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아제로스의 용사님들이 가로쉬를 때려잡았던 시절로 가야겠습니다.
당시 불타버린 오그리마를 보수해야 했던 김살질씨는 노가다 36년 외길 인생 중 가장 많은 삽질을 하게되었습니다. 다른 인부들은 작업량이 너무 많다고 투덜거리며 눈치껏 적당히 일을 했지만, 우리의 김삽질씨는 그들의 비웃음을 뒤로한채 묵묵히 자신의 삽질을 끊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고생했네. 역시 에이스는 달라! 오늘 신경써서 좀 더 넣었네."
오후 6시. 작업이 끝나자 작업반장 김볼쏜 반장님의 호출로 들어간 작은 컨테이너 안에서 반장님은 김삽질씨에게 하얀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보너스가 들어간 일당 봉투 였습니다. 그리 두둑하진 않지만 오늘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 댓가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순간 김삽질씨의 머릿속에는 옛날 고향땅이 생각이 났습니다. '빌어먹을 데스윙놈이 고향 땅을 박살내지만 않았어도... 지금쯤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을 나이인데...' 사실 김삽질씨는 빌지워터에서 알아주는 고철 부자의 자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 3년전 아제로스의 용사들과 위상들이 데스윙을 무찌를 때 정말 통쾌하게 웃었던 고블린 중 한명이었습니다. (아마 용사들과 위상들이 없었어도 데스윙은 사라졌을 것입니다. 바로 분노에 불타는 김삽질씨의 삽에 의해서요.)

어쨋든 반장님께 인사를 마치고 컨테이너를 나서는 순간, 기다란 푸른 손이 김삽질씨의 어깨에 올라왔습니다.

"자! 오늘 열심히 일했으니, 우리 같이 한 잔 꺾으로 가자고!"
아, 하필 지금 만나선 안되는 사람을 만났네요. 이 손의 주인공은 김삽질씨의 동료 하이리씨입니다. 남에게 얻어 먹기만 먹고 자기 차례가 되면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러 가야한다며 급히 센진마을로 도망가는 더러운 트롤이죠.

그래도 착한 김삽질씨는 하이리씨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니 여기저기서 호구 소리를 듣나 봅니다. 저무는 노을을 뒤로 한채 골목길로 들어가 익숙한 할매 껍데기 집으로 갑니다. 이 집은 오그리마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특급 껍데기 집 입니다. 낡은 벽에는 호드의 유명인사들의 사인과 사진이 빽빽합니다. 특히 작년 가로쉬가 대족장질을 할 때 어떻게 알았는지(아마 쓰랄님과 2차로 같이 왔나 봅니다.) 이 껍데기에 미쳐 오그리마 주민들은 한동안 이 껍데기 맛을 보지 못 했을 정도였죠. 

"할매, 여기 쏘주 한병이랑, 껍데기요~."

잠시 후 초벌로 익힌 껍데기와 소주가 나왔습니다. 일단 하이리씨와 한잔씩 주고 받고 껍데기를 입에 넣었습니다. 
쓰디쓴 소주 한잔에 매콤달콤하면서 쫀득쫀득한 껍데기를 씹으니 오늘 고된 하루가 눈녹듯이 잊혀졌습니다.

"크으, 죽인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오늘 하루 열심히 일을 했나 봅니다.
소주 병이 한병, 두병 쌓이기 시작하자 저물었던 해가 김삽질씨와 하이리씨의 얼굴에 떳네요. 깔끔하게 소주 세병을 나눠 마신 이들은 정기의 골짜기에 있는 사우나로 향했습니다. 여기 찜질방이 숙취하는데 짱이거든요!

김삽질씨의 하루. 다들 잘 보셨나요? 
그럼 이제 우리만의 숨은 영웅 김삽질씨를 보러가죠!

아, 마침 동료들이 찍어준 사진을 SNS에 올려놨었네요!




2016. 1. 10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


2016. 1. 11
오늘 하루도 열심히!!


2016. 1. 11
김볼쏜 반장님께 경례!!!


2016. 1. 12
ㄴr느 ㄱr끄 새 ㄱㅏ 에 ㅂㅂㅏ ㅈㅣ다.
   ㄴ    ㅁ      ㄱ              ㄴ  


2016. 1. 13
아자아자! 내 인생 화이팅!!



2016. 1. 13
삽질의 정석


2016. 1. 14
강정호의 화끈한 홈런처럼 내 인생도 홈런~


2016. 1. 15
하이리가 어느날 "바나나가 웃으면 뭐게?" 라고 물었다. 바나나가 어떻게 웃지? 한참을 생각한 나는 "몰라"라고 했는데.
하이리가 "바나나킥" 이란다. ㅋㅋㅋ 바나낰ㅋㅋ킥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 1. 16
오늘은 너무 춥다. 노스랜드도 이만큼 춥지 않을거 같다. 감기 걸리겠다.



2016. 1. 17
우와오아아아!!! 볼진님 날 좀 봐줘요!!



2016. 1. 19

하이리~ 오늘 어때 한잔 콜?



2016. 1. 20
아... 오늘 일하러 온 20살짜리 놈이 점심먹고 튀었네... 작업반장님한테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