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영국 공군 장교였던 란체스터는 공중전에 대해 연구하면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내게 됩니다. 양 측의 전력비가 a:b라고 하면, 실제로 일어나는 손실비는 a:b가 아닌 그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투기 10대가 6대와 교전하고, 각자 2대씩 맞으면 격추된다는 간단한 모델을 세워 보면,

 

 Round 1) 10 : 6 -> 7 : 1

 Round 2) 7 : 1 -> 6.5: 0

 

 (교환비 : 3.5 : 6, 전력비제곱 : 100 : 64)

 

 으로 전투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15:15로 전투를 시작하는 월드 오브 탱크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됩니다.

 

 "적은 수로 다수와 싸우지 마라!"

 

 는 교훈이 전세계 어딜 가도 유사하게 있는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이 말처럼 쉬운게 아닙니다. 월드 오브 탱크의 경우, 공격로가 최소 2개는 존재하기 때문에 양 팀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제 갈 길로 흩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양 팀의 숫자가 각 공격로에 동일하게 있을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 게임을 할 때 마다 대략 절반의 확률로 전력 우세를 확보하고, 나머지 절반의 확률로 전력 열세로 전투하게 될 것입니다. 위에서 나왔던 "적은 수로 다수와 싸우지 말라" 는 50% 확률로만 지켜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절반의 싸움은 언제나 내 줘야 하는걸까요? 그렇기엔 너무나 승률이 높은 사람이 많습니다. 이번 내용에서는 원하지는 않지만 의외로 흔하게 접하게 될, 소규모 vs 다수의 전투 다루는 법을 익혀 보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전력이라 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양 전투부대의 티어까지 고려한 수치라는 것을 알아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전력이 딸리는 부대는 전력이 앞서는 부대보다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익힐 것은 운이 어느정도 따라준다면, 기적의 역전극이 가능하겠지만 보통이라면 '그냥 밟히느냐' '밟혔을때 꿈틀거리기라도 해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연습을 많이하고 판단이 정확해 짐에 따라 '꿈틀' 보다는 '역전극' 에 가까워져 갈 것입니다.

 

 

 

2. 기본적 배경

 

 리베르타 법칙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In its basic form, the law is only useful to predict outcomes and casualties by attrition" (출처 : 영문 위키)

 

 즉, 리베르타 법칙은 지속적으로 공격을 주고받는 소모전에서의 전력 손실비를 계산하는데 유용한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리베르타 법칙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것일까요? 쉽게 말하면 숫적 열세에 처해있는 당신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소모전이라는 뜻입니다(밑줄을 마구 마구 쳐 주시기 바랍니다).

 

 아예 전투가 일어나지 않도록 질질 끌면 단 하나도 잃지 않습니다. 한대 맞고 한대 때리면, 우리 숫자만큼 피해를 주게 되지만 결국 돌파당합니다. 양 팀이 DPM을 최대로 끌어올려 싸우게 되면, 위에서 계산한 제곱 법칙에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게임을 내어주게 될 것입니다. 아래 나오는 내용들은 전부 이 원칙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중에(아군 주 공격부대가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면) 가장 으뜸은 아예 싸움이 나지 못하게 하는겁니다. 나보다 우월한 상대의 경우, 교전 자체가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끌리는 것 자체가 막대한 손실입니다. 왜냐 하면 상대적으로 열세인 다른 방면이 우월한 우리 편에게 신나게 털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공중전과는 달리 지상전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많습니다. 실제 1차 대전 이후 전투의 패러다임이 기동으로 바뀜에 따라서, 리베르타 법칙은 지상전에서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습니다(심지어 조선의 이 모 장군은 해전에서도 그걸 씹어드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를 부른 두 가지 요소는 크게 지형에 맞는 병력 배치와 적절한 근접전투술(knife fight) 이 두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심지어 가장 으뜸인 교전 자체를 회피하는데 실패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전투를 이길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3. 지형전술

 

 

 1) Choke Points

 

  2천년 이상 내려온 가장 기본적인 소규모 대 다수 전투 방법은 병목지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스파르따아아아!!!)

