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없다

제목
아버지의 통닭

어릴 적 어느날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읍니다

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오던 냄새가 있었지요
술 냄새 기름 냄새..
그게 섞이면 이상하게도 불쾌하면서도
배가 좀 고팠읍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검은봉다리 하나를
내 이불 옆에 툭 내려놓고
열어보니 통닭이었읍니다

“학교는 잘 다니냐”
“네“

말을 던지듯 묻곤
지갑에서 만원짜리 석 장을 꺼내
책상 위에 놓고 방을 나가셨읍니다

그땐 몰랐읍니다
돈부터 챙기고
통닭에 빠져버렸지요

지금은 조금 알것 같읍니다
그 안엔 말로 못다 한 것들이 담겨 있다는거슬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나름의 표현이었음을

지금도 가끔
그 통닭 냄새가 그립읍니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울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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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찌들다 문득 떠오른 감정을
어제부터 적어보았읍니더
실제로 경험해 보진 못했읍니다
지나간 사람 지나간 냄새를
기억하는 모든 분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