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 오픈날에 맞춰 하루치 먹을꺼리들을 미리 사놓았다. 마침 쉬는날도 딱 맞아 떨어졌겠다,
작정하고 돌리리라 생가하며..던전 렙업 루트를 복기 하다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6:45분..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라 몸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다.
잘 일으켜지지도 않는 몸이 문제인가..? 나이가 문제인가..? 그 생각에 침대랑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1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있었다. 아직도 가지 말라는 침대를 뒤로한채...

그래도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냉수 한잔 들이키고 접속을 했다.


저주받은 땅을 지나 어둠의 문을 통과 하니..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붉은 지형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접속자들은 의외로 많았고 이미 퀘를 한참 진행중이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명예의 요새(얼라이언스 지옥불 반도 마을) 에 도착하여 간 볼겸 퀘스트를 몇개 건드려 봤다.
예상대로 퀘몹이 씨가 말라 있었다. 물론 퀘몹 젠 시간이 빨라져서 기다리면 충분히 할만하긴 했지만..

굳이 내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당초 내 플랜엔 없던게 퀘이기도 하니깐..

바로 파티창에 성루 던전 뺑뺑이팟 인원을 모았고.. 그렇게 한 7회 정도 돌았을까??
용광로가 더 낫다는 말을 듣고 용광로로 이동.. 이후 61렙 50%쯤에 강제노역소로 옮겨서 뺑뺑이를 돌았다.

강제 노역소 1회,2회,3회.....5회...8회... 몇바퀴를 돌았는지도 모르겠고...
이미 세나리우스 평판은 우호를 찍은 상태였다..


그때 본 내 경험치는 63렙 70%
목표 했던게 65렙 정도였는데.. 택도 없는 수치였다.

그래서 더 기운이 빠진걸까? 아니면..평소 기상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난 까닭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샷추가한 커피 한잔만 믿고 에너지 드링크를 안사온 내 안일함이 문제였을까..? 급 피곤과 졸림 짜증이 밀려왔다.
이윽고 그 스트레스는 나에게 강렬한 현타로 되돌아왔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냐??.. 에휴..이거 키워서 평판이며 뭐며 언제 다하고 있냐??'
'쉬는날 집 청소나 해둘껄, 아 그지같네.. 커피 땡긴다..'

그런 감정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가져왔고, 그 생각은 현타가 되어 그냥 게임을 접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나는 파티를 쫑낸 후에 귀환을 탔고, 그 귀환지가 지옥불 반도 마을 이었기에..

자연스래 캐릭터는 마을 여관 한 귀퉁이를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멍하니 캐릭터를 봐라보고 있을때쯤.. 내 캐릭터는 <자리비움> 이라는 표식이 생기며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대로 냅두면 팅길테고 그러면 클래식과는 영영 이별이다.. 란 생각으로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 거리며
간간히 모니터를 봐라보기만 하던중..

일반 채팅 말이 보였다.

"야 너 담 퀘 뭐냐?"

민머리 인남캐 흑마법사가 친구인듯한 여 노움 전사 에게 묻고 있었다.

"나 그거 제스고르 가야돼."
"아까 거기 퀘 다하고 왔잖아."
"아니 나 문양 먹는거 해야되는데?"
"그러니깐 그거 다 하고 온거 아녀?"
"몰라 12개 먹어오래. 나 안됐어."
"핰ㅋㅋㅋ야 그럼 아까 내꺼 퀘 할때, 퀘도 없으면서 왜 다 잡은겨?ㅋㅋㅋ"
"몰라 너 잡길래 걍 잡았짘ㅋㅋ"


이런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두 캐릭터는 내 앞을 떠나갔다.



문득 친구 한녀석이 떠올랐다. 불성 클래식 오픈한다고 같이 하자고 꼬셨지만 안넘어왔던 격변때 접으며
와우를 떠났던 그 친구.

약 15년전 같이 일리단도 잡고, 킬제덴도 잡으며 불성의 끝을 장식했던..친구다. 

그러나 일 때문에 게임 할 시간 없고, 피곤하고, 7시까지 출근에 뭐에..
여튼 온갖 핑계거리를 갖다 붙혀서 겜 못한다던 그 친구..

나는 마침 들고 있던 폰으로 카톡을 보내봤다.

"야. 뭐함?"
"잠?"

12시가 다 된 시간인지라 답장 없으면 나도 이만 끄고 잘러고 했다.

까톡!

"왜?"
"아니 뭐하냐고?"
"나 불성"
"ㅋㅋㅋㅋㅋㅅㅂ넘아 안한다매?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해봤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야 ㅋㅋ너 어디여?ㅋㅋㅋㅋ"
...
..


카톡으로 대화를 맞치고, 이내 접속 종료를 눌렀다.
친구넘과 렙 비슷한 쪼렙이 마침 키우다 만게 있어서 그걸로 접속하기 위함이었다.


접속 종료 20초의 카운트가 뜨고.., 화면을 보니 그사이 내 앞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님 오랜만이에요오오~ 복귀하신거에요?"
"@@님 잘 지내셨어요? 아직 살아 계셨네요?ㅋㅋ"
"ㅋㅋㅋㅋㅋ제가 죽긴 왜 죽어요?ㅋㅋ 일리단 잡고 죽는다고 마눌에게 말해뒀어요"


 난 뭐가 그리 급해서.., 이렇게 다시 돌아온 불성이란 기회를 쉽게 넘길러 했을까?
난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급하게 달려나갔을까?? 뒤쳐질까봐? 카라잔,마그,그롤 1주 2주 잡을 기회 놓칠까봐??

뭐 불성을 하다가 접을수도 있다. 만렙을 못찍고 접을수도 있고.., 아님 한참 즐기면서 리분나오네 안나오네 그러며
똥겜 망겜 이럴수도 있다..뭐 그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나는 지금 근 10년만에 친구랑 와우 하러 간다. ㅈㄴ재밌겠네!







마치며... -  그냥 오픈 첫날 얘기를 써봤습니다. 인벤에서 첫날 빡세게 돌려 68렙에 카라잔을 가네 그롤을 가네 하는 소리가 있었고.,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첫날 65찍고 담날 다담날 해서 70찍고 날탈로 퀘 밀면서 평판작하고 이런 기계적인 생각으로 게임을 임했었는데... 벌써 누군 마나무덤 돈다더라 뭐한다더라 하는걸 보며..

늦어짐에 조바심도 나고 짜증도 났었습니다. 그러다 현타가 와서 접겠다 맘먹었을때 일이 불현듯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그날 약 12시 좀 넘어 겜상에서 만난 친구 넘과는 3시까지 겜하다 갔습니다.
담날 친구는 7시에 출근해야되서 더 늦게까지 못했지만..서로 아무도 없는 필드에서 쪼렙 퀘 깨고, 도망가고..죽고
너가 먼저 선빵치고, 내가 뒤에서 치다가 어글 넘어오면 그때 내가 도망가고 뭐 이런 소리 하며 퀘깨고..

겜은 즐기기 위해 하는거지, 스트레스를 받기 위해 하는게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어쩌면 친구넘과 이대로 렙업해서 아웃랜드의 땅을 밟을수도 있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나면 또 글 쓸께요.