 

  위에서 언급했던 리베르타 법칙이 10:5의 상황에서 15대 항공기가 일제히 전투함으로써 성립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상대편 10대 항공기 중 5대 미만으로 교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적어도 상대가 우리보다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은 접적 면적(적과 접하는 면적)을 최소화 하여 교전 자체가 대규모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수라면, 우리팀 반대쪽은 다수일 것이고 그들이 전투를 잘 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아시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고 다수가 몰려가서 소수에게 관광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인간의 마법이란..)

 

 좋은 check point는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져야 합니다.

 

 

  a. 우리(소수)가 있는 곳이 오르막이어야 한다.

 

   - 이는 상대의 강행돌파는 막아내는 능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언덕 아래 좁은 길을 병목지대라고 생각하고 방어를 한다면, 결단력이 있는 공격자는 언덕을 따라 순식간에 내려와 우리를 떡실신시키게 됩니다. 상대는 내리막 방향으로 뺑뺑이를 돌고, 우리는 오르막 방향으로 선회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 중형전차대 중형전차여도 순간적으로 기동의 열세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물론 저라면 들이 받습니다).

 

 

 b. 뒤에 슬슬 빠지면서 숨을 곳이 있어야 한다.

 

   - 길이 좁아 보이지만, 바로 뒤가 공터라면 어떨까요? 이번에도 결단력 있는 적은 약간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순식간에 우리를 쌈싸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적당히 교전하면서 상대 궤도를 끊으면 다음 후방 엄폐물로 달아날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c. 자주포를 막을 수 있으면 아주 좋다.

 

  -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d. 같은 장소라도 전차에 따라 병목지대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 아래 두 가지 예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스크린샷은, 유명한 힘멜스도르프(조우전) 언덕입니다. 미니 맵의 동그라미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언덕은 경사가 애매해서 미국 헤비라면 언덕을 올라오는 상대를 쏠 수 있지만, 다른 국가의 전차들의 경우라면 사격이 불가능한 경우(노란 동그라미의 슈말)가 많이 있습니다.

 

 

(-6도와 -8도는 2도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적을 쏠수 있느냐 없느냐를 바꾸는 중요한 요소이다)

 

 만약 아군 주력이 미군 전차라면, 상대가 성 왼쪽으로 돌아오는 것만 막은 채 헐다운 상태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벌 수 있겠지만(미국전차는 돌머리이므로, 나는 피해를 안입고 상대는 무조건 피해를 입는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아군 주력이 독일전차라면 시작과 동시에 최소한의 엄호 병력만을 노란 지대에 남기고 빠르게 이탈하여 언덕 중앙의 성에 달라붙어야 합니다. 성 쪽까지 붙어줘야 독일의 강점인 강력한 차체 전면장갑을 사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북쪽 팀에서 시작했다면, 언덕의 경사가 더 크기 때문에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두번째 예는 엘 알루프입니다. 영상(약 20초 후부터)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아군의 용기있는(...) 돌진 덕분에, 서북부의 주차장 언덕이 점령당했습니다. 당시 숫적 열세였던 저는 제 정면장갑을 가장 절묘하게 감출 수 있는 장소에서 제 장점인 우월한 명중률을 사용하여 적을 견제하기로 했습니다.

 

 

 (적들이 보면 제가 이렇게 보입니다)

 

 이 장소는 언덕이 살짝 경사를 두고 기울어져 있어서 E50의 상대적으로 얇지만, 기본 60도에 달하는 강력한 전면장갑경사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제가 승부처로 삼은 곳은 이곳이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타고 있는 전차가 T110E5나 IS-7과 같이 티타임을 주면 방어력이 나빠지는 전차(즉 이미 전면장갑에 쐐기형 경사가 있는 전차)였다면, 저 지형에서 이런 전투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즉 여기에서 반대편 언덕에서 '지연'을 벌일 수 있는 전차는 독일 전차입니다.

