰전차(8티어 스카웃) 만 엄청 많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결국 자주포를 상대적으로 덜 맞는 경전차들과, 죽어도 10티어 타고 키워야겠다는 클랜사람들, 그래도 10티어 좀 타고 별이라도 맨날 떼려는 사람 빼면 누구도 10티어를 타려고 하지 않습니다. 10티어 게임이란 것은 결국 end-game content중 하나인데, 게임의 최종 컨텐츠가 박살이 나 있는겁니다. 이건 자주포 한대맞으면 졸라 아프다 OP네 수준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은 게임의 최종 컨텐츠 퀄리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인겁니다. 결국 그렇게 자주포가 어렵네 어쩌네 해도, 그렇게 대기시간이 김에도 불구하고 한 방에 10대씩 있는거 보면 아직은 자주포들이 '지나치게' 탈만하단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고수들은, 지속적으로 자주포 너프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와 반대쪽에 있는 자주포 옹호자들도 이해는 됩니다. 위에서 제가 한 설명을 잘 보면 알겠지만, 사실상 초보들이 고수들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자주포입니다. 기동도 차단하고 데미지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수들은 엄폐물에서 적극적으로 튀어나와 전투기동을 할 확률도 높습니다. 자주포가 사라져서 극단적인 헤비와 구축 고수들만 겜을 휩쓰는것도 물론 보기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은 end-game contents 자체가 붕괴중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월탱 클랜전이나 중계방송 재미있습니까?

 

 승률에 관한 이야기는 위에서 많이 했으니 생략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당신의 영향력은 한 섹터 전투에서는 생각보다 크다는겁니다. 꼭 직접 전투가 아니더라도, 9탑방의 38na도 상대 이치로 스팟해서 자주포로 날려버리는데 일조할 수는 있습니다.

 

 뭐 여튼, 최근 두가지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한번쯤 고수들의 변을 적어 봤습니다(물론 저는 Garbad급의 고수는 아니지만, 나름 10티어 전차도 있고, 8티어 자주포도 있습니다). 이건 물론 개인의 의견이니 다들 필요한 만큼 가려 들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입 유조선분들도 한번쯤 고수를 꿈꾼다면, 지금 고수들이 대충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이걸로 짐작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