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에서 티어를 집었다.
공찾에서 티어를 줍겠노라, 그래서 4셋을 맞추겠노라....
원대한 에메랄드의 꿈이 있었다.

쐐기 2천점을 맞추고 싶었다.
아탈 17단을 가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17단이 보이지 않았다.
14단으로 지원했다.

악탱 징기 흑마 야냥 (힐러)
힐러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의 존재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흑마가 계속해서 탱밑딜을 했다.
그만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고양이가 컨트롤을 했을 수도 있고,
키보드에 라면국물을 엎어 키가 20개쯤 안 눌릴 수도 있었겠지.

징기와 야냥의 딜이 차고 넘쳐서
한명 정도 탱밑딜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원래 쐐기는 4인이서 도는 것인데,
생석자판기 하나쯤 덤으로 있는 것이라며
마음만 푸지게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알룬자 트라이었다.
그는 바닥을 밟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DBM이 친절히 밟으라고 안내했을 텐데
그는 꿋꿋이 자신의 피를 뽑아다 넴드에게 바쳤다.

보다못한 힐러가 바닥 밟으세요 라며 다급하게 쳤다.
흑마는 수혈이 끝나고 생긴 바닥을 혼자 밟았다.
힐러는 '...' 라며 많은 말을 삼켰다. 

다음 수혈 알림이 떴고
흑마는 뭔가 알았다는 듯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는 자신 앞의 피바닥을 보지 못하고
힐러의 바닥 위에 섰다.
힐러는 다시 '...'라며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막넴으로 가는 길,
흑마는 거미폭탄에 빈사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웬일인지 막넴트라이는 문제가 없었다.
분신패턴을 아는 것 같았다.

두번째 분신,
그는 모여야 한다는 강박에 몰려드는 거미를
온몸으로 받아내고는 장렬히 전사하였다.

징기와 나는 빈손으로 돌아가는데,
흑마는 득템을 하고는
1등으로 파탈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세상이란 이런 것이다.
무료로 버스를 운전해주는 사람도,
안락하게 탑승한 후 버스비를 받아가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왜 트롤은 꼭 아탈다자르에서만 만날까.

멍청함의 로아가 그들을 줄다자르로 유인이라도 하는 것일까.
나도 누군가에게는 멍청함의 로아 그 자체였겠지.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