 

 

 

 이러한 병목지대 전투는 일반적으로 지연전이 주 목적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우리 숫자가 열세인데 상대보다 더 많은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상황(예외 : 한산도 대첩;;)은 상대가 바보가 아니면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했듯이 아예 양쪽이 다 피해를 입지 않는 상황을 끌고 가는게 바람직합니다. 물론 기회가 있다면, 나는 피해를 입지 않고 상대는 피해를 입는 방향이 가장 좋습니다.

 

 또 한가지 신경써야 할 점은, 언제나 적은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위 동영상 예에서, 상대 IS-7은 무모하게도 자신의 약점은 노출시키고(정면장갑을 경사를 줄여서 보여줬음) 저의 강점(높은 명중률)은 최대한 활용 가능한 기동을 했지만, 능숙한 IS-7 플레이어라면 뒤에 있던 미니언(E50)을 끌고 와서 저에게 더 번거로움을 줬을 겁니다. 그 경우라면 저는 좀 더 뒤로 후퇴하여 아군 야포가 쏠 수 있도록 했을 겁니다.

 

 

 

2) 너무나 신경쓰이는 그 장소 : 감제고지

 

 

(1942년 과달카날에서 일본군 진영을 감시하는 Forward officer)

 

 

 위 전술이 그저 시간을 끄는 전술이라면, 이 전술은 시간을 끌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상대를 돈좌시키는 것도 가능한 전술입니다. 일단, 아군에게 빠르고 시야가 넓은 전차가 있어야 하며 충분한 수의 자주포가 이쪽을 봐 줘야 합니다.

 

 

 대표적인 감제구역입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상대를 스팟하면서 '의도적으로' 제가 이곳에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상대 중 상당수는 잠시 멈춰 이쪽을 조준할 것이고, 서서히 아군 야포들이 데미지를 입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겁이 많은 일부 상대 전차들은 움찔대고 멈출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의지가 있는 선두 전차도 돌파를 이끌지 못하게 됩니다. 아군 야포가 이곳의 중대한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채팅으로 '직접'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저 깨작대고 쏴 주기만을 바래선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의사소통은 승리의 기본 조건입니다.

 

 

 (※ 사실, 저 자리에 가야 하는 것은 바샤티옹이나 AMX 13 90, 채피와 같은 시야가 넓고 크기가 작은 전차입니다. E-50M같은 거대한 전차가 올 경우 야포가 지나치지 않고 포탑에 명중하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저기로 간 이유는 '아무도 가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 혼자'면 절대 안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1~2대 정도의 중전차가 아랫쪽에서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포탑이 한쪽만 향할 수 있게 하면 결국 감제중인 전차는 파괴당하고, 곧이어 나머지 두대의 중전차도 최후를 맞이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언덕 아래의 엄호전차라면, 상대 전차가 아군 감제전차를 조준하려고 할때 용기있게 튀어나가 시선을 분산시켜 주십시오. 상대는 조준도 흐트러지고, 야포에 맞는것도 짜증나 전진하거나 뒤로 빠지려 할 것입니다. 이때는 잠시 뎀딜을 포기하고 궤도를 끊어주면 상대가 너무 좋아할겁니다.

 

 또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아군 야포는 공짜가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이번 예에서는 소규모 부대를 막기 위해 야포를 서쪽으로 방열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군의 주력 부대는 야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반드시 이쪽 싸움에서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혀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전투시에 얻는 것은 '기회비용'의 관점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아 놔 뭐야 내가 화력유도를 5000이나 했는데 졌네?"

 

 라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아군이 너무 못해서 진 것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가 화력유도 한 지역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었던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까지 우리가 통제하지는 못하지만, 기왕이면 아군 야포의 장전 시간, 상대 위치 등도 고려해서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히 타격 가능하게 행동 해 줘야 합니다(그러면서 죽지도 않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 함께 보기 : 모든 전술의 기초! 란체스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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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에 다 쓰고 싶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반으로 쪼개고 다음 주말에 마저 써야겠습니다. 주말에는 소수대 다수로 싸우는 근접전투기동과 심리전에 대해서 다뤄 보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상황 같은 지형이라고 해도 상대방 운전수가 누구냐에 따라서 혹은 운에 따라서 상황은 수시로 변합니다. 이런 내용을 경전처럼 받들기 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적응하는게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